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매력에 흠벅 빠졌다.
우아한 동작을 놓친 게 많았고
여러번 보니 어떤 자세를 취하며 날아 오르는지
내려 앉을때 셔트의 속도가 늦어 흔들림이 심했고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찍어보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날도 같은 시각에 도착했다.





중랑천의 작은 보에 백로들이 모두 모여 있는듯하다.
아마도 이렇게 많이 모인 건 먹이인
물고기 떼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든지
새로이 태어난 녀석들이 평생을 같이할 배필을 구하는 시기가 아닌가한다.
백여마리는 충분히 될 것 같고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며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모두가 똑같은 새하얀 제복을
맞추어 입고서 군무를 추고 있는 듯하다.
어릴적 장날에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적이 있었다.
새하얀 도포에 갓까지 쓰고 한복 정장 차림의
노인분 대여섯이 어느집 잔치에 다녀오시는지 들판을 지나가고 계셨다.
어머니께서 가로되...
"야야... 저 선비분들 좀 봐라. 얼매나 좋아보이냐.
너들 할배도 저런 차림으로 길을 나서면 길이 다 훤했었다,"
오늘따라 이 백로들이 무리지어 있는 게
그때의 노인분들을 보는 것 같고 무질서한 가운데
질서가 정연한 것 같이 군무를 추는 게 더욱 고고해 보인다.
아무리 멋있는 선비라 할지라도
옷을 홀랑 벗겨 놓으면 보통 사람일테고
이 백로들도 새하얀 깃털을 모두 벗겨내면
앙상하고 볼품이 없는 고기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새하얀 깃털이 멋지니 백로며
하얀 도포자락이 선비의 인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내 옷차림은 노숙자와 진배없다고
항상 볼록배 아줌마에게 핀잔만 듣지만...





경남지방의 울산, 진주, 부산 동래에서
선비차람의 복장으로 추는 학무라는 걸 본적이 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이 녀석들의 폼새를 흉내내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나를 운동시킬려고 그러는지
이곳저곳으로 우루루 몰려 날아가고
또 그곳에서 모여 군무를 추니 이도 큰 볼거리가 되고 신기하다.






마치 이 녀석들이 경사스런 날을 맞아 축제를 벌이고 있는듯하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그 옆에 차도가 있어 시원스럽게 달리고
사람과 자연이 서로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게 참으로 평화롭고 따뜻해 보이는 풍경이다.
이렇게 부산하게 날아다니는데
힘찬 날갯짓에 부딪혀 날개를 다치거나 추락하는
녀석이 없고 잘 비켜가며 비행하는 것도 신기하다.




사람이 이 백로 무리의 옆을 가까이 지나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도 가지 않으니 신기하다.




유럽이나 일본같은 곳에 가면
백조무리가 사람을 졸졸 따라 다니며
먹이를 달라 보채는 걸 보며 의아해 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광경을 볼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작은 학무리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공연을 혼자서 감상하자니 호사스럽긴 하다만
함께 보며 함께 즐거워하며 추임새를 넣어줄 사람이 없으니 아깝다.






우리가 백의민족이어서 그런가?
먹이활동을 하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도
새하얀 도포자락 휘날리며 춤추는 것으로 보이는 아침이다.




이렇게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군무를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어이!!! 찍사 양반...."

"오늘도 우리를 추켜주어 고맙긴 하오만...."

"내일 또 변덕을 부려 욕하기 없기요?"

"시방.. 저치가 내말을 알아들었남? 귀가 먹은는감?"

"참으로 인간이란 동물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다니께요?"
무엇이든지 좋게 생각하면
이뿌지 않아도 이뿌게 보이는 경우가 많고
서로가 마음을 열어 놓고 지내면 편안하고 즐거울때가 많다.
울동네의 허름한 포장마차에 가끔씩 간다.
이곳의 분위기가 내 취향과 맞고
다른 사람이 보면 의아하게 생각할
어떤 행동을 해도 서로가 이해를 하며 즐겁게 받아 들인다.
주인이 나보다 두어살 아래일 걸로 짐작하고
항상 말을 낮추며 주문해도 문제가 되지 않고 재미있다.
"어이... 바보야... 여기 방어회 한접시만 조. 빨간 소주하고..."
주인과 부인은 미소를 잔뜩 머금고 대답을 한다.
"아예... 부처님... 금방 갖다 드릴께요."
어떤 날은 다른 말로 주문을 한다.
"어이 부처님... 여기 오징어회 한접시 하고.. 빨간 소주."
주인과 그의 부인이 홀 손님들
모두가 알아듣게 큰소리로 대답한다.
"저기 바보 손님이 오징어회 한접시 주문했어. 빨리 갖다 드려."
예전부터 내가 교육을 시켰다.
부처 눈에는 모든 게 부처로 보이고
바보 눈에는 모두가 바보로 보이는 법이니
내가 주문을 할때는 반대로 대답해야 합니다. 알았지요?
당신이 바보면 나는 부처가 되고
내가 부처가 되면 당신은 바보가 되야하니
내가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달리 대답을 해야 한다고
가르처 주었고 서로 격의가 없어졌고 찬 한가지라도 더주어 고맙다.
다른 손님들이 내 주문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랬다가
주인과 부인의 대답을 듣고는 엄청 재미있다며 처다본다.
이 포장마차 집의 주인과 부인이
엄청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니 이뿌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