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고요를 희롱하며...   14-11-30
글쓴이 고태환   1,843 hit
 

오늘만 지나면 달력이 달랑 한장만 남는다.
또 한해가 속절없이 지났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거리에 캐롱이 울려퍼졌는데
이젠 나라 전체가 내마음 같은지 조용하기만 하다.

하늘은 어둡고 흐리지만
손님 집에 방문키로 했으니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하고 답답한 가슴
션하게 뚫어 볼려고 두물머리로 달려가 보았다.
















하늘도 잔뜩 심술이 났는지 흐려 있지만
차창을 여니 깨끗한 찬바람 가득 들어와 가심이 다 시원하다.

대로에 차도 몇대 없고 뻥뚫린 길이고
새벽을 가르는 건 이런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면경지수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적막감이 들고 강건너 산위에 히미한 안개도
정적을 깨뜨리지 않을려고 소리없이 넘나들고 있다.

이런 무채색의 풍경도 멋지게 보인다.

한여름 무더위에 풀숲에 노닐던
온갖 생명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고
모든 초목들도 겨울 채비를 마첫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강안쪽에서 마을을 바라보니 모두가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이 시간때 쯤으면 집집마다 
아침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야 할텐데...
이젠 세상도 바뀌었고 연료도 바뀌어 연기가 없다.

어릴 때의 새벽에는 어머니께서
머리에 하얀 수건 쓰고 조리로 쌀이는 소리에
새벽 잠을 깻었고 아궁이에서 나뭇가지 타는 탁탁 소리가 경쾌해었다.

밥짓는 어머니의 수고로움이 
나이드니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닿고
그 시절이 행복했었다고 여겨지며 새삼 그리워진다.

이젠 모두가 넉넉해지고 편해져서
그런 수고로움도 없어졌고 귀한 것도 없어진 사회가 되었다.



















































베에토벤은 숲길을 산책하며 사색을 하고
작곡의 영감을 얻었다지만 이런 조용한 곳을
걸었으면 고요하고 편안한 명상곡만 작곡했을 것 같다.

온갖 생각이 뇌리에 떠오르다 사라지지만
워낙 둔하니 멋진 시로 이어지지 않아 이도 한심하다.































































































바람도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물을 깨우지 않아 미동도 하지 않고 고요만 감돌고
안개가 물러갔다 몰려오기를 반복하니 뒷배경이 없어져 더욱 깨끗해졌다.

혼자 깨어 고요를 희롱하며 다니자니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고요와 안개와 면경지수와 나목과 갈대와 내가 일체가 된 느낌이다.

이런 멋진 곳을 혼자서만 만끽하며
호젖하게 걷는 것도 좋지만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그의 기분도 맞추어 주어야 하니
부담으로 작용할테고 이런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여행도 혼자해야 모든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오롯이 즐길 수 있듯이...

누군가 세명 이하로 다니면 여행이고
네명 이상이 되면 관광이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여행은 배움과 깨달음의 장이고
관광은 우루루 몰려 다니며 보고 즐기자는 뜻으로 들린다.
















































오리 두마리가 고요를 깨고 버드나무 위의 하늘로 날아갔다.

큰 버드나무에 수많은 잔가지가
많이도 돋아나 뒤엉켜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잘 살펴보면 죽은 가지도 솔찬히 많이 있다.

나무는 이런 수많은 가지를 스스로 통제하며
어느 가지는 키우고 어느 가지는 도태시킬까 고민하며 
커갈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아무런 의식이 없이
우리의 손발톱이나 머리카락 자라듯이 저절로 자랄 것 같다.

아마 신이 이 모든 걸 관장하고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곳이 삼년전에는 유기농채소를 가꾸던 비닐하우스 촌이었다.

온갖 비닐조각들과 스티로폼이 널려 있었고
퇴비 썩은 검은 물이 강으로 스며 들어 불결해 보였는데
모두 철거되고 공원으로 꾸며 놓으니 한결 깨끗하고 좋아 보인다.



























강건너의 외딴집에도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고요에 잠겨있다.


이 넓은 곳을 오롯이 혼자 독차지 하여 새벽을 보내고 출근...




출근을 하니 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요즘 자영업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지내세요? 사업은 자알 되시지요?"
하고 물으면 모두가 세태를 한탄하며 죽을지경이란다.

모두가 희망이 없고 앞날이 암울하다며 침통해 있는 것 같다.

오디오 업계에도 뭐가 조금 팔릴 기미가 보이고
소규모 수입사에서 열심히 광고를 하여 브랜드를 가치를
조금 높여 놓으면 대기업의 자회사라는 곳에서 후딱 가로 채가고
소규모 수입사들 끼리도 서로 브랜드를 뺏고 뺏기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광에서 인심이 우러 난다는데
경기가 너무 어려워지니 과도한 경쟁으로 변했고
사회를 지탱하는 일말의 도덕이라는 가치도 옛말이 되었고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밥까지 뺏는 몰염치한 사회가 된 것 같다.

양심이니 염치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2차대전때 히틀러가 독일 국민의
우월성과 배고픔을 해결해 주겠다 강조하고
남의 나라를 짓밟으며 엄청난 살육을 저지르는
전쟁을 벌일때 7000만 국민의 대다수와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었고 모두가 공범자였다며 반성하는 책이 나왔단다.

그 당시에 독일 국민의 대부분이
희망에 차 있었고 생활도 모두가 넉넉해졌고
국민 모두에게 자가용인 딱정벌레 차를 주겠다는데 현혹되어
정권의 모든 불의를 눈감아 주고 지냈다 하니 동참자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
나라를 지키는 전함을 건조한다 해놓고
고기잡는 어선을 만들었고 해외에 자원개발한다며
엄청난 돈을 퍼붓고 허사가 된 게 모두 고관대작들이
뒷돈을 챙겨 자신의 이익만 꽤하려는 수작인 것같이 보인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과 처벌할 사람들이
모두 한통속일테니 빨리 덥어 버리고 국민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바쁠 것도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이에 대한 책임의 일부분이 내게도 있다고 여긴다.

마치 나는 착하기만 하고 모든 게
남의 책임인양 적어 놓고 보니 이도 어색하다.

괜히 이 지면만 아깝게 사용한 느낌이다.








































면경지수로다.




 


이인숙 14-11-30 21:24
 
멋진작품에 탄성을~
자연과 작가님 하나되었네요...
     
고태환 14-12-01 14:49
 
어이구!!! 원장님 납시었습니까?

오랫만에 뵙습니다. 별고 없으시지요?

이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한가로워질 것 같습니다.

씰데없는 일에 바빠 연락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초롱 14-12-01 21:42
 
면경지수라 하셨나요
어쩜 거울에 비추인 풍경처럼 데칼코마니 아름다운 풍경 수묵화처럼
아름다워요..
글이야 말할수 없이 주인장님의 해박한 지식과 아름다운글로 어지러워진 마음 다스리며
마지막 남은 달력과 지나온 시절의 복잡해진것  정리하는데 커다란 도움이..감사드립니다.
     
고태환 14-12-04 14:14
 
이런 사진은 어디에나 너무나 많아서 찍으나 마나 같습니다.

말도 안되는 글자만 나열한 것 같고
다른 사진 주제를 찾아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이젠 사진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CBK 14-12-02 11:16
 
농부들 처럼 *그려러니* 하다보면 새봄이 돌아오듯이 사장님도 이런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다보면 평안하고 행복한 더 좋은날이 오겧지요. 바라고 믿습니다.항상 감사합니다.
     
고태환 14-12-04 14:15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