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많이 와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흐렸고 눈보라가 몰아처서
몸서리 처지게 추워서 기후가 별로 좋지 않은 곳이라 여겼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젠가
우도를 돌아볼때 오늘 같은 날이 한번은 있었다.
아마 그날도 오늘같이 따스한 바람이 좋았었다.



걷다가 목이 마를 쯤에 커피전문접이 있다.
나는 인스턴드 봉지커피가
세상에서 젤로 좋맛있는 걸로 알고 있으며
커피 한잔에 3천원이라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집의 마당에 피어난 동백꽃이 아름다워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꽃만 구경하고 찍고 나오면
뒷통수가 가려울 것 같아 큰 맘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커피 한잔이 무려 4,500원이라... 용산에서 점심한끼 값이다.



동백꽃 종류도 여러가지인 모양이다.
이 꽃은 꽃잎이 떨어져 있으나 송이채 떨어지는 꽃도 있다.
완전히 피긴 했지만 싱싱한 꽃송이 전체가
무수히 많이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웬지 슬퍼진다.
결실을 보지도 못하고 영화도 누려 보지 못하고
한창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수가 고향인 손님께 오래전에 들은 얘기...
자신의 친척중에 멸치잡이 배를 두척이나
소유하고 있었으며 꽤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부부 금슬도 좋았는데 아들을 낳지 못하고 달랑 딸하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딸이 열 아들 부럽지 않게 예뻣고
쾌할하고 애교도 넘처서 그야말로 금지옥엽이었단다.
공부도 꽤 잘해서 대학은 서울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 처녀가 고등학교를 2학년을 마칠때 쯤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병원에 가보니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며 잠을 충분히 자고 나면 괜찬아질 거라고 했단다.
부모도 학생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그려려니 했었고 며칠 지나면 좋아지려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날 아침에 밥먹고
학교 가라며 불러도 인기척도 없어 방문을 열어보니
이미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고 너무 기가 찬일이 아니냐고 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앓기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고 하며
그때 그집 마당에 동백꽃이 송이채 무수히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부모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고
열흘도 넘게 물한모금 밥 한숫갈도 먹지 못하더란다.
살아있는 사람은 그래도 목숨이 붙어있는지라
오나가나 자나깨나 울며 지내니 보는 사람도 다 눈물이 났다고 했었다.
딸을 보내고 난후에 진도에서
무당을 불러 진혼굿을 했더니 몇년후에 딸과
비슷한 나이의 신랑이 올테니 영혼결혼식이라도 올려주라 했단다.
그런데 정말로 어느집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그 둘에게
영혼 결혼식을 올려주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해 하더란다.
"굿을 하면 죽은 딸이 살아 돌아 온당가.
재산이 많은들 쓸데가 없는데 먼 소용이당가.
영혼 결혼식을 올린들 손자도 못보는데 먼 소용이당가.
시상에서 자식 잘 되는 거 만큼 기쁘고 존 일이 어딧다냐?"고 하며 혀를 찻었다.
동백꽃이 송이채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웬지 그 손님께 들은 처녀 얘기가 생각나고
죽은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고 슬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동백곷은 그 처녀와 부모의 슬픔이 배어있는 꽃인 것 같다.
제주의 동백꽃은 일시에 피어나지 않고
11월부터 5월에도 핀 게 많았는데 수시로 피고지고 하나보다.




이 집의 마당에는 지금 괭이밥에 단풍이 들었고
다육식물도 싱싱하고 여러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제주는 사계절의 구분이 없나 보다.




펜션의 주인장께 연락을 했더니
처음 출발 했던 자리로 다시 오란다.
나는 세상에서 뚤째 가라면 서러워할 대단한 길치다.
하여 네비게이션을 세상에서 제일 유용한 발명품이라 여긴다.
되돌아 오며 보는 풍경도
처음 보는 듯하니 이도 길치의 장점이기도 하며
방금 지나며 보았던 풍경도 새롭게 보이니 고마울 때가 있다.




아직도 거미가 먹이활동을 하고
맥문동도 싱싱하고 봄에나 피어나야 할 꽃이
만발했으니 여기가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이 보인다.


무신 풀이 이렇게 싱싱한 녹색을
띠고 있으니 내 마음도 겨울이 아니고 포근한 봄이다.
드뎌 펜션주인장과 만나 다른 곳으로 이동중이다.






하늘에 구름이라도 끼었다면
보이지 않을 한라산이 눈앞의 지척에 있는듯하다.
달리는 차를 급히 세우게 하여 내려서 찍었다.
제주 사람들은 흔히 보는 광경인지
별걸 다 신기해 한다고 이상한 듯이 여기는 것 같다.


콩알만한 새빨간 열매가 빈틈도 없이 달렸다.
친구가 이 나무에 대해서 가르처 주었다.
서울 사람이 이 나무를 보고...
"아... 저 빨간 열매가 잔뜩 달린 나무가 먼 나무예요?"
"예... 먼나무예요."
혹시 잘못 알아 들었나 하고 또 묻는다.
"저 나무가 먼 나무예요?"
"예... 먼나무예요."
먼 나무예요?. 예... 먼나무예요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사람을 놀린다고 싸움까지 붙었다나 머라나?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달린 나무의 이름은 "먼나무"란다.





탐스런 귤이 낮은 담장 넘어에 달린 게 참으로 이뿌다.
내 어릴 적 망나니 시절 같았으면
이런 게 모두 서릿감이며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탐스럽게 달린 것만 봐도
무척 신 것 같은 게 입속에 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