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서 감이란 명사의 상징성은?
수형좋은 큰 감나무에
마알갛게 매달린 탐스런 홍시를 보면
풍요로움과 달콤함과 말랑한 부드러움과
허기를 면하게 해주는 최고 간식으로의 반가움과
고향에 대한 애뜻한 정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감이 주홍색으로 익지만
몹시 떫으며 그냥 먹을 수는 없으니 따뜻한
소금물에 2~3일 정도 넣어 놓으면 탄닌 성분이 빠지고
단맛만 남고 사과처럼 깨물어 먹을 수가 있고 달디달고 맛있다.
이걸 삭힌 감이라 했으며
초등학교때의 운동회날에 맛보는 최고의 과일이었다.
또한 상처가 나지 않게 곱게 따서
뒤주안에다 넣어 놓으면 저절로 빨간 홍시가 되며
오래도록 보관이 되고 한겨울 내내 손님 대접용으로 사용된다.
철없던 시절 어머니가 분명히
집안 어딘가에 감을 감추어 놓은 걸 알고 있으며
어찌하면 훔처 먹을까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시골에도 가끔씩 손님이 찾아 오신다.
멀리 까지 오셨는데 대접할 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맛있고 탐스런 홍시 서너개를
쟁반에 곱게 담아 내오시며 뒤에 서있는 내게 이상한 눈짓을 보내곤 하셨다.
그 눈짓은 맛있는 홍시를 보고도
배가 부른척,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우선 손님께 큰 절을 하고
홍시는 아예 처다 보지도 않고
멀찌기 떨어져 얌전하게 끓어 앉아서
손님께서 언제 몇개를 남기고 가시려나만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또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더 먹고 싶어도 애써서 참으며 많이 주셔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며 한두개는 남기고
가는 게 예의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아마 요즘 아이들같이 금방 달려들어
제가 먼저 먹겠다고 나서면 그날 저녁에는
부지깽이로 종아리에 불이 나야하는 걸 알고 있었다.
억지로 얌전하고 점잔할 수 밖에 없었고
손님은 "참.. 이 집 자제들은 점잔하고 착하네요." 라는 덕담을 했다.
그런 실용성이 떨어지는 덕담보다는 홍시가 더 맛있고 좋은데...
예의도 시대에 따라 진화를 한다.
요즘 남의 집에 가서 음식 대접을 받고
밥을 남겼다 하면 밥이나 찬이 맛이 없었나 하고 서운해 한다.
맛있게 먹으며 찬이 맛있다 칭찬을 하며
더 달라고 하면 내가 만든 밥과 찬이 훌륭하다고
여기며 만족해 하는 게 요즘 예의로 바뀌었으니 격세가 지감이로다.
손님께서 한개라도 남기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갔다하면 덕달같이 달려 들었지만..
당시에는 이런 홍시 조차 대접할 여유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참으로 어머니의 홍시 감추는 실력은 대단하셨었다.
이런 행동이 체면이란 거였고
염치란거라며 강요했었고, 그대로 따랏는데
요즘이야 제 먹고 싶은데로 모두 먹을 수가 있으니
체면과 염치가 동시에 없어지고 되바라진 아이로 변했고
이젠 아이나 어른이나 맛있는 게 사라져 버린 시대가 되어
그 맛난 홍시를 주어도 맛이 없어져서 더 불행해졌다고 여긴다.
무엇이든지 모자라야만 체면을 알게 되고
참을줄 알게 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게 아닌가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인 욕구를 억누를수록 착하고 점잔한 사람이 될 수가 있다.
나의 홍시에 대한 추억이고
내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어딜가나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고 군침이 절로 돈다.
산에서 자생하는 감나무에는
관리가 되지 않으니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
덮고 있는 것도 많았고 그 사이에 감이 얼굴을 간신히 내밀고 있는 곳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감을 달고 가지가 축늘어져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이 감나무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잎을 떨구었으니 무게가 덜하겠다.






이 감은 내고향의 대봉이란 감보다는 작아서
아기주먹 정도의 크기지만 그 맛과 향이 훨 좋고 달다.
감나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으니
주인이 나타나서 아무 말없이 빙긋이 웃으며 처다본다.
주인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보는 앞에서
홍시 몇개를 따서 주인께도 주고 나도 먹었는데
내 뱃속에도 기름이 잔뜩 끼었는지 몇개를 먹고 나니
너무 달아서 그런지 금방 배가 불러지고 속까지 달다.






요즘은 전국 어디에나 감이 참으로 흔하다.
하지만 서민에겐 아직도 비싸서 그림의 떡이며
사먹기가 어려운 이웃들이 무수히 많을 게다.
강화도에선 감이 남아돌아 썩어 문드러지지만
이걸 고이 따다가 싼값에 팔 수 있는 인력과 운반수단이 없는 것이다.
아깝고도 아깝다.
다음에 다시 강화도 달려가 이런 감을
더욱 탐스럽고 맛이게 보이도록 찍어 보아야겠다.
이런 작은 감이 열리는
오래된 감나무는 백양사 주변과
내장사 주변에도 너무 흔하고 많지만
아무도 거두는 이가 없고 까치밥만 넘처나게 많은 게 아깝다.




엄청나게 많이 달린 감을 실루엣만 나오게 찍어 보았다.
이렇게 봐도 이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