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내 마음은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오늘같은 날은 눈이 푸짐하게 내리든지
아주 맑은 날을 기대했었는데 차가운 안개만 가득하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기대하는대로만 된다면 사람이 교만해 질 것 같다.
어제 밤에 늦게 잤으니 다음날 아침에도 저절로 늦게 일어나진다.
설이라고 부산을 떨던 게 엇그제 같은데
이제 달력도 한장만 남아서 한해가 저물었음을 실감한다.




이촌동 앞의 한강둔치에 왔다.
수양버드나무잎 푸른 걸 보니
완연한 겨울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것 같다.
길게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바람에 하늘거리고
차가운 안개 바람이 코끝과 손끝을 시리게 하는 쌀쌀한 날씨다.





날씨가 좋으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왔을텐데
흐리고 차갑고 바람까지 세게 불어오니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바람이 세게 불어오니 갈대와 억새의 잎이
서로 부딪혀서 사각거리니 저절로 자연의 음악이 되었다.



참새가 무리를 이루어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니며 군무를 춘다.



콘크리트 둔덕의 틈새에서 자란 강아지풀이
씨앗을 퍼트리고 할 일을 마첫는지 바람따라 누워버렸다.



이 미류나무는 잎에 단풍도 들지않고
떨구지도 못한채 겨울을 맞아 잎으로 겨울연가를 부르고 있다.


강가의 계단 사이 틈새에 돋아난
제비꽃은 내년에 얼마나 고운 꽃을 피워 올리까?


이런 날씨에도 늘씬한 젊은 부부가
시원스럽게 달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하루도 거르지 않던 사진 찍는 일을
일주일 가량이나 쉬었더니 이젠 감도 없어졌다.
요즘 내가 갱년기를 맞았는지
머리속도 멍해진 것 같고 숙면도 이룰 수가 없고
사소한 일에도 자꾸만 짜증이 나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슨 일이든지 시들해 보이는 게 우울증의 초기 증세가 아닌가한다.
어디 용한 정신과 병원에라도 찾아가야할까 보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본 내용 한토막...
100세를 살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 고마운 일만은 아니며
사람의 수명이 너무 길어진 게 사회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단다.
사람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건강할때까지만 후회없이 살다가 저승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느 78세된 며느리가 남편과 함께
96세인 시어머니의 수발을 들며 살고 있는 집의 이야기다.
연세많은 며느리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주가 있고 자신의 몸도 성치않아 종합병원이며
남편의 건강도 별로 좋지 않으니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추스르기도 힘든데 정신은 말짱하지만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를 봉양할려니 아주 죽을 지경이란다.
아주 부자였다면 돈이라도 펑펑 쓰며
간병인을 두면 좋으련만 그럴 형편도 안되고...
중년이 된 자신의 며느리는 처음부터
분가를 해서 살고 있으니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아릴 리가 없고 죽지 못해서 겨우 모실려니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단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한집에서 살아오며
자신을 봉양해온 며느리의 짜증이 심해지고
시어머니 또한 늙은 며느리가 자신의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는 게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90세가 넘도록 살아있는 게 죄스럽다고 한다.
손주 며느리나 시누이나 이웃들이
늙은 며느리가 짜증내는 걸 보고서는
시어머니의 귀에 못된 며느리 두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단다.
그 96세된 시어머니의 말씀이다.
"내 며느리 만큼 착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나를 50년도 넘게 잘 받들어 호강하며 살아 왔는데...
내가 너무 오래 살아있는 게 죄지. 우리 며느리가 너무 딱해..."
오래전에 우리집의 족보를 뒤져서
내 직계 위의 30대까지 평균 수명을 조사해 본적이 있었다.
당시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지 못했었으며
시부모 봉양하는 기간이 길지 않았으니 효부가 많았고
요즘은 수명이 너무나 길어져 며느리와 같이 늙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이 적당히 살다 가야지 오래 사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며 큰 재앙으로 다가온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살까 겁이나고
절대로 며느리 괴롭힐때까지 오래 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아버지는 8개월 동안 병상에 계셨고
어머니는 3개월 정도 입원해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남에게 페를 끼치지 않고 살다가
남들이 자신의 죽음을 아쉬워할때 죽는 것도 큰 복이 아닌가 한다.
오래 살지 맙시다. 장수하지 맙시다.
자식이 괴롭고 며느리가 괴롭고 손자가 괴롭습니다.
친구가 얘기하는 그의 처갓집 풍경도 떠 오른다.
친구의 처 할머니께서 99세에 돌아가셨는데
아흔 중반까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시면
소주 반병을 큰 컵에 따라 한꺼번에 쭈욱 마시고
김치 한조각을 안주로 드시고 하루를 시작하신단다.
장모는 일흔 초반이 넘어서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어두워지고 말았단다.
처할머니가 며느리인 장모에게 바늘에 실도 꿰어주고
외부에서 며느리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시어머니가
받아서 통역을 해 준다고 하며 며느리를 딱하게 여겼다고 한다.
"클랐다... 클랐어....
저 젊은 것이 벌써 저리되서 우짜만 좋노?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