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지 자주 다니며 속속들이 알수록 재미가 더하다.
봄에는 어디에 무슨 꽃이 피며
여름에는 어디에 어떤 벌레가 있고
가을에는 어느곳의 단풍이 예쁜지 다 꿰고 있으니
철이 바뀔 때마다 더욱 궁금해지고 흥미가 더하게 된다.







기온이 올라가니 나뭇가지위의 눈이 비가 되어
후두둑 떨어지는 게 한사간 정도 지나면 모두 떨어질 것 같다.
무엇이든지 없어짐으로 해서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내가 늙어 추하게 되고 망령이 나고
다른 이들이게 온갖페를 끼치고 살아가는 것 보단
나쁜 이미지를 남기지 않고 싫어하기전에 사라지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 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아름다운 이별로 승화될 때가 좋은 게 아닌가 한다.
놀부 시키들한테 여러번에 걸처 얘기해 놓았다.
내가 늙어서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절대로 링거같은 꽂아 놓고 오래 살아 있도록 하지 말라고...
저승으로 간다는 것도 간단하게
징검다리 건너가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뭇가지의 눈이 물로 변하여 아래로 떨어지듯이...




올해들어 소장님께 새배도 드리지 못해서
인사드리고 오니 대부분의 눈이 떨어지고 말았다.



새하얀 눈이 녹아 영롱한 물방울 보석으로 변하여
나뭇가지마다 가득 달라 붙어 햇빛에 반짝거리고 있다.



갈참나무 둥치에 자라는
파란 이끼는 삼월에 씨앗이 맺히는 것 같다.
이끼의 바늘같이 가느다란 줄기 끝에
꼬투리가 생기고 눈이 오고 녹으니 물방울이 맺혔다.
삼월에 눈이나 비가 와야 물방울 맺히는 이끼인 것 같다.
무엇이든지 그 시기에 맞추어 와야
이런 모습도 불 수가 있고 사람도 시기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결혼 적령기에 시집장가를 가야하고...
봄이 오기전에 멸치 잡을 채비를 갖추어 놓아야 하고...
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노후 준비를 해 놓아야 하고...
뻐국이 울기전에 깻모종을 심어야 수확을 할 수가 있고...
무엇하나 제 시기에 제대로 해 놓은 게 엄네. 클랐네.



경릉에 제사를 지낼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새벽에 안개 자욱하고 흐리던 하늘이 깨끗이 걷히고 맑아졌다.
내 마음까지 맑아지고 상쾌해졌다.







동구릉을 벗어나 시간이 남아 아파산 뒷편으로 왔다.
눈이 조금밖에 오지 않았으니 금방 녹아 없어졌고
건조해지니 많이 맺힌 박주가리 꼬투리가 벌어지고
씨앗이 흘러 나와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고 있다.
박주가리 씨앗들이 겨우내 꼬투리 속에
갇혀 있다가 슬슬 흘러 나오며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정처없이 흘러가니 가심이 뻥 뚫리서 좋다.
손오공같이 홍길동같이 구름을 타고 멀리멀리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 바보같이 조급증과 불안에 시달린다.
지나간 시간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으니
한시도 헛되이 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뭘 하나 뽀족하게 만족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항상 조급증에 시달리고
뭘 해야겠다고, 이루어 봐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낸다.
남보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며 자연을 즐기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헛되고 헛된 것 같고 무의미한 것 같다.
누구나 항상 자기 성찰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엇이 보람된 일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고민을 아무리 해봐야 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일 게다.
이젠 밥을 먹을 먹고 잠을 자니 그냥 살아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아포리아 출판사에서 나온 이병주 변호사의 "호모 욕
[辱]쿠스"란 책이다.
군생활을 전라도 광주의 상무대에서 했다.
당시에 전라도 토박이 방위병들과 어울리며
전라도의 통쾌하고 시원한 욕을 듣는 재미가 좋았었다.
꼭 누굴 싸잡아 비방하고 저주하는 욕이 아닌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고 세상의 불합리함을 탓하는 욕이 그렇게 시원했었다.
우리 인생에 욕은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통쾌한 욕이 적혀 있는지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한 책이지만 욕과는 거리가 먼 철학서가 아닌가 한다.
이제 겨우 첫머리를 읽기 시작했고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고 읽을수록 재미가 더하고
나같은 무지한 사람을 일깨우기 위해서 쓴 책 같아서 좋다.
우선 한대목을 소개해 보면...
"열정. 일. 기분 전환 없이 완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것도 없다.
그때 그는 자신의 무가치함. 버려짐. 부족함. 의존감. 권태. 공허함을 느낀다.
즉시 그의 심령 깊숙한 곳에서는
권태.우울. 슬픔.초조. 원한 .분노가 일어난다.
부지런한 사람은 '의미 있는 일'들로 인생을 채우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휴식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하여 싫어하고 미워한다.
과연 일이 인생의 본질적인 것이고
휴식은 인생에 비본질적인 것이고 낭비적인 것일까?
아니다. 일은 오히려 인생의 비본질적인 수단적 시간이다.
일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더 본질적이고 실존적 시간이다.
열정으로 일에 파묻혀서 나 자신을
잊어버리는 시간은 우리가 인생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오히려 '가벼운 시간'이다.
그러나 일하지 않으면서 놀지도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가 인생의 실존적 고독과 불안,
막막함과 무의미함에 단독으로 맞서서 벅차게 싸워야 함으로
더 본질적으로 '무거운 시간'이다."
글의 한대목 한대목 모두가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다.
앞으로는 시간을 멍청하게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보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