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나를 슬프게 하는 일상.   14-05-09
글쓴이 고태환   3,833 hit
 
새벽에 창가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렸고
신문 배달 되는 둔탁한 소리가 문밖에서 났다.

우선 불을 켜고 신문을 가져와 읽고 나니
새벽 다섯시가 되었고 밖을 내다보니 날이 밝아 오고 있다.

티비를 켜니 세월호 참사 뉴스가 나오고
또 울음이 나올까 얼른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세상이 온통 나를 슬프게 만들고
이럴땐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저절로 무기력해진다.

비몽사몽간에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다가 깨다가 보니 날이 완전히 밝았다.


























산으로 접어드니 안개가 바위산을 쉬엄쉬엄 넘어간다.






































아까시 나무마다 새하얀 꽃을 가득달고
진한 향기를 뿜어내니 막힌 콧구멍이 시원하게 뜷리는 느낌이다.

머지 않아 밤꽃 향기가 진동을 할 것 같다.

기후가 이상해져서 그런지
식물들도 성하던 게 부실해졌고
부실하던 게 무성해진 종류도 많아졌고
뭐가 뒤죽박죽이 된 것 같고 아직 시기가 이른지 곤충도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산길의 공기는 맑기 그지 없고
초목이 빗물에 목욕을 해서 잎사귀가 깨끗해졌다.




























비가 오는데도 개미들이
열심히 집을 짓는 걸로 보아 금방 비가 그칠 게 틀림없다.
















































예쁜 은방울꽃이 은방울을 여러개 달고
명징하고 깨끗한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낼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다니고
그중 몇사람들과는 인사를 나누고 지낸다.

이분은 동네 어르신으로 매일 나를 격려해 주시는 분이다.

나는 아침에마다 이 산책로에서 유일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 인사를 나누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주시할 걸로 생각한다.

하여 항상 행동을 조신하며 다니고
세상 인심이 흉흉하니 여자분들과는 애써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는 여학생이 산길을 돌아 등교하며
"어머!! 어머!!! 아저씨!! 왜 이러세요?" 하며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일어서니 놀란 여학생이 달려오고 있었다.

뭔 영문인지 의아한 눈으로 처다보고 있으니
뒷쪽을 가리키며 "아저씨!!! 저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무서워요."

그 학생을 보고 어디냐고 묻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빨리 가자하니 지금 지각이라며 총총히 사라진다.

학생을 뒤로 하고...
"언눔이냐!!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 버릴거야.
어디로 사라진거야... 빨리 안나올거야. 이 나뿐눔아..."
고함을 지르며 여학생이 가리킨 쪽으로 달려가 보았으나
내 고함소리에 놀라 도망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는데도 이러하니...
아마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쪽동백 잎에 맺힌 물방울이
마치 목욕을 마친 아기들의 뽀얀 팔둑에 맺힌 물방울 같다.








































벌써 쪽동백이 만개한걸 오늘에야 알았다.

지난핸가 동구릉에서 본 쪽동백은
많이 피기도 했지만 땅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으며
꽃길이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쪽동백의 어린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빨리 션하게 자라서 수억송이 새하얀 꽃을 매달고 있으면 좋겠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초록숲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좋긴하지만 혼자서 걸으니 재미가 덜한다.

이런 곳에는 친구와 같이 감탄하며 걸어야 제 맛이 나는데...



























































하늘은 흐리고 간혹 빗방울도 후두둑 떨어지지만
쪽동백나무 밑에서 하늘을 보고 있으니 역광이 되었고
초록 나뭇잎에 너무 예쁘서 오히려 서럽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이 제일 절정기이며 꽃도 좋고
잎도 무성하며 색감이 좋다만 며칠만 더 지나면
벌레가 기성을 부려 잎사귀가 둥글게 말려 들어가 볼품없이 변한다.

무엇이나 절정기가 있으며
영원한 것이 없으므로 아름답게 보일 게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 온국민 슬픔에 젖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하게 반성하고 모두의 마음에
혁신을 일으켜 더 이상은 인재로 인한 참사가 없었으면 좋겠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며 교육부재의 탓이 아닌가한다.

어느 사립대학교의 학구파 교수님이 계신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의 자조적인 말씀이 생각난다.

"요즘 사립대학의 유능한 교수라는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해도 점수나 잘주고
재단에 아부 잘하는 사람이 유능한 교수가 됩니다."

사회의 에너지가 그런식으로 소비되는 현실이 슬프진다.




나를 슬프게 하는 일상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

나이듬에 따라 여자의 발언권이 강해진다는 것도 사실인 모양이다.

작은 나무를 심은 보통 크기의 화분에
예쁜 괭이밥 풀이 자라고 있었고 한여름이 되면
아주 작은 샛노란 꽃이 피어나며 앙증맞고 이뿌기 그지 없다.

수시로 그 풀을 주시하며 꽃봉오리가 맺혔는지 살펴보곤 했었다.

어느날 그 풀이 나무에 갈 양양분을
뺏어간다며 막무가내로 뽑아내고 있었다.

