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얕은 하천이 얼지 않은 곳이라면
백로가 큰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으니 장관을 이룬다.
그런 곳이 지금의 중랑천인데
이곳에서 사진찍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지난 12월 27일 토요일 아침 출근길에 중랑천에 들렀다.
이날도 겨울답게 손이 무척 시렵고
발가락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로 추웠다.
여름 철새가 남쪽으로 가지 않고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틀리겠지만
백조라는 고니보다는 백로가 훨씬 우아하게 보인다.
고니가 멸종 위기종으로 휘귀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라는 발레곡이
유명해서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그런 탓도 있으리라 여긴다.
백조의 뚱뚱하고 뒤뚱거리는 폼새보다
백로의 우아한 걸음걸이와 새하얀 날개를 활짝
폇을때의 멋스러움과 비상하는 모습과 착지하는 모습도 신기하다.



불과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환경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었고
서울에서 나오는 분뇨를 공무원들의 묵인하에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버리던 곳이 중랑천과 왕숙천이었으니
기름값 절약 때문이 가까운 이곳에다 버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한여름에 에어컨도 시설도 없는 시내버스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서 이곳을 지날려면
승객 모두가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야 한다.
요즘 같으면 말도 안된다며 아우설일텐데
당시에는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은듯 잘도 참고 지냈다.
몇년전에 다녀온 필리핀의 마닐라 도심도 이런 모습이었다.
그 당시의 장한평 같은 곳은
허허벌판의 미나리꽝이었고 내살던 시골과 같았었고
잠실도 전부 논바닥이었고 성남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두어시간 정도 스케이트를 타고 놀기도 한 곳이었다.
두메산골 촌눔이 1972년 1월1일 새벽 6시에
서울역이란 곳에 처음 발을 디뎠으니 올해로
만 43년째 접어 들었고 가히 강산이 몇번이나 바뀐 세월이다.



해가 떠오르니 갈대에 고운 빛이 들었고
추위가 누구러져 손이 시리지 않으니 한결 편해졌다.
서울의 도심에 이런 하천이 있고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사람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롭고 복받은 일이며 아닌가한다.
이런 녀석들이 이곳에 있다는 건
주먹이인 물고기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어느 정도는 깨끗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무리지어 있는 가운데서도
머리를 재빠르게 물속에 내리꽂는 녀석들은
운이좋아 지나가는 물고기를 낚아챘다는 뜻이다.
사람의 눈은 앞면만 보게끔 되어 있다.
이 녀석들은 양옆으로 눈이 붙어 있어도
앞면과 옆면을 비롯해 360도를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것 같다.
인간보다 몇백배는 앞서서 진화해온 녀석들이니
더욱 강인하며 더 오래도록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인 것 같다.




몸체는 새하얗고 날씬하며
길고 큰 날개를 활짝펴고 긴 다리로
사뿐히 내려 앉는 폼새가 여간 멋지지 않다.
천사가 새하얀 날개를 달고서
공중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다가 내려 앉는 것 같다.






날아오르는 모습과 착지하는 모습과
성큼성큼 걷는 모습조차 모델 빰치게 멋스럽다.







새하얀 학은 아니지만 학과는 사촌지간이며
모양새도 같고 단지 체격이 작으며 학과 같은 자세로
우아하게 날아다니다 멋진 폼새로 사뿐히 내려 앉으니
그 자태가 나를 매료 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녀석들이다.
발레리나 강수지선생의 자태를 보는듯 황홀하다.

저눔의 변덕쟁이 찍사 양반이
오늘은 우리를 잔뜩 추켜 주니 기분은 좋다만
낼은 또 나뿐 녀석들이라 흉이나 보는 거 아닌지 몰르것어.
에이... 멀리로 도망이나 가자.
낼 정서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