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저수지 가를 한참 돌고 나니 추위가 조금 가셨고
해는 중천일진데 안개가 짙으니 아직도 이른 새벽같은 느낌이다.
추위에 떨지 않고 지금쯤 천천히 다녀도 좋았을 것 같다.



저수지 상류에 버드나무 정글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이도 나목의 실루엣만 보이는 게 좋다.




이 집의 주인은 은방울 보석을
잔뜩 걸어 예쁘게 치장해 놓고 어디로 갔는지 없다.
기온이 조금만 더 낮았다면 얼음으로 변하여
그 결정체의 모난 부분이 더욱 아름다웠을 것 같다.
문광저수지 한바뀌 돌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이슬방울을 찍고 있으니 가소롭다는 듯이 처다보며 한마디 한다.
"그런 건 동네에서나 찍으시지... 이 멀리까지 오셔서..."
그래도 나는 이슬이 이뿐데....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았을 거미줄에
큰 이슬이 달라붙으니 그 실체가 예쁘게 드러났다.





이슬방울 뒤에다 예쁜 꽃을 꺽어 세워놓고 찍으면
방울속에 꽃이 그대로 투영되는데 꽃이 없어 아쉽다.
다음부터는 인조꽃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




낮은 기온과 짙은 안개가 합작으로
거미줄과 풀에 이슬이 달라붙게 만들었으니
이런 모습도 이 계절이 아니면 보기 힘든 광경이다.




문광저수지에 많은 사람들이 다니니 번잡하게 보여도
잔잔한 수면만 바라보면 정적이 감도는 것 같이 보이고
지금도 짙은 안개속에 뭍혀서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슬방울 하나 맺히는 것도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넓은 저수지가 있으니
물과 대기의 온도차가 많았을테고
낮은 기온과 수증기가 달라붙을 풀이나 거미줄이 있어
수증기가 엉켜서 큰 물방울로 뭉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으며
이렇게 모든 박자가 맞아지니 고운 예술품을 생성되었다고 본다.
나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고
거미줄을 발견한 눈이 좋았으며 카메라라는 장비가 있었으니
사진을 찍었고 곰부따가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볼 수가 있었고...
이런 모든 것이 유구한 역사가 흐른 흔적의 산물이며
모든 현대 문명과 통합되니 사진이 만들어 질 수가 있었다.
요즘 시대를 일컽어 "통섭시대"라 한단다.
곧 "모든 지식의 총 집합체"라 해야 맞는 말인 것 같다.
예전에는 어느 한 분야만 최고로 능통했다면
밥먹고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자부하는 시대가 있었다.
며칠전에 대선배인 농학박사님께서
자신은 친구인 수의사분께 진찰을 받는다고 하며
사람이나 동물이나 신체의 기능이나 구조는 비슷할진데
전문의는 한가지 분야 이외에는 잘 모르니 믿을 수가 없고
수의사는 통합적으로 모든 걸 알고 있으니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더란다.
신장이 나빠졌다면 그 신장이 나빠진 원인이
영양과다인지 어느 다른 부위에 이상이 있어서
그 이상부위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알아야 하는데
전문의는 신장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오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하며...
사람의 병도 모든 분야에 전문의에 가깝게
모든 분야에 해박하게 알고 있어서 통합적인 진단을 내려야 한단다.
물론 전문의분들이 한환자를 두고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인가
회의도 하며 통합적인 치료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하시며...
오디오 기기인 앰프를 집에서
간이 수공업 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절대 음감과 음악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전자회로나 부품의 특성에 대해서는 더 박식해야 하고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 출중해야 한다.
집안의 제일 좋은 위치에 설치해서
남의 이목과 내 눈으로도 멋진 디자인을 즐기며
음악감상을 해야 하니 장식효과가 커야함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혹해서 갖고 싶어해야 저절로 판매가 이루어진다.
이젠 앰프 하나를 생산하더라도
음악이 음악답게 나오는 건 최소의 기본 사항이며
디자인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의사도 전문의가 최고였고
집을 짓는데도 대목장이 최고였고
집안의 가구를 만드는데는 소목장이었고
경제학자, 금융 전문가, 소설가, 연주자, 작곡자
원예전문가,공학박사, 해양전문가, 예술가 따로였고
사진도 어느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찍는 시대가 있었다.
이젠 사진도 잘 찍어서 그기다
자신의 혼이 담긴 그림을 그려 넣는 게 유행이란다.
모든 분야에 정통하게 알아서
모든걸 서로 아우르며 모든 분야에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추어야만 통섭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단다.
건축 설계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하는 철학과 문학과
음악과 디자인과 진동 공학과 공기 역학과 생태학과
주변의 경관에 어울리게 하는 종합 예술이어야 한단다.
우리세대는 무엇이든 대충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이젠 모든 면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니
더욱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노자 아저씨 같이 자연을 노래하며
유유자적 한가로운 시대는 지나가고 말았다.
우리는 한 시대를 편하게 살었으며
유쾌하게 즐기며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우리의 후세는 우찌 할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