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궁궐 속의 사람들.   15-01-24
글쓴이 고태환   2,392 hit
 

1월 18일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말았고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천천히 청경궁으로 왔다.














































하늘이 맑게 개이는 중이긴 하지만
뭉게 구름이 흘러가니 음산하기 그지 없다.



























몇백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은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붙어 자라서 연리목이 되었다.

마치 세상사가 무서워 서로 부둥켜 안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늘이 음산하게 보여서 그런지 수양버드나무와 
단풍나무도 머리를 풀어 헤치고 침묵에 잠겨 있는 것 같이 보이고..





































행여 춘당지에 원앙이가 몰려 있을까 하고 왔더니
얼음만 뒤덥혀 있고 늦게 떨어진 가랑잎이 얼음속에 갇혀있다.
















































언제나 궁궐이라는 곳엘 오면 건축물은
화려하고 멋을 부려 지어 졌다는 생각이 드나
궁궐이란 곳도 사람이 기거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므로
따사롭고 정이 넘치고 안온한 느낌이 들어야 하나
왠지 으스스하고 어딘가에 원혼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언제나 모든 문은 숨이 막히게 꽉 닫혀 있으며
집안의 어느 곳이나 베일에 가려져 있는 듯하고
이곳에 기거하는 모든 사람들은 많은 비밀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며 시원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을 것 같다.

가까운 동료라도 믿지를 못하며 
눈치를 살펴야 하고 눈치가 없이 마음을 열어놓고
하하호호 수다라도 떨게 되면 목숨 부지 하기가 어렵고
반가운 사람과 마주처도 의례적인 공손한 인사만 건네며
입을 꼭 봉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음습한 곳이었다는 느낌도 든다.

많은 궁녀와 상궁들이 오가지만
발걸음도 뒷꿈치를 들고 조용히 종종걸음을 치며
다녀야 하니 언제나 정적에 쌓여 고요에 묻혀 있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인간의 정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지옥이나 다름이 없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나 수행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꼭두각시들만 오가는 무서운 곳이 궁궐이었을 것이다.

















































가끔씩 사화라도 생기면 드넓은 궁안에서

정적을 깨는 고함소리와 비명 소리에
모두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하게 뜨고 자신이 나쁜 일에
연루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 같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야심도 강하며
각종 범죄나 역모나 권모술수가 난무했을 것이고
이을 견제해야 하고 나를 견제하는 무리를 무너뜨려야 하니
언제나 가자미 눈을 하고 다니며 모든 이의 눈치를 살펴야 했을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서늘한 기운만 감돌며
사람이 마음을 열어놓고 살아갈 수 없는 서슬이 퍼런 곳이었을 게다. 





































내 살던 고향의 풍경은...

언제 어디서나 길을 가다가도,
빨래터에 앉아서도, 들에 나가서도
얼굴만 마주치면 반가워 손을 맞잡았고
사람만 보았다 하면 온갖 수다를 떨며 마음을 열어놓고 지냈다.

우물가에서는 동서나 시어미 시누이의
흉을 보았고 정자나무 아래서는 노인들이 모여앉아

며느리 흉이 난무했으니 
언제나 소소한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지만 서슬이 퍼렇지는 않았다.

아침에 한바탕 싸우고도 저녁에 나물전이라도 붙이면
채반에 두어조각 담아 담넘어 건네 주었고 또 흉을 보고 싸우며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가며 한평생을 지냈는 게 내 고향의 모습이었다.

언제나 하늘을 무서워 했으니
도의에 크게 어긋난 행동을 자제하며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지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무때나 어디에서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났다하면 흉을 볼 수가 있었다는 것도
또다른 불만의 표출구였고 소소한 싸움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고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가며 화목을 다지는 방법이 아니었나 한다.

궁궐안에서는 제 안위를 위해서 파당을 지어
남을 제압해야 하고 나아가 상대의 목숨을 빼았는 일이 허다하고
심지어 삼대를 몰살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작은 시골 마을은
궁궐내에서의 살벌함과는 거리가 먼 행복함이 넘치는 곳이었다.

낮은 담장안에 고만고만한 초가집의 지붕이
봉글봉글 솟아있고 방안의 아랫목은 얼마나
따사롭고 정이 넘처났으며 사람의 도리를 깨우처주는
할머니들의 입을 통하여 옛날 전설이 솔솔 새어 나오던 곳이 아니었던가.

궁궐같이 넓은 마당이나 방안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으니
오손도손이란 말은 있을 수가 없고 목소리도 커져야 하고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모두가 잘 살게 되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도
넓은 집에서 화려하게 치장해 놓고 살고 싶을 것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도 방의 크기에 비례하여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하여 큰 부는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례하여 멀어지게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경사스런 일은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고향에서는 온마을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태어났으나
이런 궁궐안에서는 아기가 태어난다면 경사를 누리는 이들은 몇사람에 불과할테고
시기와 질투속에서 저주를 받으며 태어나는 아기들도 많았을 것 같다.

수백년에 걸처서 이런 일만 되풀이 되었으니
어찌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가 있겠는가.

많은 교회에서도 예수님의 참사랑이 사라진지 오래된 것 같고
절에서도 부처님이 멀리 출타하신지 오래되었을 게 분명할 것 같다.



























































따뜻한 봄이 와도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와도
거을에 션한 소슬바람이 불어와도 더위를 식혀줄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도
드넓은 궁궐안 사람들이 마음 속에는 스산한 구름만 흘러갔었을 것 같다.

일월오악도 앞의 높은 용상에 앉아서도
어느 신하가 역모를 꾀할까 좌불안석 신하의 눈치를 살펴 보아야 했고...


신하들의 마음속은

비록 몸은 구부정하게 굽혀 왕에게

예를 표하고 있는척 하지만 그 속내는 어떻게 왕을 요리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대대손손 권력을 지속할 시킬수 있을까 하고 머릿속이 어지러웠을 것이다.

이런 곳이 궁궐이었고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숨통 막히는 곳이었을 것 같다.




에구 졸려 낼 아침에



 


허경무 16-11-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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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멋있지만 글을 어찌이리 잘 쓰시는지.....부럽습니다.
대단한 내용이 아닐지 모르나 이렇게 꾸준히 써올수 있는건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특히저같이 말재주 글재주 없는이에겐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가지 걱정이 되는점이 있긴하네요~ 이런필력이라면 필시 언변도 대단하실테니 금강전자갈땐 정신 바짝차리고 가야겠다는....하하하 농담입니다~~  곧 찾아뵐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