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서울에 가족이 있고
몇년전부터 부인과 함께 제주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아주 제주 사람이 된 친구가 있다.
워낙 성실하고 예의가 바르며
사람과의 관계에 친화력이 좋으니
제주에서도 좋은 친구을 많이 사귀었고
언제나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도 묻에 사는 친구가 그리울 때가 있는지
가끔씩 전화를 해서 언제쯤 내려올 수 있느냐고 물어오니
항상 고맙고 미안하지만 내 코가 석자라 내려갈 수가 없었다.
요즘엔 우회방법을 써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나를 데려 오라하니
그 친구가 뱅기표를 예약해 놓았고 같이 내려 가자고 했다.
내가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도 들어
오케이를 사인을 보내고 함께 내려가게 되었다.
제주는 언제나 미지의 땅인 것 같고
새로운 풍경이 넘처 나는 곳이며 언젠가는
제주에서 일념쯤은 살아보고픈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 친는 내 정기휴무일에 맞추어
저녁 7시 반 출발 뱅기와 올라오는 것은
다음날 저녁 아홉시 15분 뱅기를 예약했었다.
요즘 유명 관광지에만 찾아가면 중국어가 난무해서
내가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어리둥절하다.
옛날 어떤 항공사가 독점했을때는 뱅기 삯이
왕복 약30만원 가량이었으나 요즘 저가 항공은
왕복 요금이 6만8천이니 부산까지 가는 기차 삯보다 저렴하다.
가게에 오신 손님께 제주도 구경가기
좋아졌다며 저가 항공의 가격을 애기했더니
갑자기 흥분해서 나에게 화를 내듯이 큰소리를 처서 놀랐다.
"당신 말이지!!! 그게 뭔지 알아!!!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바가지를 쓰며
제주도에 비행기를 타고 다녔는지 알기나 하냐고!!
그게 모두 정경유착의 산물이며
그렇게 재벌이 만들어졌고 정치하는 눔들과
한페거리가 되서 벼락 부자가 되어 지맘대로 돈을 빼돌려
외국에 별장을 사고 권력을 휘두르며 안하무인이 된 거라고!!!
그런 재산을 철저히 가려내서 모두 뺏어서 국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고..."
큰소리에 간이 떨어질뻔 했는데 또 말씀이 이어진다.
"힘들게 고된 노력을 해서
몇대에 걸처 재벌이 되면 경영 철학이 있고
겸손하게 행동하지만 힘도 들이지 않고 뇌물을 주고
단시간에 몇만배의 재산을 불려 재벌이 되면 그눔들을
졸부라하고 그 졸부들은 남을 무시하고 경멸하며 살아가니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과 정치하는 눔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고 그눔들이 전부 매국노라 봐야 한다고?? 안그래???
그눔들 아들도 보고 배운기 그거여서
자손들에게도 유전자가 그대로 전달되어
개망나니같이 남을 깔보며 살아간다니까? 안그래? 그렇지??"
"아?? 예 예???"
흥분하시지 말라고 했다간
주먹이 날아올까 겁이나서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은 비좁지만 뱅기에 오르니
금방 제주공항에 도착했고 친구에게서 연신 전화가 온다.
서귀포 가는 공항버스를 타고
모모 호텔앞에서 내리라 하여 도착하여 곡차를 함께 했다.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니 무척 반갑고
함께 마시는 맑은 한라산 곡차는 무척 달았고
친구의 얼굴과 정담도 좋은 안주인지라 나도 모르게
곡차를 뱃속에 퍼부어 넣다시피 했더니 이게 웬 변고인가...





늦은 밤까지 곡차를 마셧고
우찌 숙소에 왔는지도 모르는데
"바다로 가는 길목"이라는 펜션에서 잠을 잤고
친절한 주인장이 직접담구었다는 유자차까지 대접해주어 고마웠다.
언제나 주제 파악을 못하고
내일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내일이라 부르짖으며
현재의 기분을 만끽한 댓가를 치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다음날 새벽부터 머릿속은 부서지고
뱃속은 폭풍이 일어나 난리를 처는데 토해지지도 않고
화장실을 십분 간격으로 들락거려야 하는 고통을 치루어야했다.

내 얼굴이 사색이 된 걸 보고
해장국집에 데려와서 야채갈치국과 갈치미역국을
주문해 주었는데 향은 엄청 구수하나 맛은 모르겠고
밥 두어 숫갈을 덜어 국물에 말아 뱃속에 구겨 넣었다.
평소같으면 몽땅 먹어치우고 더 없나 하고 주위를 살필텐데...
멀리 제주까지 와서 주제 파악을 못한 걸 또 한번 크게 후회한다.
친절한 펜션의 주인장이 올레 7코스의
풍광이 좋다며 데려다 주고 모두 돌아보고 날때쯤
연락을 하면 금새 달려와 다른 곳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머리도 어지러워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누워있고 싶었지만
태연한척 하며 7코스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아침 해장을 할때의 새벽 하늘 같아서는
하루종일 흐릴 것 같더니 의외로 서서히 맑은 하늘이 드러나니 반갑다.
야자수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바다에 붉은 빛이 돌고 이제야 산국이 노란꽃을 피우니
서울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고 비로소 제주에 왔다는 느낌이든다.




제주 땅은 모두가 돌로 이루어져서
흙의 두께가 십센티도 되지 않는 것 같고
이런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수명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올렛길 7코스는 외돌개 바위부터
시작되는 모양이고 인정 도장을 찍는 곳이 있다.




금방 곰솔이 우거진 해안 절벽이 나오고
파도 소리가 싱그럽고 해는 중천을 행해 올라가고 있다.
예전에 왔을때는 돌을 만져 보지도 않았는데
구멍이 숭숭뚫린 돌을 줏어 바위에 처보니 엄청 단단하다.
아마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친다한들
이런 단단한 돌에는 마모되지 않을 것 같고
이런 절벽은 화산이 폭팔하여 형성될때 물렁한 뜨거운 바위가
차가운 바닷물에 쏟아져 금방 굳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일 것 같다.
이렇게 가정해 보면 수억년전
그대로의 모습도 지금과 같았을 것 같고,..




다시 절벽을 올라오니
솔밭에 섞여 있는 억새가 아름답고
소나무 둥치에 이른 봄에나 피어나는
연록색의 새싹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지며
사계절이 한꺼번에 혼재해 있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한참을 다니니 트림이 심하게 나고 뱃속이 조금 개운해지는 것 같다.




해안가 절벽위를 천천히 걸으며
이런 모양새가 형성될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화산이 폭팔할 당시에는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거대하고 시커먼 먹구름 같은 화산재와 시뻔건 용암이
하늘높이 솟구처 올랐다가 바다로 빠지며 새하얀 수증기를
뿜어 올리는 대자연의 혼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관을 연출했을 것 같다.
소돔과 고모라성에 불이 쏟아지는 장면과 같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