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가량이 넘게 정신없이
설경을 보며 다니니 다리가 뻐근하지만
언제 또 창경궁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있을까 하니 아쉽기만하다.



엣날의 평민들이라면 어찌 궁에 들어올 수나 있었겠는가.
내가 왕같은 기분을 내며
슬슬 돌아 다닐 수가 있으니 참으로 세월이 좋아졌다.





조선조 초에는 궁에 호랑이가 내려 왔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니
믿어지지가 않지만 그야말로 호랭이 담배 먹던 시절이 있었긴 하나 보다.





오후가 되어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지붕끝 처마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운치를 더할 것 같다.




목조건물인 이런 궁을 오래도록 보존할려면
아궁이에 불을 때야만 흰개미같은 잡벌레와 균이 죽어 소독이 된다고 들었다.
화재가 무서우니 불을 때지 못하게 하니
고궁이 빨리 망가진다고 우려하는 분들을 보았었다.






예전에 어느 유학생이 이 궁에 들어와서
잠옷을 입고서 칫솔질을 하며 산책하는 사진을 찍어
외국에 가서 자기 집의 뒷뜰과 정원이라 소개를 하고
자신은 조선의 왕족이라며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오래된 왕버드나무 한그루 고사직전에 놓여
껍질이 모두 벗겨진 것 같은데도 곁가지가 돋아나 자라고 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니 목이 뻐근하니
이젠 카메라도 작은 똑땍이로 바꾸어야 할 모양이다.
하루에 이곳 창경궁 한바뀌만 돌아도 충분한 운동이 될 것 같다.


가지가 옆으로 휘어져 기형적으로 자라는
오래된 고목 회화나무 위에 눈이 소복이 쌓였고....



키큰 느티나무는 언제나 위용을 잃지 않고 묵묵히 버티고 서 있다.




아침을 넉넉하게 먹고 나왔는데도
창경궁 한바뀌 천천히 돌고 나니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진다.
세시간을 넘게 다녔으니...
어제 저녁에 과음을 하였건만
목도 마르고 션한 막걸리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요즘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간절한 게 많기도 하다.
다름 아닌 혼기가 닥친 자식들 결혼 시키는 게 그렇게 간절한 것이다.
큰놀부 장가를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가게를 들어서는 분이 있었다.
"아니... 당신은 집은 장만해 주어 장가를 보냈단 말인가?"
"아니요.. 그냥 후딱 보내 버렸어요."
"나는 당신이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
요즘 내 또래 사람들의 아이들이 한창 혼기를 맞았다.
주말만 되면 결혼식 쫒아다니기도 바쁘다.
가난한 부모밑에서 물려 받은 것 없이
악착같이 절약하며 살아온 내 또래의 사람들은
자식들 과외 조금씩 시켜가며 공부를 마치게 했고
겨우 집한채 장만하여 가족과 단란하게 살아왔는데
자식들의 혼기가 닥치니 집한채 턱 사주어 분가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자식들 또한 저축한 돈이 없다.
부모는 집을 사줄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아들 또한 제 힘으로 집을 장만할 여유가 없으니
부모나 자식이나 모두 말을 못하고 시간만 흘러간다며 한숨을 쉰다.
정부에서는 출생율이 세계 최하위라고 아우성이다.
젊은이들이 살아갈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날 게 아닌가.
나같이 재주가 없어 아들만 둘을 두었고
요즘 열애중인 자식의 장가를 보내야 한다며 걱정이 늘어졌다.
아이 만들 장소와 키울 보금자리가 없는데 어찌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
인구증가는 요원한 말같이 들리고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젊은이들만 많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제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 속담이 요즘엔 허황된 말같이 들린다.
몇십년 내에 노인들만 남게 되고
그후 몇십년안에는 나라가 없어지고 말 것 같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는 당연히 저절로 없어지고 말테니...
요즘은 우리때 같이 길가에 붙어 있는
단칸 전세방을 얻어 주어서는 결혼할 젊은이들이 없을 것 같다.
그냥 캥그루로 지내는 게 좋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