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계실제 저녁 진지 드실때마다
반주를 하셨고 이런 것도 유전이 되는지 나도 따라하게 되었다.
이제는 식사습관을 바꾸어 볼 요량으로
반주하는 걸 멀리했더니 컨디션이 좋았었다.
그런데 며칠전에 오랫만에 지인과 저녁을 먹으며
곡차를 하는데 어찌나 달든지 그만 크게 과음을 하고 말았다.
연 삼일이나 컨디션이 말이 아니고
이젠 좋아하는 곡차도 끊을 시기가 된 것 같다.



아빠가 뒷짐을 지고 가며 꼬맹이에게
따라 하라니 곧잘 하다가 금방 싫증을 내고 만다.
아이들이란 게 무엇이든지 금방 싫증을 내며
엉거주춤 자세와 혀짧은 소리로 "아빠.. 시더.." 외치며 따라가는 게 구엽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일진데
놀부들이 곡차 마시는 습관은 나를 닮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난 7월 9일 사진]



새벽 날씨가 제법 차가워졌고
빛이 좋은 날 아침 배짱이 녀석이 풀잎 위에 앉아
더듬이를 움직이며 운동도 하고 주위를 살피고 있다.
이 녀석들은 머지 않아 추위가 닥칠 걸 알기나 할까?

달팽이 한마리 땅바닥까지 닿게 늘어진 풀잎을 타고 오른다.
이 녀석은 제가 갈 목적지와 무언가를 이룰 꿈같은 걸 가지고 오르는 걸까?


"야이!!! 달팽이 눔아...
너는 어찌하여 눈도 코도 귀도 발도
심지어 뼈조차 없이 집까지 등에다 짊어지고
히한하게 생긴눔이 어찌 그리도 잘 기어다니느냐?
네눔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기나 하고 가는 것이냐?""
어찌나 천천히 오르는지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 내가 엄청 답답하다.



눈도 귀도 코도 발도 없고 뼈대도 없는 녀석이
커다란 집까지 등에다 짊어지고서 칼날같은
수직 풀벽을 미끄러지듯이 넘나들며 숨도 차지 않는지
작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안테나 같은 더듬이로 주위를 열심히 살피고 있다.
눈이 없으니 멀리까지 볼 수도 없고
발이 없으니 재빨리 도망갈 수도 없고
귀도 없으니 적이 다가와도 들을 수가 없고
코가 없으니 땅바닥에 독이 있는지도 모를테고
뼈가 없으니 잡혔다 하면 버티지도 못하는 녀석이니
제 가까운 주위에 포식자가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궁금하겠으며
우리 인간들보다 하등한 동물이 아니던가.
눈이 있어 멀리 볼 수 있어도...
발이 있어 빠르게 도망갈 수가 있어도...
귀가 있어 적이 가까이 오는지 들을지라도...
코가 있어 포식자의 냄새를 알아채고 있어도...
단단한 뼈가 있어서 강한 상대에게 대적을 해도...
한 순간에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곳이 자연속인데
눈도 귀도 발도 없고 뼈조차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건 순전히 나의 고루한 생각이고 기우며
이 녀석은 태연하게 우리 인간들보다 잘 살아가고 있다.
역광에 비치는 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뇌조차도 없는 것 같으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할게다.
주위의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감정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을 것 같고
따라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휘둘리지 않을 것 같고
우리같이 씰데없는 잡념조차 없이 언제나 마음이 고요할 것 같다.
그야말로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며
언제나 무아의 경지에 있는 신선충이 아닐까 한다.




여기까지 오르더니
제 녀석이 숨을 곳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 오르는 것을 멈추고
단단한 껍질속에다 연한 속살 몸을 거두어 넣었다.
이곳에 숨어서 낮을 보내고
밤에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서 식사를 할 것이다.
이 달팽이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니
이런 녀석들도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고
사실 우리 인간들보다 오랜 세월 동안 지구에서 살아왔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더욱 오래도록 생존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이제 겨울이 닥치며 땅 속으로 들어가
입구를 거품으로 막고 조용히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땅을 헤치고 나와 유유자적 살아갈 것이다.

"헛... 그거참....
찍사 양반 들어보시요.
자네는 참 갸륵한 사람일세.그려.
처음에는 우리를 얕보며 비웃는 것 같아 섭섭하더니
나중에는 우리가 인간이란 동물들보다 우월하다 추켜 주니
잠시 내 어깨가 으쓱하고 쪼매 부끄럽고 몸둘바를 모르겠네. 그랴.
우리는 제삼의 감각기관을 가졌다네.
그건 마음의 눈이라네,
무엇이든지 선한 마음으로 보는 것 만큼 아름다운 게 없지.
눈이 없어도 뿔같이 생긴 촉수로
세상을 모두 환하게 감지하며 내다 볼 수가 있고
발이 없다한들 세상 어느 구석 못가는 곳이 없으며
귀가 없다해도 가는 실바람도 근방 알아차릴 수가 있으며
코가 없어도 세상의 향기로움을 모두 알아차릴 수가 있으며
뼈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고 뼈대있는 집안의 자손이라고
교만한 사람들이 많으나 우리는 그런 구차스런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네.
우리의 몸은 전체가 아주 정교한
촉각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서 닿기만 해도
모든 걸 알 수 있을뿐만 아니라 새의 날갯짓 소리나
당신들이 치는... 그 뭐이야? 지구를 오염시키는 농약 같은 게
히미하게 냄새만 나도 알아차릴 수가 있으니 항상 지고 다니는 단단한
껍질속에 몸을 감추고 거품으로 뚜껑을 닫으면 농약에 감염이 되지 않으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일년이 넘는 세월을 집속에서 즐겁게 보낼 수가 있는게지.
그러하니 자네의 말대로 우리가 훨씬 우월한 동물이 맞는다네."

"또한 인간들이 가진 눈이나 귀나 코같은
모든 감각 기관은 그 본래의 숭고한 기능보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하게 진화를 해서 더욱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되었지.
차라리 우리같이 모든 걸 버리고도
모든 걸 이미 알아차리고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대가 도래한 것을
인간들만 모르고 우매하게 살아간단 말이야. 알았소!!! 찍사 양반.
그 헬렌켈러 아줌마 같은 사람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네.
그 중에 당신같은 이중인격자 양반이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네."

이 녀석도 지금쯤은
낙엽속 어디 깊은 곳에 숨어서 깊은 겨울 잠이 들 것이다.
세상 어디에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이 있으랴.
남의 시선만 없으면
거리낌없이 부끄러운짓을 일삼으며
남을 무시하고 깔아뭉게야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잘난 체하는 하등한 동물이 인간들일지니...
[9월16일날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