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 길은 손까지 시렵고
길가의 단풍이 화려해져서 감탄사가 절로나고
괜히 가슴이 허전해지고 거센 바람 한차례 휩쓸고
지나니 고운 단풍이 우수수 떨어지고 환경미화원분들의
고난이 시작될 것이고 거리에 따뜻한 군고구마 냄새가 피어날 것 같다.
상하의 나라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으니 밋밋한 생활의 연속일진데
새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태어나는 복을 받아서
이런 자연의 멋진 변신을 보는 것도 큰 행복이라 여긴다.
가끔씩 뉴스를 보다가 산 전체가
원색의 화려함으로 넘처나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일요일에도 근무를 해야하니 가 볼 수가 없고 이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나의 마음은 변덕이 심하여
어느때는 사계절 변화가 뚜렷함에 감사하고
달려갈 수가 없으니 더욱 불만이 가중 되는 것 같고
항상 평상심 유지하기가 힘드니 이도 큰 고통이 아닌가 한다.
차라리 계절의 변화가 없다면 마음이 들뜨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아파트 단지안의 산딸나무에 산딸이 가득 달려 잘 익었다.



그 많던 벌거지들은 모두들 자취를 감추고
동면에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고 베짱이 녀석만
차가운 이슬 맞고 추위에 떨며 괴로워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니 기온이 올라가고
차츰 벌거지들이 따뜻한 햇볕찾아 기어 나온다.
메뚜기와 파리매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제는
이제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커다란 화분에 꽃을 심어 가꾸어 놓았고
이렇게 늦게서야 꽃을 피우는 송이가 작은 장미를 보니 이도 신기하다.



앙증맞은 작은 화분에서 자라는 장미가
많은 꽃을 피웠고 강열한 빛을 받으니 이뿌다.



배풍등은 분명히 아닌데
닮아 있는 꽃이 너무 청초해 보이고 이뿌다.



주목이 고운 씨앗을 익혀서 행복해 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낙향.
며칠전에 모 전직 장관분께서
모든 서울 생활을 접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향 근처에 작은 땅과 아담한 집을 지어 낙향해 가셨다.
나는 그 집의 조촐한 오디오를 이전 설치하러 따라 갔었고...
한적한 면소재지 산골이었고
땅값과 집값이 싸고 공기가 좋은 곳이었고
담장의 높이가 일미터도 되지 않게 둘러놓고 덩굴장미를 심을 것이라 하셨다.
2년전에 장관이란 높은 직책을 그만두고 나니
재직 당시의 여러 관련회사에서 많은 콜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것도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가령 고위직에 있을 당시의
관련회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사기업인
그 회사를 위하는 일을 해야 하고 그럴려면
지금도 공직에 남아있는 자신의 후배들에게
"되지 않을 일을 되게끔"해야 하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게 된단다.
이런 것이 부조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나라의 부를 갉아 먹는 일이 되는 매국노가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당신이 존경하던 선배 장관께서
모 대기업에 회장으로 초빙받아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게 생각만큼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그 회사의 영업이
시원치 않아 결국은 부도로 이어지고 말았으며 그 모양새와
체면이 조화롭게 보이지 않았다고 하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연금만 받아도 절약해서 살아간다면
생활에 문제가 없으니 돈몇푼에 연연하지 말고
국가의 원로로서 체면도 세우는 새로운 차원의 봉사를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며 후배들에게 멋진 본보기기도
보여줄 수가 있도록 노후를 풀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시며...
지금도 건강하시고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시며
사기업을 위한 일이 아닌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봉급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모든 사심을 버리고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해볼 용의가 있었는데
이젠 모든 사심을 접고 열심히 농사짓고 유유자적 못읽은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세상에서 젤로 편하게 지낼 것이라 하셨다.
이 집을 면의 사랑방으로 사용할려고 하니
오다가다 밥도 먹고 빈방도 있으니 자고 가도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표정이 대단히 밝아 보여서 좋았다.
지금 정치인들의 말도 안되는 쌈박질 행태를 보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돌아갈지 심히 걱정스러워진단다.
멋진 낙향이라 여겨지며
한편으론 이제까지의 큰 경험과 실력과
노하우가 시골에 사장된다고 여겨지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같은 사람이야 별 쓸모가 없으니 낙향을 해도 괜찬지만....
예전의 선비들은 높은 관직에 있다가
그 관직을 그만두게 되면 모든 사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야인으로 살아가는 게 미덕이고 관행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연연하여
행여 새로운 자리하나 보전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양 땅에 머무르고 있는 게
자신에게나 남들이 보기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도 정부의 고위직에 있었다고 하면
이런 걸 관례로 삼아 관련 업종에는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여야 수자원공사같은 파렴치한 비리가 없을 질 것 같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내 또래의 어느 분이
나라 밖에서 국내 사정을 살펴보면 작은 파이 하나를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더란다.
세상에는 더 큰 파이가 널려 있는데
국내에서 작은 파이 하나를 놓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좁은 안목이 가엽게 보인다고도 했다.
언제나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고
양심이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