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난 후   04-02-23
글쓴이 고 명섭   4,272 hit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난 후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쉽게 답변하지 못할 것이다.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물으면 이 또한 어려울 것이다.
한동안 후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경제의 흐름에 작은 일조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스스로의 위안이 더 큰 답이다. 무슨 의미냐면 오디오를 팔고 사면서 돈이 오고가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를 산 돈으로 이곳저곳에 가서 사용을 하면 돈은 돌고돌아 경제의 흐름에 일조(^-^)한다고 하면
다 웃을 것이나 지금은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하였다.

두 영화를 보면서 저 영화들이 어떤 메세지를 던지냐에 주안점을 두고 보니 재미가 덜하다.
그저 영화만 보면 될 일을 따지기는 왜 따지는지 그리고 제 자신의 주제 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래도 본 소감 몇 자...

실미도는 독재정권 하에 자행되어온 인권말살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면 너무 과할까?
죄인에게 그 죄에 대해서만 묻고 다른 굴레를 씌우면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탕발림에 속아 북한공작원이 되고 또 필요없을 시엔
하시라도 죽일 수 있는 독재정권은 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을 연좌제라는 굴레로 자손이 이어받아  
작은 죄(죄는 나쁘다)로 사형이라는 엄청난 형벌을 받는데 그것도 모자라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 권력의
횡포에 짖눌리는 약한 인간(국민이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좌제!무서운 형벌이다.당해보면 안다. 내가 육사시험을 보고 최종합격을 기다리는데 이 대목이 큰
죄목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낙방했다. 큰형님도 군생활이 이상하게 꼬였었다.
무섭기만 한 세월과 세뇌 교육으로 아직도 이런 글을 쓰면서 누가 잡아가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조금은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영화가 나오고 더한 얘기도 할 수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다.

주인공 설 경구가 원희를 죽이는 장면은 잔인하기 그지 없으나 자신들끼리 동고동락하면서 생긴 끈끈한
사나이들의 우정과 믿음, 그리고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시켜야 하는 처절한 공작원들의
현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쁜 자식이지만 언제나 어머니 마음 속엔 내 자식이듯이 어머니의 낡은
사진을 3년이나 몰래 품고 다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떠한 것으로도 끊을 수 없음을 잘 보여준
대목으로 6.25가 배경이 된 오랜 영화 '증언'에서 소년북한군이 총을 쏘면서 죽을 때 "엄마!"하고 외치던
그 장면이 불현듯 스친다.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 "엄마!".

태극기 휘날리며에선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전쟁은 언제나 아무 것도
존재시키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주인공 이 진석(장 동건)과 영신이 살아남아 자식이 생겼다면 그 자식들
은 연좌제라는 저질러지도 않은 죄를 안고 태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실미도가 나왔으면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을 것이다.

웅대한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나 유해 발굴하는 첫 장면에서 'IBM'이라 쓰인 노트북이 나오는데
글자가 뒤집어져 있다.그리고 압록강 가까이에서 날리는 눈발이 아직도 스트로폼이나 그 외 다른 것으로
만든 눈이라는 걸 금방 알겠다. 그리고 북한군이 되기 전 동생(원 빈)을 죽이라 명령한 대대장을 돌로 쳐죽
이는 장면에서 대대장은 북한군에 붙잡혀 끌려가나 주인공인 장 동건은 왜 잡히지 않고 정보가 많은
대대장을 죽이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지에 대한 상황 설정이 어설프다. 옥에 티다.

두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된 우리 영화에 우리가 얼마나 굶주렸는지를 잘 보여준다.좋은 영화였다.
두 편 모두 욕이 너무 많아 애들 생각도 해 보았으나 벌써 아이들은 이런 욕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정도로
사회가 더 망가졌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 더 훌륭한 영화 많이 만들길 기원한다.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만든 오디오를 우리가 쓰고 또 수출하는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