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5월의 산하는 진초록색으로
단장을 하며 삶의 활기가 넘처나며 참으로 아릅다운 곳이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낸 숲에는
온갖 초목이 생기를 찾고 힘차게 성장하며
온갖 벌레들이 깨어나 저마다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누고
한해의 최고 황금기를 맞아 모두가 환희의 찬가를 부른다.




겨우내 나목과 무채색이었던 곳이 이렇게 변했다.
온갖 꽃이 만발하여 사람들도 꽃향기 그윽한 오솔길을
산책하며 행복감에 젖어들어 발걸음도 가벼워지게 만든다.




땅바닥에서 겨우 새싹을 내민 오이풀잎
가장자리에는 새벽마다 영롱한 구슬을 매달고 아름다움을 뽐낸다.




불암산 한적한 중턱의 참나무 연한 새순에는
왕거위벌레가 화목한 마을을 이루어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마을 가족들은
인간 세상에만 존재한다는 덕이라는 것과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미 도를 깨우첫으니 인간 세상에만 존재하는
거추장스러운 수사같은 것은 던져버린지 오래된 것 같다.
이 녀석은 어디서 겨울을 지내고 성충이 되었는지
벌써 2세를 위하여 부지런히 알낳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수컷은 제 짝이 어디에 있는지 목을 길게 빼고 주위를 살피고 있다.
불암산 둘레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좀처럼 띄지 않는 게 너무 작기도 하거니와 관심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찍사의 눈은 아주 작은 녀석들
하나도 놓치지 않을려고 샅샅이 살펴보며 다닌다.



몸전체의 길이가 겨우 8mm나 될까하니
머리와 더듬이 부분을 뺀다면 몸체가 팥알보다도 작다.
그래도 암컷 녀석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자신의 몸 몇십배가 되는 잎사귀를
여섯개의 발로 움켜쥐면 확 오모라들고 펴지니 보통 장사가 아니다.
모성애 또한 대단하여 이 잎을 잘 말아서
포식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제일 안쪽의 안전한 장소에 알을 낳는다.
이 녀석들의 지혜도 대단하여
잎의 아랫부분부터 말아 올려야 하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을 물어 뜯어야 잘 말리는지
알고 있어서 잎의 줄기 부분을 물어 뜯고서 연하게 하여 접어 말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가르처 주었는지?



추측한건대...
암컷이 열심히 알 낳을 집을 짓고 있는 동안에
수컷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내 뿜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갑자기 수컷 한녀석이 날아들었다.
서로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배우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한지
사랑을 나누고 2세를 낳아도 무난할지 모색하고 있다.
언제나 암컷은 수컷을 지배하며 배우자 선택권을 쥐고 있다.
불쌍한 자여 그대는 남성이로다.
언제나 수컷은 항상 암컷의 눈치를 살피며 비굴하기까지 하다.


눈치를 살피는 사이에 또 다른 수컷 한 녀석이
날아 왔으니 암컷의 입장이 난처하게 된 듯하다.
완전 삼각관계가 되었고 수컷끼리의 싸움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어어?? 이기 우찌된 일인기여?
내가 먼저와서 내 샥시로 만들려고 하는디
머 이런기 난데없이 날아들어 사람을 골탕 먹일...
아니.. 아니... 왕거위를 골탕먹일려고 그러는기여.
내가 먼저 보고 선점을 했으니 나으 샥시가 맞다니께.
빨리 얼릉 썩 꺼지지 못할까? 씨양.. 나뿐시키 같으니라고."
"아니.. 워찌고 워쪄... 까불고 있어..
힘이 곧 정의고 힘이 있어야 샥시를 차지 하니께
어디 함 겨루어 보더라고 았싸. 덤벼나 보더라고.
오늘 내 겁나 무섭게 본때를 확실히 보여주고 말꺼이구마."
"어이... 남정네들 열심히 싸워 보더라고..
내 위에서 느긋하게 구경하다가 힘센 양반을 남편으로 맞을랑게."

"에라이!! 목줄기를 끊어 놓고 말팅게."
"어쭈... 제법이여. 그란다고
나가 시방 물러날썽 싶어!! 어림 반푼어치 없는 소리제"

"에잇!! 내 머리로 네 몸통에다
호미걸이를 넣을팅게 피해 보더라고 잉.. 았쌰!!"
"그란다고 겁먹을 일이 없당게.
요로코롬 살짜기 피해불고 말면 되제."

