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은 정기휴무일이며
전남 장흥에 있는 도립공원인 천관산엘 다녀왔다.
전라도 지방을 거의 망라하다시피
여러곳을 돌아 보았지만 장흥 고을은 처음이니 마음까지 설렌다.
산이 먼곳에 있으니 무박2일 코스로
11월 3일 밤열두시에 출발하여 다음날 돌아온다 한다.
밤늦도록 가게 주변에서 기다리다가
늦은 밤에 출발하는 버스안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편도를 가는데 다섯 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니 푹 자고도 남을 시간이다.
처음 들어 보는 산이름 이었고
멀리 낮선곳으로 간다니 크게 구미가 당긴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긴 하지만 전남의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5대 명산중의 하나란다.
산의 바위 봉우리가 하늘의 면류관같이 생겼다하여
천관산이라 한다는데 정말로 그러한지 자못 기대가 크다.




새벽 다섯시 정도에 도착했고
주위는 완전 어둠에 깔려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한잠을 더 푹자고 나니
겨우 동녁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먼 마을에서 괴물같은 하얀 연기가 피어나고
저기압인지 연기가 옆으로 길게 퍼지는 게 시골 느낌이 확 든다.
주차장 주변을 돌아 보자니
벌써 얼굴이 시렵고 손이 저절로 자꾸만 주머니속을 찾아든다.
이곳에서 국화 축제를 벌이고 있고 이 날이 마지막 날이란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이 명산이라는데
우리 시골마을의 평범한 앞산같이 생겨서 싱거워 보이고
한달음에 뽀르르 달려갔다가 내려오면 될 것 같아 보인다.
도무지 명산의 품위가 느껴지지 않고
멋진 풍경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간단한 아침 배식이 있었고 식사를 마친후
명산의 속살이 어떠한지를 샅샅이 살펴보러 출발이다.



명산이라는 곳 어디를 가나
산악회의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이정표 구실을 하고
몇백년은 되었음직한 군 보호수인 수형좋은 노송이 죽고 말았다.
이 소나무는 반계 위정명선생이 지은
태고송이라는 시에 나와서 태고송이라 불렸다 하며
죽어가는 걸 살려 낼려고 애를 썻으나 2013년에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 하며 생명을 가진 것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느라 조금 지체를 했는데
일행이 모두 보이지가 않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졌다.
나야 어디든지 다시 돌아가거나 내려가는 건
문제가 없지만 일행들이 걱정할 것이 두렵다.
한참을 달리시피 하여
숨이 목턱밑까지 차오르니 일행이 멀리에 보인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해가 지나 갈수록 높아지고 힘은 배로 드는 것 같다.
쪼르르 뛰어가서 금방 한바뀌 휘휘 돌아오면
될 것 같았던 산이 뒤돌아 가니 끝도 이어지고
맑은 개울물 소리가 졸졸 흐르는 게 보통 깊은 골짜기가 아닌 듯하다.
이 산은 의뭉스러운 사람들의 마음속 같이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는 것 같다.
무엇이나 오랫동안 격어 보아야 그 속내를 짐작하며 친할 수가 있다.





겨우 중턱에 올랐는데 멀리 보이는 경관이 너무 좋다.
기름진 황토흙의 적당한 농토와
바다에는 수십개의 섬이 어우러져 있어서
큰 파도를 막아주어 좋은 어장이 형성되어 있을 것 같고
호남 5대명산을 품고 있으니 이곳도 복받은 고장인 것 같다.






쌀쌀하던 날씨는 제법 뜨거워졌고
배낭까지 점점 무거워지고 등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일행은 멀리 까마득히 올라가고 있다.




이곳의 바위들은 내 고향의 바위와는 많이 틀린다.
바위의 표면이 누가 부드럽게 갈아 놓은듯이 곳선을 이루고 있다.
태고적에 지각이 요동을 치며
혼돈의 시대가 마무리 되고 강속에 드리우고 있던
바위들이 수억년의 세월이 지나며 물과 모래가 지나며
깍이고 깍여서 표면이 이렇게 둥글게 되었고 다시 지진으로 인한
지각변동으로 융기되어 이런 모양새를 갖춘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많은 산에 있는 바위들이 뽀족하고 예리한 것 과는 판이하게 틀린다.



일행은 마치 산을 정복하는 게
제일 화급한 목표인양 앞서가 보이지 않고
잠시 지나온 길의 뒤에 있던 바위 위로 오르니
하늘의 거대한 바위 면류관이 정확하게 나타났고
참으로 천관이 맞고 장관이며 감탄사가 절로 난다.
과연 호남의 명산이 맞다.
에이구야!!! 유유자적 느긋하게
풍광을 즐기며 구석구석 요소요소를
세세히 살펴보며 다니면 감탄사가 절로 나는
장면도 많고 추억이 배로 늘어날 것이며 행복도 배가 되고
자연공부도 될 것인데 모두 죽음을 무릅쓰고 숨이 목턱까지 차오르게
100미터 달리기 경주하듯이 앞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하는 것 같다.
이 장면을 일행 모두가 이 자리에서 함께 보고
같이 감탄을 했으면 좋으련만 나혼자만 보아서 아깝다.
건강을 위한 산행이 아니라 골병 산행이 될까 두렵다.
모든 생물은 장수하기를 바라며
열심히 먹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살아가지만
산행에 무리하여 관절이라도 망가지면 장수는 고사하고
단명을 초래하는 우를 범할 것 같아 두렵다. 아니 그렇게 될 것만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얘기 한토막.
아폴론 신전의 무녀였던 시빌레는 장수하기를 기원하며
신에게 먼지산의 먼지 수많큼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아폴론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청춘같은 활력을 지니고
오래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잊고 장수만 바랐던 것이다.
그녀는 일반 사람들과 꼭 같이 늙어 갔고
금방 노인이 되어 늙고 쪼그라 들어 말라 비틀어진
병든 노파가 되어 큰 고통에 시달리며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고
아무나 붙잡고 빨리 죽게 해달라
간곡히 부탁을 해도 죽지 못하고 먼지산의 먼지 수 만큼
오래 살아야하는 고통을 감내하고서야 죽을 수 있었단다.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오래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하늘 면류관이 멋스럽고
하늘은 쪽빛으로 오랫만에 가심이 시원해진다.
수많은 나무가 과당 경쟁을 하다보니
실같이 많은 가지를 뻗어서 빈틈새가 없어 보여서 신기하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산행이니
지발지발 천천히 걸으며 사색도 즐기며
조금이라도 더 자연을 살펴보며 가자해도 애걸해도 소용이 없다.
나보다 연장자분들이 더 많으니 감히 덤벼볼 수도 없고...
배낭을 벗어 던져야 따라갈 수가 있을 것 같다.
회장님. 고문님. 야이!!! 총무 시키야...
굽어 살피시어 제발 제발 천천히 좀 올라갑시다.
이 좋은 금수강산을 천천히 음미하며 댕깁시다요.
하구야!!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아 눈물이 날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