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누워서 침뱉기.   14-12-25
글쓴이 고태환   2,013 hit
 
12월15일 퇴근 시간에는 비가 오더니
한시간남짓 지나 집에 가까워 오니 함박 눈이 쏟아 부었다.

아직도 어린같이 철이 없어서 눈만 내리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 강아지 마냥 뛰어 다니고 싶어진다.



































오랫만에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을 보니
평소같이 그냥 집으로 가서 저녁먹고 잔다는 게
너무 아까워 동네에 아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도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오고 통화가 되어도 길에서 미끄러질까
무서워 못나오겠다는 답변만 돌아오니 갑갑하기 짝이 없다.

이이들이 벌써 미끄러지는 게
두려운 나이가 된 것 같이 느껴지고
내가 갑자기 확 늙어 버렸나 하는 생각과
아직도 철부지를 벗어나지 못해 촐싹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려면 어떠랴.
내 기분이 좋으면 그만이지 하며
혼자서 곡차한잔 하고 들어갈까 하다가
잔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서 볼록배 아줌마를 나오라하니...

예의 또 그 눔의 잔소리 세례를 마구 퍼붓는다.

"지금 머라고 하는거야...
빨리 집으로 와... 밥차려 놓으니까 왜 이래.
애들도 아니고 이제 어른이 되었는데 눈오는 게 그렇게 좋아?"

눈도 퍼붓고 잔소리도 퍼붓고...

"알았어... 아줌마...
여기 포장마차집 샥시 손을 꼭 잡고 한잔하고 갈께."
하고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볼록배 아줌마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다.

진짜로 샥시 옆에 딱 달라 붙어앉아
정답게 손을 꼭 잡고 곡차를 마실까 염려하여
기를 쓰고 위험한 눈길을 헤치고 허겁지겁 달려올 것이라는 것을...


























아줌마에 대한 내 예측은 언제나 정확하다.

십분도 되지 않아 아줌마가 우산을 쓰고
무장공비같이 소리없이 출몰해서 또 잔소리가 늘어졌다.

이젠 그 잔소리에도 면역이 되어
귓전만 울리고 아무런 소용도 없건만
그 잔소리하는 걸 책임과 의무라고 알고 있는 게 확실하다.

울집 남자 셋은 밥보다 잔소리를 더 많이 먹고 살아왔다.

나는 확실히 놀부아부지가 맞다.
남의 흉을 보는데 이골이 났고 또한 재미나니 말이다.

또 이런 얘기를 잔뜩 쓰놓았다고 잔소리 들을 게 뻔하고
자칫하면 어퍼컷에다 이단옆차기가 날아와 코피가 터질지 모른다.

기왕지사 얻어터질 바에야 확실하게 흉을 보고 지나가자.ㅋㅋㅋ

울집 아줌마는 때에 따라 별명도 여러가지로 불린다.

40대 중반까지는 임신 8개월정도였는데
50이 넘어가니 완전 만삭이 되어 뒤뚱거리며 다닌다.

한껏 부른 배를 부여안고 모로 누워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잘때는 옆으로 늘어진 배가
흡사 우리에 가두어 키우는 돈을 닮아서 볼록배아줌마.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악다구니를 쓰며
잔소리가 폭포수같이 쏟아질때는 크산티페아줌마.

배가 무거워 뒤뚱거리며 다닐때는
얼마나 힘이 들꼬하는 측은지심이 발동할때는 예쁜 짱뚱어아줌마.

몸매가 그러하니 누구나 흔하게 듣는
사모님이란 호칭은 좀처럼 들을 수가 없고
딱하게 보일때는 내가 일부러 "싸모님 아줌마"라 불러줄때가 있다.

아주 가끔씩 온갖 정성을 다해서 거하고 푸짐한
밥상과 곡차까지 준비한 날은 황후마마 아줌마로 불린다.

오늘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내복이라도 두어겹 껴입고 집에 가야 덜 아플 것 같다.

요즘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도
여보 당신이란 말을 잘도 사용하는 걸 보았는데...
오랫동안 한집에서 같이 살아왔건만 아직도 부끄러워
그런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어이... 아줌마"라 부르며 지낸다.

에구!!! 에구!!! 적어 놓고 보니 누워서 침뱉기를 하고 있네.

그래도 눈이 오니 기분이 좋고
다음날은 보름만에 한번 쉬는 휴무일이고
어디가서 멋진 설경을 찍을까 상상하니 마음이 설렌다.

눈온 다음날 새벽을 맞았다.
네시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어디를 갈까
망설여도 도대체 멋진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작정 집을 나왔다.
임진강에 가면 하얀 눈밭에 두루미가
잔뜩 모여 있을 것 같아 마음을 설레며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다냐?
우리 동네의 산에는 눈이 새하얗게 쌓여 있는데
일산 가까이 오니 눈이 온 흔적도 없고 실망이 크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니 눈물이 저절로 나오고 손끝이 아리다.

