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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선배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한두 해 선배들이 아니라 대개 십수 년에서 많게는 이십여 년 선배들이
즐비합니다. 흥미롭게도 저는 동문회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이 어찌하여 만들어졌는지는 저 역시 잘 모릅니다.
오늘은 여의도에 모여 살고 계신 고등학교 대선배님들이 부르셔서 오후 늦게
양복정장 갖춰입고 식사장소에 나갔더랬습니다.
처음 보는 새까만 후배에게 인삼 판매업을 하신다는 한 선배님께서 일부러
사왔다면서 책 한 권을 건네십니다. '책문(策文)'이라는 두툼한 양장본입니다.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라는 부제가 붙은 책입니다.
사실 저 어릴 적만 해도 어른들이 귀엽다면서 책 한 권 선물로 주실 때 참으로
고맙기도 하거니와 이걸 어찌 읽고 독후감을 말씀드릴까 하여 지레 겁을
먹기도 했던 게 기억날 만큼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일 찾아보기 어렵지요.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소리가 요즘 식의 책 선물일 듯 합니다. 다만 그것의 차이가
눈으로 읽고 느끼는 게 아니라 입으로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뭔가 익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그런 차이겠지만 말입니다.
마음의 양식이나 뱃때기의 양식이나 매 한가지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그건 순전히
어불성설임을 아실 겁니다.
어찌되었든 책선물을 받고 보니 어릴 적과는 달리 꽤 마음이 즐겁습니다.
내용이 어찌되었든 말입니다.
광해군이 갓 급제한 선비에게 최종 낙점을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던지는 일종의
문답으로 시작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허울 좋게 고전이라고 우기면서 책을 냈겠지만 실상 이 책이 이런 시대에 나온 이유야
워낙 속 보이는 것이니 만큼 모른 척하고 넘어가주면 되겠습니다.
다만 속 깨끗이 정리하고 또한 각잡고 읽어보면 여러가지 느껴지는 게 많을 법 싶어서
괜스레 아는 척 하면서 몇마디 써봤습니다.
또 속 보이는 거짓말 하나 덧붙이자면...
가을이니 독서의 계절이라... 책 읽으시기 바랍니다.
무더워서 독서가 무슨 호강에 겨운 소리냐고 스리슬쩍 게으름을 피웠던 분들은
이제 더 이상 내놓을 변명거리도 고갈되었을 터... 마음의 양식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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