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철새인 백로들이 요즘은
겨울이 닥처도 먼 남쪽인 강남으로 가질 않고
계속 텃새로 남아 서울에서 거주할 생각인 모양이다.
나야 이런 녀석들을 이쁘니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게 싫지는 않지만
잘못하다간 얕은 물속에 서식하는 작은 치어들이 씨가 마를까 걱정이다.
이제는 이 녀석들이 여름철새라고
적혀있는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를 고처야할 것 같다.
영하 10도가 넘어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12월 21일 일요일날 새벽에 백로 시키들이
아직도 왕숙천을 지키고 있을까 궁금하여 집을 나섰다.





왕숙천 본류가 가까운 지류를 지나는 길이다.
요놈은 겨울철새인 쑥새란 눔이다.
왕숙천가에 내리자마자 밭울타리 옆의
환삼덩굴에 앉아서 나를 응시하고 있어서
급히 사진을 찍었더니 환삼덩굴의 씨앗을 떼어먹고
연신 내 눈치를 살피다가 날아갔는데 너무 이뿌고 구엽다.
요 이뿐 녀석들은 시베리아나 캄차카반도에서
여름에 번식을 하고 겨울에 날아와 봄에는 다시 돌아가는 녀석들이란다.
먼거리를 날아와서 무척 배가 고플테니 많이 많이 먹거라.



왜가리 한무리에 속에 섞여 있는
이 백로 한녀석은 군계일학이 아니고 군왜일백이라해야 맞남?
왜가리 녀석들은 이 매서운 추위에
발도 시리지 않는지 물속에 패잔병같이 서서
목을 한껏 웅크리고 하염없이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다.
털도 없고 나약해터진 포유류인 나는
따뜻한 외투를 입고 잠시 차밖으로 나왔건만
손과 발이 얼터지는 것 같고 귀에는 감각조차 없다.
아마 귀가 얼어서 잘못만지면 부러질까 겁난다.

갑자기 추위가 닥치니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오리들은 신이나서 자맥질까지 한다.
이 녀석들의 털로된 옷을 입었으니
몸은 따뜻하다만 손발이 말이 아니게 시렵다.
이젠 추위도 무섭고 더위도 무섭지만 꿋꿋이 견뎌 내야지.



멀리서 스무마리 정도의 백로가 있길래
숨어서 살살 다가갔건만 어느새 눈치를 챗는지
금방 알아차리고 한두마리씩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로 가버렸다.




빛이 좋은날 새하얀 신사 백로가
큰 날개를 활짝펴고 하늘로 시원스럽게 날아올라
활공하니 그 날개의 하얀 빛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손발이 얼어터지고 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도 마음만은 시원하다.




물안개 가득 피어오르는
강가에 백로 두마리 우두커니 서 있는 곳에
흰뺨검둥오리 날아오니 소가 닭처다 보듯하고 있다.
모든 게 귀찬고 혹독한 추위와 싸우기도 버거운 모양이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니
한녀석만 남았다가 이 녀석마져도 날아 올랐다.
어느 것이든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인다.
백로를 뒤에서 역광으로 보는 비상하는 모습은
흑백 사진같이 보이고 날개와 다리만 커다랗고 길고
살이 하나도 없이 비쩍 말라 비트러진 막대같아 너무 볼품이 없다.
아마도 닭같이 살이 통통하여 먹을 게 있다면
인간들이 잡아다 사육하며 가축으로 만들었을텐데
뼈만 가득하고 먹을 게 없으니 사람들에게 외면 당했을 것이다.
어머니 돌아가실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염을 할때 이승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처참하고 참담하고 안스러웠다.
이승에서의 모든 미련과 오욕을
훌훌 털어버리고 뼈에 간신히 걸처진
살가죽만 남아서 원래의 본향으로 돌아가셨었다.
뽀얗고 볼록하고 탐스럽던 젖가슴도
갈비뼈에 딱 달라 붙어서 이지러지고 흔적도 없어져
젖꼭지만 까맣게 남아 어미니가 여성임을 알 수가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한 삶과 추억에
너무 안스럽고 죄스럽고 미안하고
또한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 갑자기 머리가 혼돈스러워졌다.
다시는 그 미소를 볼 수 없다는
절망감과 슬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장례식 내내 참아왔던 울음과 눈물이 한꺼번에 터졋었다.
이 백로 녀석들도 앙상한 몸이지만
자식을 키울때 너무 강한 볕이 내리 쪼이면
날개를 활짝펴서 빛을 가려주고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폭풍우가 몰아처서 추워지면 포근한 가슴털로 감싸주며 보살핀다.
아무리 작고 앙상한 가슴을 지녔지만
어머니 마음과 품속은 언제나 넉넉하고 따사로운 법이다.
어머니의 품속에는 여유로움과
커다란 관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그럴 것이다.
신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어 주었다는 말은 진리가 맞다.
어머니와 백로는 닮은 것 같다.
백로시키 일기 쓰다가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돌고 울적해지네.







참으로 서슬이 퍼렇게 추운 날씨다.
아마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어 왔다면 사진도 찍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추운 날씨에도 오리시키들은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 아침 식사하기에 바쁘다.


해가 떠오르기 전이 제일 춤고
해가 한참 높이 오르니 서서히 추위가 가신다.
나하고 비슷한 사람이 또 있고 지금 철수를 할 모양이다.




물이 얼지 않은 곳에는 어디에나 오리와 백로가 있다.





얕은 둔덕밑에 있던 백로가 겁도 없이
앉아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갑자기 날아올라 나도 놀랐다.
이런 이뿐 녀석들도 강 전체가 얼어버리면
남쪽으로 날아갈 게 뻔하고 보고 싶어질 게다.
고이헌 눔들... 간떨어질뻔 했다.


기온이 한시가 다르고 오르고
갈대에 빛이 드니 따뜻하게 느껴진다.
차안에 들어오니 그 따뜻함에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몇년전에 손에 동상에 걸렸다가
2~3년 동안은 손가락이 뻣뻣했었는데 조심해야 쓰것다.
이짓도 돈을 주고 의무로나 직업적으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요 며칠 사이 일기는 집에 와서만
쓰기로 하고 본업에 충실하기로 했다.
집사람과 입장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내가 테레비를 볼라고 하면 독차지 하고
곰부따를 할려고 하면 또 뺏고... 언제나 당신 맘대로 하면 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엄청 헷갈리네.
에구 졸려 낼 정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