임진각으로 가는 길 옆에 일산이 나오고
호수공원의 풍광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별로다.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호수 속에 자갈이 있고 자갈 청소를 잘 해 놓았고
맑은 물에 바람이 불어오니 파도에 일렁이는 물속의 모습이 이뿌다.







































임진각까지는 못가고 한적한 시골 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밤에는 며칠내내 눈이 내릴 것 같더니 화창한 날이 펼처졌다.







































두루미는 보이지 않고 기러기가 큰 무리를
이루고 있다가 나의 출현에 모두 하늘 높이 날아 오른다.

그런데 멀리로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 내려 앉는 것 같다.

















































기러기떼 힘차게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가니
내 마음도 함게 창공을 날으는 것 같고 너무 션하다.

그런데 손과 발은 우째 이리 시리고 따갑다냐.



















































멀리서 온 손님이어서 반갑고
이뻐서 가까이 다가가 예쁘게 찍어 주고 싶은데
이녀석들은 모두 나를 무서워 하며 멀리로 도망 가기 바쁘다.

흩어져서 아주 먼곳으로 갈 줄 알았더니
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으며 천천히 집결하고 있다.

아무래도 내 얼굴이 험악하게 생긴 까닭일테고
이제 차에서 내리지 말고 얼굴을 비치지 말고 찍어야 쓰것다.



























































예전에 기러기를 망원경으로 본 아이가 나한테 물어보았다.

"아저씨... 왜?? 기러기는 논에서 걸어다니며
벼의 낟알을 줏어 먹고 다니는데 물갈퀴가 달려 있어요?
오리같이 물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헤엄도 치지 않잔아요?"

"그건 말이다. 어... 어...
땅에 내려 앉을때 브레이크를 잡기 위해서란다.

뱅기가 땅에 내려앉을때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위해서 날개를 접는 것과 같은 이치지.

그리고 기러기는 실제로 물에서 놀기도 하며 물풀도 뜯어 먹는단다."

아이가 자꾸만 묻고 또 묻는데 아는 게 없어서 혼이났고
궁색한 변명을 했는데 아주 틀린답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기러기가 바닷물에 내려 앉아있는 걸 본적이 있다.































































물갈퀴를 보니 오리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리지날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오리도 지라ㄹ발광을 하면 날아갈 수가 있는 게 오리지날이란다.

두루미는 구경도 못하고 기러기하고만 놀다가 집으로,,,,







































































중랑천에는 여름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남쪽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휴무일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갔다.



 


초롱 14-12-25 21:11
뎃글 삭제  
땅에 내려 앉을때 브레이크를 잡기 위해서란다...
이말이 사실인지 다음에 유심히 봐야겠어요

사람이나 견이나 눈오면 모두 좋아라 하는지
눈오면 현관 바닥에 얼룩이 상당해지고 지저분에다 벌써 걷는게 지장이 있건만
하늘을 보며 내리는 눈을 보면 상상력이 발동한다
겅중거리고 싶으니 개때도 아니면서 개같이 발발거리니
아마도 이증상은 아주 오래갈듯 싶다.

다음주초에 눈이나 비가 온다니 그눈이 내리면 나도 눈을 맡으면서 걸어봐야겠다.
속으로 다짐합니다,
아기예수 오신날에 ~~축하하면서 이땅에 평화가 깃들길~~
고태환 14-12-26 21:52
 
눈이 오면 확실하게 풍년이 든다합니다.

내려오는 도중에 공기속의 질소를 묻혀 내려와서 그렇다 합니다.

하니 아니 즐거울 수가 있겠습니까?
초롱 14-12-26 21:58
 
오타가 났는데 수정을 어찌해야하는지 에구~~
앵경을 또 하나 써야하는지 댓글 수정하고 싶은데 삭제가 되는것 같아요
과학적인것은 몰라도 눈이 내리면 즐겁습니다..
저 높은곳에 눈꽃 구경은 못가도 상상이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4년 마무리 잘하시고
새로운 계획으로 2015년을 맞이하시길~~
독자인 저로서는 참 감사드립니다..꾸우벅
     
고태환 14-12-30 12:12
 
몇글자 틀려도 괜찬습니다.
저는 수도 없이 많이 틀렸을겝니다.

뜻만 알고 넘어가면 되지요.
ehl29777 14-12-29 20:52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남겨요 ~~~

such a beautifu photos I have ever seen...

SO~~~~ good!!! 이에요...
     
고태환 14-12-30 12:11
 
이미륵선생님 책을 잘 보고 있습니다.

과찬은 저같이 덜 떨어진 사람을 교만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