"우라차차... 이번엔 헷띵 맛이나 보더라고 잉.
당신 머리통을 멀리 날려 보내 불테니께.우라찻차!!"
"그렇게 약하게 하고서 헷팅이라고 하는감. 어림없제.."
"우찌 남정네들 싸움이 화끈하지 못하고 뜨뜨 미지근하데요?
코피가 터지고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고 다리가 부러지도록 싸워야 화끈하제."

"빨랑 샤샥 꺼지지 못할끼여..."
"햐... 이 친구 힘이 보통이 아니네.
더 창피 당하기 전에... 물러날까 어쩔꼬."

"야!! 너 담에 다시 함 붙어 보자고.."
"머시라고라.. 이 자리서 끝장을 보자니께.
먼 말이 많다냐? 시방 주동이를 콱 물어 뜯어 버릴랑게."

"에라이... 오늘은 재수에 옴붙었다.
우째 이뿐 샥시를 만났는데 다리에 함이 콱 빠져 뿌렀다냐?"
"고기 서지 못할끼여. 나가 선점을 했는디
나중에 와설랑 샥시를 지꺼라 우기는 눔은 겁나 때려 주어야 한다니께."

"야잇!! 비겁한 눔아...
제대로 겨루어 보지도 않고 도망을 간다냐?"
"에구 창피해...
이뿐 샥시 앞에서 이기 먼 망신이다냐."

"어휴!!! 저 친구 힘도 보통이 아녀라.
비록 도망은 갔지만 두번 싸울 힘은 없고나.
숨이 목구멍까정 차서 숨도 못쉬것네. 켁켁.."

"야이... 멀리서 머리만
내밀고 엿보지 말고 내려 오더라고.
다시 션하게 한판 붙어 보자니께 싸게 내려와 보더라고."

"패자는 어여 가보더라고..
유비무한 이란 말도 모르는 가비여.
평소에 운동을 하고 힘을 길러 놔야제.
여봇... 당신의 우람한 품에 폭 안기고 싶다니께요?"
"어서 옵셔. 나으 샥시여."

"하이고.. 부끄러워라.
이제 워디로 간다냐? 어디 나보다 약한눔 없나.
코피라도 함 내주고 말게. 세상이 다 원망스럽네 그랴."

"오!! 나으 이뿐 샥시여. 나으 품으로 들어오시라."
"써~~방니~~임!! 참말로 당신 멋져부러요 잉.
우찌 이리 힘도 쎄고 가심도 넓고 멋지게 잘 생겨셨당가요."


"나~~~ 잡아봐라."
"에구!! 요 이뿐 것이 워디로 도망을 간다요?
싸게 싸게 내 품에 안겨 보드라니께. 시방 엄청 급하지라... 워딧소..."


왕거위벌레는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고
아주 격렬하고 뜨겁고 진한 사랑을 나누었다.
[더욱 리얼한 모습은 공개하면 법에 걸릴지 모르는데..
에라이... 몽땅 공개를 해버려야 금강가족분들의 속이 시원하것제.]




이러한 힘든 과정을 거처서 우세한 종이 대를 잇고
지구 가족의 일원으로서 제 맡은 역활을 충실히 행하는 게 아닌가 한다.
포식자가 아니고 연한 참나무 잎을
갉아 먹는 녀석들이니 상대를 피투성이로 만들
잔인한 발톱이나 날카로운 이빨같은 무기도 없고
겨우 밀고 머리를 부딪히는 정도의 싱거운 싸움만 하다가
몇십초만에 한 녀석이 힘에 부치는지 슬금슬금 도망을 가고 말았다.
싸움 구경은 잔인하고 처절할수록
관객의 재미가 더하는 법인데 너무 싱겁게 끝이났다.
인간이란 우매한 동물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어찌하면 상대를 잔인하게 제압할까를 연구하여
세상에서 젤로 잔인하게 상대를 대량으로 살상하며
또한 야비하게 상대를 속여 빼앗을까만 연구하니 이도 조물주의 큰 잘못이다.
불암산의 이런 미물이란 귀여운 녀석들도
인간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지지고 볶고 다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도 너그러웠고 잔인하지는 않았다.
아마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이런 장면을 목격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걸 알고 운이 좋았다.


다른 녀석들의 집의 해체해 보니 이런 탐스런 알을 낳아 놓았다.
제일 안전한 곳에 꽁꽁 숨겨서
알이 부화가 되더라도 먹이가 충분한 곳에다가.
나의 못된 호기심이 한생명을 숨지게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