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그립고 쓸쓸하고 아름답고...   13-11-07
글쓴이 고태환   2,359 hit
 

친구가 내 휴무일에 맞추어
자신은 하루의 업무를 접고 고향에 다녀 오잔다.

항상 내 일정에 맞추어 배려해 주니
고맙긴 하다만 또 한 부담스럽기도 하다.

약속을 한 것이 두어달전이고 가는 길에
충북 괴산에 있는 문광저수지의 풍경이 좋다며 들려보자 했다.



























새벽 네시에 친구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세시가 조금넘어 출발했고 안개 너무 심해 시야가
100미터도 되지 않는 위험하고 어두운 길을 달려간다.

달리는 차안에서 카메라를 가슴에 붙여
셔트를 누르면 이런 멋있는 추상화가 그려진다.


















짙은 안개속을 달려 금방 호숫가에 닿았다.

어디에나 경치만 좋다하면 
전국 곳곳에서 많은 진사분들이 몰려온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차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자니 날이 밝아 온다.














































고요한 호수가의 짙은 안개속에
침묵하고 있는 나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애잔해지고 무언가가 그립고 쓸쓸하고 아름답고...

좋게 표현할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하고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지며 형언할 수 없는 상념에 빠지게 한다.

가을이 깊어지니 몹시 춥다.

짙은 안개의 작은 물방울이 뒷목덜미에 닿으니
차갑고 으스스하고 연탄 난로가의 포근함이 그리워진다.

멀리서 반가운 이가 옷깃을 여미며 다가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 것 같은 환영도 그려지고...




































샛노란 은행잎 우수수 떨어지며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니 온몸에 한기가 들고 
몹시 춥지만 오랫만에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기분은 그만이다.

모든 사람들이 삼각대를 받처놓고 찍고 있는데
손각대로만 찍고 있으니 이상한 눈으로 처다보고... 창피하다.




























많은 진사분들이 멋진 풍경 담기에 여념이 없고
모두가 많은 사진을 찍어 어디에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내 사진도 종래에는 사라지고 말텐데 부질없는 짓같이 보이고...















































버드나무의 밑둥치에 잔뿌리가 내리니
엄청 굵어졌고 모든 나무들이 물속에 반영을 드리우니
무채색 테칼코마니 그림이 그려졌다.

바닷물에는 맹그루브 나무가 자라고
호숫물에는 버드나무가 자라며 물을 정화한다.

모든 진사분들이 조용하게 움직이며
숨을 죽여가며 좋은 풍경 담기에 바쁘니 긴장감마져 든다.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어 무엇에 쓰는고?














































사람들도 이런 나무들같이
깊은 겨울잠에 빠져 모든 오욕칠정을 버리고
오랜 시간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안개는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립고 쓸쓸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처지니 괜히 울적해진다.

안갯속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멀리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모습을
흐리게 만들어 감추어 버리니 그 간결함이 아름답다 여긴다.

누구나 마음속 심연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쓰라린 추억이나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 하나쯤은 안고 있게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도 이런 짙은 안개가 있어서
그러한 상처가 감추어져 표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이 없던 어린 시절에
가난한 어머니 가슴에 얼마나 많은 대못을 박아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내가 너들한테 잘해 주지 못해서..."
라는 말을 평생동안 입에 달고 사시게 했는지
지금도 마음이 짠해지고 사무치게 그립다.



사람들의 똑똑한 기억력은 참으로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다.

티비에서 사자들의 생활상을 보았다.

세마리의 어미 암사자가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며 그중 한마리가 혼자서 떨어져서
세마리를 낳아 키우고 있다가 무리와 합류하여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먼곳에서 온 숫사자가 무리를 넘보고 있었다.

이 숫사자들의 본능은 다른 숫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새ㄲㅣ사자를 물어 죽이고 자신의 후세를 남기고자 한다.



그 어미 암사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방어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고
어미의 새ㄲㅣ 보호 본능은 참으로 처절했으며
결국 모든 새ㄲㅣ들은 무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아마도 그 숫사자는 본능적으로

새ㄲㅣ사자를 죽이면 어미 사자가 빨리 발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니 그렇게 잔인한 살생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자식의 처절한 죽음을 보았다면
이 세상에 들도 없는 철천지 원수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식의 죽음을 본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그 어미가 발정을 했고 그 숫사자를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처연하게 받아 드리고 다시 무리를 이루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암사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새ㄲㅣ를 보호할 때의 기억을 잊어버린듯 했고
그것이 이들 무리의 살아가는 생존 방식인듯 했으며
좋지 않은 기억을 잊어 버린다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암사자의 망각이 부럽고
사람은 부질없는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안갯속에 아스라히 펼처지는 어렴풋한 모습은
나를 뇌리속을 과거로 돌아가게 했으며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오늘 이런 모습도 오래도록
멋있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