이미 뽑아진 풀이라면 쓰레기통에 넣지 말고
화분에 그대로 두면 뿌리가 없으니 마르고 썩어서
영양분이 된다고 가르처 주니 따발총이 마구 쏟아진다.

풀이 썩으면서 파리가 꼬이고 진딧믈이 생긴단다.

이외에도 올바른 걸 올바르게 가르처 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틀렸다고 우기며
십여분은 잔소리가 이어지니 가슴이 미어지고 슬퍼진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작은 일에 화가 나고
멍하니 처다보고 말을 하면 안되는 현실이 슬퍼고도 슬프다.



버스를 탈려고 정류장에 서 있었다.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있는 늘씬하고 예쁜 아가씨가 오월의 여왕같아 보였다.

입술에 루즈를 바르고 분통에 달린 거울을
꺼내보며 단장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루비똥 핸드백인지 개똥 핸드백인지
근사해 보이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입술을 닦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은근슬쩍 휴지를 바닥에 흘리고
힐끗 내려다 보고는 줍지도 않았고 이내 젊은 남자가
운전하는 근사한 수입차가 달려왔고 횡하니 떠나 버렸다.

시뻔건 루즈가 묻은 휴지 조각이 바람에 길거리를 날아다녔다.

그 늘씬한 여성이 너무 추해 보이고
명품 핸드백이 아깝고 외제차가 아깝고 갑자기 슬퍼졌다.




어린이날 삼대의 가족 여섯이서 서울대공원에
나들이 가는지 전철에 올라 탓고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졌다.

젊은 이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어
온가족이 자리에 앉게 되었고 대여섯살의
손자와 손녀는 아우성을 치며 싸우고 신발을 신은채
의자에 오르고 머리위의 짐칸에 철봉하듯이 매달리고
있는데도 조부모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으니 의이가 없다.

맞은편 좌석에 앉아있는 내 등뒤로 와서
신발을 신은채 내 어깨 위를 밟고 올라 갈려고 했다.

그 날이 마침 어린이날인지라
팔을 잡고 조용한 말로 착한 아이라 칭찬을 하며
제지를 하니 금방 울음을 터뜨려 내가 몸둘바를 몰랐다.

무안하기도 하고 아이들 조부모의
몰염치를 혼내주고 싶고 막무가내 아이들의 모습이 나를 슬퍼지게 한다.




글을 아주 잘 쓰는 분이 있다.

내용이 언제나 간단명료 일목요연하며
문장력이 어찌나 좋은지 읽는 사람을 감탄케 하며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이 들어 있는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그리나 그는 남 앞에서는 말이 어눌하고
너무 단답형이고 직설적이어서 어색할 때가 있고
언제나 전면에 나서지 않으니 그의 비상한 재주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능력을 알아주고 크게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

아주 양심적이지만 심한 내성적인 성격이니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하며 그 좋은 능력을 써 먹지도 못하고 
썩히고 있으니 가난을 면치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그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암것도 아는 게 없으니 앞뒤가 맞지도 않는 말만
번드레 하게 앞세우고 다른 사람을 현혹하여 부만 챙기며
잘 살아가는 염치도 없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밉고 슬프다.

뇌물받는데만 뛰어난 재주가 있고
그런 곳에만 눈을 밝은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행태가 세월호의 참사를 만들었고 그들을 보면 너무 슬퍼진다.




좋은 일만 늘어 놓아도 모자랄진데
괜히 씰데없는 얘기만 줄줄이 늘어 놓았네.







 


aceneyu 14-05-13 18:03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침에 산길 동행한 사람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명함을 못 드렸는데 대신 제 블로그 주소로 대신하고자합니다.
좋은 불암산 이웃이 되었으면 합니다.

http://blog.naver.com/aceneyu
     
고태환 14-05-30 15:57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젠 사진을 찍어 보십시요.

아침에 여유로운 시간이 많으시니
사진을 하시게 되면 더욱 보람찬 일이 됩니다. 선생님,
류택성 14-05-15 19:59
 
잘읽었습니다.자꾸안보이던것들이보이기시작하네요.
좋은것만봐도못볼거같은데..
세월호사건보면서 사회가다시바뀌어야겟다는생각이드네요.
자주뵙겟습다
     
고태환 14-05-30 16:30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모두의 의식 개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ach 14-05-17 14:59
 
쪽동백 사진 아름답습니다.
지난 주 저도 비원 부용정 주변에서 이 나무를 한참동안 올려다봤습니다.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고태환 14-05-30 16:31
 
쪽동백 지고 나니 비슷한 때죽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김을희 14-05-24 10:43
 
팔자도 좋으사 햇는데 뒤에와서 슬품이많으셔서 ....세상 굴러가는것 정말 신기합니다 그런데로 한세상 사는 건가/?  눈이 멀어지니    모ㅡ든것이 멀어집니다  책이 .....
     
고태환 14-05-30 16:34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지요?

요즘은 최선생님께서 가끔 음반 사러 오셔서 들리십니다.

그래도 연세에 비하여 크게 건강하신듯 합니다.
이렇게 글도 쓰실 수가 있으니까요.

한 오십년은 더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프랑스의 잔칼망 할머니보다는 더 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 할머니는 135세 까지 사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