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토요일 저녁에 동해로 날아갈려고
굳게 약속을 했는데 늦게 시작한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갑자기 시험이 있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펑크를 내고 말았다.
대단히 섭섭하지만 어쩔 수가 없고....
일요일 새벽에 항상 찾는 두물머리로 향했다.
행여나... 생각지도 못한 멋진 일출을 기대하면서...



내 기대는 항상 맞는 법이 없다.
예봉산에 올라보니 그저 밋밋한 일출을 보고 두물머리로...





그래도 잠시나마 새벽 동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아름다운 두물머리의 체면을 유지했다.
언제와도 하루도 꼭 같은 날은 없으니 항상 새롭게 보인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니
지난 주보다 사람이 줄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다.



이른 새벽이니 어부는 배를
은행나무에 메어 두고 편히 쉬고 있으며
같은 분위기에 한사람이 산챡을 하는 것 보다
두사람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동행하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벌써 모든 잎을 떨구고
나목이 되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깊은 겨울잠에 들었다.




능내리의 조구봉 사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강에 나가 거물질을 해서 고기를 잡아 왔고
거물에 걸린 물고기를 능숙한 솜씨로 떼어내고 있었으며
날씨도 차가운데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라며 잡는다.
목덜미 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 올텐데
가족을 위해 강바람을 맞으며 혼자서 묵묵히
매운탕용 작은 물고기를 떼어내는 그가 오늘따라 더욱 멋있어 보인다.
내 눈엔 우리 모두의 아버지상인 것 같아 보이니
내 자신이 조사장과 비교하여 아직도 어린애 같이 느껴진다.
아마 날이 더 추워지고 손이 얼어 터져도
강에 얼음이 뒤덥히기 전까지는 고기잡이가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조사장님께서 오늘 따라 더 멋져 보입니다.
우리 갑장인데 다음부터는 말도 낮추고 친구하며 지내는게 어떻습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더 친해지고 편하고 좋지요."
미소를 한껏 머금고 나를 처다보는
그가 더 순박하고 듬직해 보이기까지 한다.
능내리에 또 아버지 같은 친구가 생겼다,ㅋㅋㅋ



강가에 공사를 해서 일년 가까이 가보질 않았더니
여러가지 꽃과 수크령과 억새를 심어 멋지게 가꾸어 놓았다.
수크령과 억새의 하얀 꽃이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억새의 새하얀 꽃이 역광에 더욱 하얗게 빛나니 이도 볼만하다.





어릴땐 이런 억새가 이뿐줄 몰랐었다.
억새는 소도 먹는 풀이었으니
어릴때는 소먹이로도 베어왔었고 이 풀을 베다 보면
풀잎의 끝이 날카롭게 되어 있어서 손을 베기 일수였다.
항상 조심해서 억새를 베었고 겨울이 다가오면
내키보다 크게 자란 억새를 베어다 큰 낟가리 같이 만들어
쌓아 두었다가 겨우내 밥을 짓거나 군불을 때는 땔감으로 사용되었었다.
지금은 꽃도 이뿌고 온갖 곤충과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니 없어서는 안될 풀이 되었다.





강물가의 하얀 억새꽃은 바람이 일으킨
쪽빛 잔물결 빛과 대비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벌써 손이 시린 계절을 맞아 몹시 추웠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니 속이 시원해지고 사진을
찍는 순간 만큼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잡념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




억새가 바람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고마운 바람은 억새 씨앗을 멀리멀리 날려 보내 퍼트려 주고 있다.
이 세상 만물은 무엇하나 그저 존재하는 법이 없고
모두가 주어진 역활을 제대로 행함으로서 그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만약에 바람이 없다면 이 억새도 멀리까지 퍼지지 않을 것이다.
돌 바람 빛 모래 공기 물도 모두 생명은 가지지 않았으나
제 역활을 충실히 행하며 모든 생물을 이롭게 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 가치를 생각지 않고 망각하며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빛이 있으니 아름다움이 있고
벼도 바람이 불어야 꽃가루받이가 되며
느티나무 씨앗도 바람의 힘을 빌려 가루받이가 이루어지고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낼 수가 있으며 돌이 있어야 다람쥐 숨을 곳을 찾으며
맑은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쉴 수가 있으며 물이 맑아야 먹을 수가 있으며...
더 나열해서 뭣하랴...
이 세상에서 모든 생물 무생물이
서로 기대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인이란 이상한 사람들만이
철천지 웬수가 되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쌈박질을 일삼고 지낸다.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가소롭단다.
무위 친구와 노자 아저씨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