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그 눔의 막걸리 때문에...   14-03-20
글쓴이 고태환   2,104 hit
 

정기휴무일을 맞아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야생화가 피어나는 화야산을 찾았다.

새벽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으나
다리가 불편하여 오지도 못하고 일찍 포기하여
혼자서만 온 산을 헤매고 야생화를 찾아 다녔다.

아직도 산속에는 두꺼운 얼음은 녹지 않았고
몹시 춥고 황량하지만 나무마다 움이 돋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속에는 옥수같은 물이 흘러 넘치나
도저히 꽃이 피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럿이 와도 좋지만 이런 곳은 혼자 다녀도 너무 좋다.

바람이 약간은 쌀쌀하지만 상쾌하고
맑은 개울물 소리와 여러 종류의 산새가 합창을 하니
실내에 앉아서 듣는 음악 소리보다 더 기분이 좋아진다.

















꽃은 전혀 보이지도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답답해 오는데
화야산의 다람쥐 녀석이 쪼르르 달려나와
피지도 않은 꽃을 찾아 왔다고 측은해 하며 내려다 보는 것 같다.

















































애기똥풀에 고운 물방울이 맺혔고
땅바닥에 얼레지가 이제 꽃봉오리를 맺었다.














































































굳이 야생화 사진을 찍지 못한다해도
이런 곳을 산책하니 운동이 되고 맑은 공기를 쐐니 보람이 있다.












































































































꽃이 몇송이 피긴했지만
지난 일요일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역력하고
좀 더 보기 좋게 찍기 위해서 연풀을 해 놓은 자국이 많기도 하다.

주의해서 꽃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나
연약한 꽃대가 부러지고 밟힌 게 많아 가슴이 아프다.

사람의 이기심은 끝이 없어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의 목숨을 끝장내고 말았다.

오후가 되니 아침에 차가운 기운이
모두 가시고 더워지기 시작하며 땀이 나고
화도 나고 배도 너무 고파오고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화야산장이 있어서
막걸리가 한병을 주문하여 한잔 션하게 들이키니 살 것 같은데
한잔을 더 먹으면 음주가 되니 집에 길 일이 막막해질 것 같아 참고...

걷저리 한조각이 엄청 맛있는데
막걸리 한통에 겨우 세조각 밖에 주지 않았다.

막걸리 안주가 너무 적어 아쉽지만
주인장께서 선견지명이 있어서 한잔만 마시라는 뜻이라 여기고...

막걸리의 어원은 금방 '막'걸러낸 술이라 하여 막걸리라 한단다.

이 '막'이라는 말은 여러가지로 쓰이는 것같고 재미있다.

막은 시작과 끝을 동시에 표현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막 밥을 먹을려고 했어.
또는 막 건져냈어. 싱싱해" 라고 말하면 
지금 시작을 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테고
막내, 막둥이라하면 제일 마지막에 태어난 난자식을 일컽는 말일 게다.

막막하다 함은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맨다는 뜻도 있을 것 같다.

막창, 막장, 막노동, 막혔다, 막국수 등등...

막이 들어가는 말을 곱생각해 보니
같은 단어가 끝과 시작을 나타내는 이상한 말같아 재미가 더한다.

버스 앞에 막차라고 쓰여져 있으면
끝을 나타내는 말로 마지막의 준말이 아닌가한다.

젊었을때 자치를 하며 직장생활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일년에 366일 동안 막걸리를 먹으며 지낸 것 같다.

누구에게 한번 얻어면 갚아야 하는 게
도리고 내가 곡차를 사야할 날이 되었고 
찌게를 전문으로 하는 선술집에 동료 대여섯명이 모여
호기를 부리며 부어라 마셔라 하며 대접하다가 늦어서 
자치방이 있는 동네까지 가는 막차까지 끊어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통금도 있었고 걸렸다 하면
경찰서에서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면치 못했고 벌금까지 내야한다.

주머니에는 돈이 한푼도 없고 머리는 어지럽고
요즘같이 신용카드라는 것도 없고 눈앞이 막막해졌다.

 그때는 동료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얘기를 하지 못하는 쑥맥이었다.

동료 몇명은 내일 출근이 걱정 된다며
길을 나섰고 나는 술집에서 만큼은 신용이 좋았는지라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고 의자를 여러개 놓고 
그 위에 누워 새우잠을 자고 해장까지 하고 여유롭게 출근을 했다.

그런데 우찌된 영문인지 먼저 집으로 간
동료들은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아 의아했다.

부서장님은 노발대발하시며
"이 시키들이 단체로 아직도 안 나오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한참을 지나 집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내 자리로 전화가 왔는데...

"저....으..기요... 저 누굽니다.
미안... 하지만 경찰서 조사과로 돈 이만원만
가지고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이거 미안합니다."

통금에 걸렸고 범칙금이 없어서 못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이만원도 매우 큰 돈이었고
손전화도 없었으니 연락도 할 수가 없었고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으며
아무에게나 반말을 찍찍거리는 암울한 시대였었다.

통금에 걸린 동료들은 무슨 큰 죄를 진
사람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유치장에 갇혀 있었고
내가 나타나자 세사람이 가만히 손을 흔들며 이십년만에
만난 부자 상봉같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반갑고 고마운 표정이었다.

담당 경찰에게 누구누구의 벌금을 가지고 왔고
빨리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내 나올 수가 있었다.

요즘이야 지구대에 가더라도
어린 사람에게도 함부로 반말을 하면 안되지만
예전에는 대단한 권력이었고 경찰만 보면 주눅이 든 시대가 있었다.

나는 통금에 걸리지 않았지만
높으신 경찰 나으리의 반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야 했고...




그눔의 막걸리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