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나무 마음, 내 생각.   14-12-04
글쓴이 고태환   1,670 hit
 

월요일에 산길을 걸어서 출근을 했다.

길 위에 하얀 눈이 살짝 내렸고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 나목이 되었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니 높은 곳의 나뭇가지가
소리없이 흔들리고 모든 벌거지들이 자취를 감추고 
없으니 산속이 작막강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간혹 멀리서 까치 녀석들이 울어대다가 날아가며 정적을 깬다.


















해가 떠오르니 느낌은 따뜻하게 보이나
대단히 춥고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아카시나무에 무슨 연유인지
누군가 노끈을 매어 놓았다가 잘라 버리고
노끈만 남아 오래되니 까만 먼지가 달라 붙었고
나무가 굵어지니 묶인 부분에 깊은 자욱이 생겼을 것 같다.

여름에는 검푸른 잎이 무성했으니
보이지 않았으나 잎이 모두 떨어져 나목이 되니 보인 게다.

















시간도 넉넉하고 다른 찍을 거리도 마땅치 않아
주머니칼을 꺼내서 십여분 정도에 걸처 노끈을 잘라
뜯어내니 원둥치가 이런 잘록한 모양새가 나와서 어색하다.

아마 어느 등산로 입구에나 여행 안내 팜프렛을
비에 젖지 않게 비닐봉지에 넣어 걸어 놓은 게 많은데
이 나무에도 그 비닐봉지를 걸어 두었던 노끈과 비닐 같다.

이 비닐 봉지를 걸려고
나무를 묶은 사람은 나무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이 자신의 편의만 알고 
악의가 없이 큰 폭력을 행사한 꼴이 된 것이고
나무는 어떻게 하든지 살아 남을려고 햇볕을 받기 위해
위쪽으로 둥치와 키를 키울려고 가진 애를 다 썻을 것이다. 

이 비닐을 벗겨낸 나도 나무에 대해
선행을 배푼다고 열심히 벗겨 냈지만
연약하게 된 부분에 동해를 입을지 모르는 형국이 된 것 같다.

동해를 입어 내년 봄에 새싹을 튀우지 못하면
나무에 대해서 선행을 한 게 아니라 되려 악행을 한 것이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나 어떤 행동이
상대에게 큰 용기를 심어 주거나 절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동기 한사람은
가정 형편이 너무나 어려워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으나 선생님의 격려로 기성회비도
내지 않고 무사히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대학까지 어렵사리 졸업하고 무난히 공직생활을 마칠 수가
있었고 지금도 그 선생님을 은인으로 여기며 섬기고 지낸다.

또한 이 선생님은 편견이 심하신 분이었던 것 같다.

공부를 못하고 숙제 조차 해오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듣기에 민망한 가혹한 말을 마구 뱉었었다.

"너는 똥만 생산하는 기계다.
이런 빙신같은 눔이 다있어.. 일학년도 풀 문제도
풀지 못하는 거야... 나가 당장 죽어라!!" 며 폭언을 일삼았었다.

선생님께 푹언을 당한 친구를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런 나쁜 시키가 선생 자격이나 있는지 모른겠다며
사삽년이 넘는 세월에도 그때의 상황을 금방 격은 것 같이 분해 했었다.

한 사람의 내면에 감추어진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다.

아마 다혈질인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되었어도
이런 분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부모나 선생님의 생각없는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고 한다.

사람도 제 아무리 역지사지 한다고 노력해 봐야
위의 선생님과 같이 자신의 입장만 표출하는 경우가 많을테고..

세상의 모든 생물은 어차피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창조 되었으니...

오늘 나무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나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며 벗겨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생물이 제 아무리 선행을 할려고 해도
상대의 입장을 정확하게 헤아릴 수가 없으며
자신의 생각밖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확실하다.

종교를 창조한 이도 신의 거룩한 뜻은 알 수도 없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신의 영역과 의중을 헤아려 보고
신께 영광을 돌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인간 사랑은 뒷전이고
거대한 성전을 지어 신께 아부하는 것 같이 보이니 내 생각이 꼬부랑 하고...

비싼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여 지은 
웅장한 교회나 절을 보고 하나님과 부처님은
절대로 고맙거나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내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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