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참새구이 추억.   13-12-10
글쓴이 고태환   3,008 hit
 
요즘 내가 사춘기인지
갱년기에 접어 들었는지 정신까지 멍해져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놀이도 모두 부질없는 짓거리 같기도 하다.

지난 여름까지도 열정이 남아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게 부질있는 짓거리라는 게 없고
고귀한 일도 없고 모두가 허망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도무지 멋진 피사체가 보이지도 않고 셔트 누를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지난 12월3일 화요일 정기 휴무일에 
안성에 불 일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안성이면 평택과 가깝고 평택항의
모습도 담아 보고 일찍 출발하자고 했으나
늦어지는 바람에 황금 휴무일 하루를 그저 낭비하고 만 것 같아 아쉬웠다.

























































해거름녁에 안성천 옆을 지나치게 되었고
예전에 안성천변에서 바우덕이 축제를 구경한 게 생각나고
안성천 변의 풀밭이 좋아 차를 세우고 둔치를 걸어 보았다.

안성도 내 고향에 비해서 황토가 좋고
너른 들이 펼처져 있으니 풍요가 넘칠 게고
물도 좋아 사람 살아가기에 아주 좋은 곳 같다.



























































평택항이 가까우니 하천이 넓고
물은 흐르지 않는 것 같이 잔잔하게 흐르고
겨울 철새들이 놀라 하늘로 날아오르고 생명력이 넘처나는 것 같다.

여름에 너른 풀밭에는 온갖 벌레들이 많았을 것 같다.












































예전엔 참새가 유해조류라 규정해서 퇴치의 대상이었는데
요즘은 해충방제 효과가 좋아졌다며 다시 복원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생각에
수많은 참새들이 목숨을 잃는 수난을 당했었고
몇해전까지도 참새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흔해져서 좋다.

어릴때 시골에는 참새들이 엄청 많았었고
벼가 고개를 숙일때쯤 논가에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참새쫒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었고
겨울이 되면 공기총으로 참새 잡는 사람들도 많았고
집과 집 사이에나 대나무 밭 옆에다 거물을 처놓고 대량으로 잡았고
아이들은 기왓장 틈새나 초가집의 처마 구멍을 뒤져서 참새를 잡았었다.

동짓날이 되면 항상 아버지가
시장에서 먹걸리 한되와 참새 열댓마리를 사와서
큰아버지께 드리며 동짓날 참새가 소등 위에 앉아서
"네 고기 한근과 내 살 한점과 바꾸지 않는다."며
참새가 황소를 보고 비웃는다고 하시며
겨울이 되어 살이오른 참새구이의 맛이 좋다고 하셨다.

작은 미물을 잡거나 괴롭하면
사내가 그런 짓거리를 하면 못쓴다며 혼내시던
아버지께서 어떻게 참새를 먹으라 사오셨는지 모르겠다.

큰아버지께서 숯불을 피운 화롯가에서
작은 참새의 털을 뽑으면 애들 주먹만한
아주 빨간 살덩이가 나오고 제법 탐스러웠고 먹음직스러웠고
소금을 뿌리며 구워내면 참새고기 익는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어린 남자 형제들 대여섯이
화롯가에 올망졸망 둘러 앉아 침을 삼키며
참새 굽는 화로를 눈이 뜷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잘 구워진 참새고기 작은 조각 한점을 떼어내면
누구의 입에 넣어줄 것인가 하고 큰아버지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형제의 입에 들어가면 실망을 했었고 그 맛난 고기를 목구멍으로
금방 넘기는 게 아까워 오래도록 오물거리며 먹는 입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때의 참새고기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최고로 좋았었다.

아마 참새고기가 그렇게 맛이 좋았던 게
맛난 단백질이 풍부한 먹거리가 언제나 부족했고
고기의 양이 너무나 적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아무리 맛이 좋고 입에 당기는
먹거리라 할지라도 그 양이 부족해야
맛이 더하는 법이고 태산같이 많으면 맛이 반감하는 법이다.

여자들이 참새고기를 먹으면
시집가서 그릇을 깬다는 속설이 있어서
여동생이 옆자리에 앉아 구경을 하면 큰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고기굽는 맛있는 냄새를 뒤로하고
조용히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는 어린 여동생의 슬픈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는 게 너무 애처러웠고 딱하게 보였었다.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이며
가슴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고 행복했었고
여자로 태어난 여동생이 얼마나 불쌍했는지 모른다.

구운 참새고기의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당신이 드실 몇점의 고기를 남겨 막걸리와 함께 드시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만족해 하시는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요즘은 좋은 먹을거리가 너무 흔해졌으니
참새 털뽑기가 귀찮아서도 먹을 사람이 드물 것 같다.

참새고기는 초등학교 때 먹어보고
그 후로는 구경도 하지 못했는데 몇해전에
이덕은 원장님과 포장마차에서 곡차 한잔 나누며
참새구이가 메뉴에 있다고 해서 주문해 맛을 보았더니
참새고기가 있을턱이 만무하고 메추리구이가 아니었나 짐작한다.

이제는 참새를 잡을 시간 여유도 없을테고
소량을 잡아 일일이 사람손으로 털을 뽑을 수도 없을테고
대량으로 사육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나올 수가 없을 게다.

예전의 참새고기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는데...

요즘 입이 고급화 되어 맛이 예전보다 못할 것 같고
이젠 참새가 예뻐보여서 잔인하게 잡지도 못할 것 같다.












































석양 가운데 바람에 흔들리는 자는 하루를 안타까워 하는 것 같다.

















































해는 서쪽 하늘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날이 저물었고
석양 빛에 보이는 갈대와 억새가 바람의 장단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