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어느 손님의 쾌유를 빌며   04-02-02
글쓴이 고 명섭   4,435 hit
 
    어느 손님의 괘유를 빌며


그 손님께서 샵을 찾으신 건 대략 칠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인데 사무실 직원과 같이 오셔서 견적을 받아가시고 몇일 지나지 않아 구매를
하셨다.오셨을 당시에 아버님을 생각나게 하셨던 분이다.하시는 일이나 조용하시고
점잖은 모습 등등. 아버님은 90년 암으로 돌아가셨다.그 후론 아버님과 분위기가 비슷한
분을 만나면 문득문득 아버님을 생각하게 된다.



아버님께서 큰 병환을 얻기 전까지 사무실에 나가시면서 일을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큰 병환이 있음을 알게되어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잠시 시간을 내서 큰형님과 같이
사무실 정리를 하고 오셨다. 사무실에 나가시지 못할 걸 알고 계셨던 것 같다.그
상황이 상상이 간다.당신이 하시는 정리는 인생에 대한 주변정리였을 것이고,동행한
형님은 아버님을 보내드리는(?) 정리였을 테니 두 분 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을까?

팔 개월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아버님보다
힘들고 어려운 분은 없었을테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어머님은 어떠했을까? 돌아가시기
삼 주 전부터는 입술이 다 타고 의식이 없으시며 링거에 생명을 의지하고 계셨다.이제는
도저히 가망이 없었고 의사의 권고도 있어서 형제들이 상의하여  편안히 보내드리고자
집으로 모셨다.집으로 오는 앰블런스를 안내하는 형님은 눈물로 인하여 길안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아버님과 같이 뒤에 탄 나와 아내도 눈물이 그칠 줄 모른다.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버님은 다시는 이 길을 다니시지 못할 것이며......

집에 모셔놓고 모두가 소리 죽여 울었다.형님들과 번갈아 가며 밤을 지켰으나 내려가는
체온계의 눈금은 올리지 못했다.체온이 떨어지며 땀을 비 오듯이 흘리셨다.어려울 때에는
무엇인가에 의지하며 기도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나도 기도를 했다.그러나
기도도 소용이 없었다.결국 다음 날 아침 10시 경 운명하셨다.

  

그 손님은 연세가 높으신 분이라 가끔씩 안부 전화를 드렸었다.그런데 이 년 전에 사무실로
전화를 드렸더니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데 이제는 사무실에 나오시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사무실 정리도 다 하셨다고 한다.많이 편찮으시다고 한다.하루 속히 쾌차를 빈다는 전언을
구하며 전화를 끊었다.사무실 정리라는 말에 갑자기 아버님 생각이 났었다.

작년에 그 손님의 전화를 받았다.많이 좋아지셔서 바깥출입을 하실 정도는 된다고 하신다.
무척 반가왔었다. 그런데 목소리엔 기운이 없었다.이제는 오디오도 듣지 못한다고 처분을
했으면 하신다.인기가 좋은 물건이지만 선뜻 매입하기가 민망하여 그냥 두시고 가족들로
하여금 쓰시도록 권했으나 쓸 사람이 없다고 하셔서 처리를 해 드렸다. 생전에 주변정리를
하시는 느낌이 들어 또 한 번 아버님 생각이 났다.

그래도 쾌차를 빌어본다.전화드린다는 게 꼭 뭔가를 확인하는 느낌이 들어 전화드리기조차
수월치는 않다. 꼭 나으셔서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기원해 본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도 같이 기도해 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Cesar 13-01-1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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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real pleasure to find smooene who can think like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