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파문이 사라지듯이...   14-09-13
글쓴이 고태환   5,023 hit
 

사진을 꾸준히 찍긴 했다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찍는데 회의가 들고
어떤 주제 하나를 택해서 나만의 확실한 개성과
주관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드니 사진 찍는게 시들해졌다.

새벽에 왕숙천에 왔다.

날씨가 다소 쌀쌀해져서
팔둑에 소름이 돋았지만 심한 무더위보다 훨 좋다.

천변에 차를 세우고 장화를 갈아신고
개천 안으로 들어갈려니 풀이 키보다 높게 자라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리저리 배회하다 보니
전철 철교위에서 잔잔한 물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물방울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파문이 생겨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아마도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니
이슬이 맺혔다가 떨어지는 것이리라.




































한참동안 물방울 떨어지는 걸 보다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산책하던 노인분이 지나 가다가
유심히 살펴보며 뭘 찍고 있는지 묻길래 물방울 떨어지는 걸 찍는다 하니
별걸 다찍는다고 실성한 사람이 아니냐는듯이 처다보며 혀를 차고 가신다.

내가 지금 나의 행동을 가만히 생각해 봐도
단단히 실성한 사람이 맞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은 아주 불규칙적으로 떨어진다.

크고 작은 물방울이
한꺼번에 후두둑 떨어지기도 하고
하나씩 떨어지기도 하니 파문의 형태가
여러겹으로 일어나고 겹처지니 보기에 좋다.

아주 규칙적인 것 보단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게 마음에 든다.

내 심보가 흩트러져서 그런지
행동이나 집안 정리가 아주 질서 정연한 것 보단 
집안도 조금은 어질러져 있어야 방바닥에 편하게 퍼질러 앉기에
편안해지는 게 어쩔 수 없아 농촌에서 자란 촌눔 근성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매사에 아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분이 있었다.

칼같이 퇴근을 해서 집에 오면
그의 부인이 여섯시 반이 되었다는 걸 알아차리며
집안도 너무 쓸고 닦아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 있어서
행여 내몸에서 먼지라도 떨어질까 겁이 나서 불편스러웠다.

누구와 털털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곡차 한잔 하는 법이 없고 말씀도 최대한 아끼니
실수하는 법도 없고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바뀌는 걸
보지 못했고 신발이 닳을까 염려가 되는지 걸음도 조심스럽게 걷고
언제나 주어진 책무에 조금도 벗어 나는 법이 없이 조용하게 지낸다.

누가 보아도 착실 착자가 얼굴에 쒸여져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같으며 농을 즐기는 내가
혹시 말 실수라도 할까 겁이나서 그분 앞에서는
너무 조심스러워지며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 하기가 겁나니 자연히 멀어졌다.

아마 그분은 나를 두고 망나니라 비웃을 것 같다.

누구나 제 멋에 살며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이 옳다고 생각할 것 같다.














































큰 물방울이 떨어져 동그란 파문이 멀어져 갈 무렵에
다른 또 다른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장면이 재미있다.

어린시절 장마철에 비가 내리면
초가의 처마에서 황토 마당에 빗방울 떨어지고
물위에 반구의 큰 거품이 일어나 둥둥 떠내려 가다가
다른 물방울에 맞아 꺼지고 하는 장면을 하릴없이 바라보곤 했었다.

때로는 국지성 비가 한차례 지나고
해가 쨍하게 비치면 물방울이 무지개 빛을 띠었고
그때 생긴 물방울이 너무 신기하고 곱기도 했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지점. 즉 파문위의
어느 지점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튀는 모습이 다르다.

작은 물방울이 좋은 위치에 떨어졌은지 방울이 높이 솟아 올랐다.

사람도 어느 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장래의 직업이나 삶의 질도 달라지는 것 같다.

두뇌도 비상하여 학업성적도 좋았고 
진취적이며 호탕하고 배려심도 많아 급우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으나 철저하게 챙길줄 모르고 나누어 주는 걸 즐겨하니
언제나 가난하게 힘겨워 하며 살아가는 친구가 안스러울 때가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멋진 친구의 얘기를 들었다.

아주 지독스럽게 온갖 불법을 행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큰 부자가 된 친구가 있었단다.

언제나 자신이 얼마나 큰 부를 축적했는지 자랑을 일삼으며
친구들에게 아주 사소한 것 하나 배풀줄 모르는 친구가 있었단다.

집안에서도 부인에게 엄청 절약을 강요하며
매사에 아낄줄 모른다며 폭행을 일삼고 지냈단다.

푹행으로 인하여 수시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앗으며 그 기록을 가지고
법원에 이혼 싱청을 했었고 이혼이 성사 될려고 하자
부인을 폭력으로 다스릴려고 조폭까지 동원했다가
재산을 반도 넘게 빼았기고 자식까지 등을 돌렸고 자신은 
폭행 교사 혐의로 감옥에 간 불쌍한 사람이 있었다며 원만하지 못한 
성격을 탓한 적이 있었는데 이 물위에 그려진 원을 보며 성격도 원만했으면 좋겠다. 
























































물방울의 파문이 여러겹이 겹처 지나다
서로 엉켜서 다른 문양을 드러내니 이도 멋져 보인다.

사람들 사이도 이렇게 모나지 않게
원만하게 살아갔으면 좋으련만 남보다 직위도 높아야 하고
남보다 좋은 차를 타야 하고 무엇이든지 남보다 뛰어나야 직성이 풀린다.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제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이 제일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 한다.

물위에 그려진 파문이 금방 사라지듯
우리의 인생도 짧은 찰나에 불과할진데
모나지 않게 누이 좋고 매부좋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꼬?

큰부도 한순간에 불과하고
파문 사라지듯할 것이 틀림 없을진데...






 


전복진 14-09-16 08:44
 
주상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우린 좋은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잖아...

큰부도 한순간에 불과하고
파문 사라지듯할 것이 틀림 없을진데... 그런데 인간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조금 더 낳은 삶을 살겠다고 아웅다웅 살고 있는게 아닌감...
     
고태환 14-10-14 17:15
 
서장님 납시었네요.

별고 없으시지요.
김을희 14-09-25 19:23
뎃글 삭제  
물방울 정말 멋집니다 아마 세게에 없을걸에 ㅎㅎㅎㅎ
고태환 14-10-14 17:16
 
아직도 건강하게 잘 묵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