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일에는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는 봄 가뭄이 충분히 해갈될 만큼
많은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그렇게 많이 내린 것 같지는 않다.
뒷산을 걸어 출근하면 나뭇가지나 바닥에 돋아난 풀에
물방울이 좋을 것이라 여기고 해가 찬란하게 떠 오르길 빌며 산으로 오른다.




비가 오고 밤새 기온이 내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랑잎에는 서리가 하얗게 붙어 있고 손이 몹시 시렵다.



해가 나오니 하얀 서리가 금방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강아지가 상대를 위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고라니가 쏜살같이 튀어 나와서 간이 떨어지 게
나를 놀라게 하더니 뒤이어 작은 강아지가 냄새를 맡으며 뒤쫒고 있었다.
고라니는 어떻게 작은 강아지에게 겁을 내며
강아지는 고라니가 사냥을 대상인지 아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너무 순식간이라 얼떨결에
카메라를 겨누고 셔트를 눌렀더니 역동적인 장면이 찍혔다.


물방울이 얼어 얼음으로 변해서 붙어 있다.




강렬한 빛이 생강나무 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산소의 봉분 위에 자라는 황금 잔디에 고운 빛이 들었고...



찔레줄기에 지난해 피어났던 죽은 잎과 새잎이 동시에 붙어 있다.




찔레나무 우거진 곳의 줄기에
물방울이 수도 없이 많이 맺혔고 역광에
수만개의 보석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것 같이 반짝인다.
이런 비가 오고 난후에 강렬한 빛이 들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간밤에 선녀들이 하늘의 은하수를 가지고
내려와 놀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하늘로 올라 가지 못하고
작은 찔레나무 가지의 가시에 걸려 두고 올라가 버린 모양이다.




가는 나뭇가지 우거진 곳에는
온천지에 반짝이는 은하수로 가득차 있다.



생강나무 꽃이 무더기로 피어난 나무에
빛이 드니 물기에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시간이 지나니 하얀 서리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일흔이 가까워 오는 누님이 계신다.
처녀 시절에는 공무원이었고
날씬하여 예뻣고 모든 면에 의욕이 대단했었다.
이제 아이들 모두 혼인시켜 내 보내고 편해지니
요즘은 과체중에 비만이 심하고 관절도 좋지 않아
걸음 걷기가 불편하니 야외나 산에 다니기도 곤란하다.
한번 비만이 되고 나면 다시 살을 빼고
날씬해 진다는 건 여간 힘드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나와는 십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니
배도 제대로 고파 보았고 끔찍한 고생을 해본 세대다.
하여 우찌하든지 절약을 하며 살아야 했고
아끼고 아끼는 게 몸에 배었으니 별다른 취미라는 게 있을 리가 없다.
겨우 소일이라고 하는 게
야외에 나가서 냉이나 캐며 노는 것이고
아니면 누워서 연속극이나 보는 게 고작일 게다.
며칠전에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어 보았더니
반가워 하고 장시간 동안 온갖 주변 얘기를 털어 놓으며
고마워하는 게 많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더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조금전에 누님이 전화를 해서
뭘하며 지내느냐고 물어 보는 것이
또 자신의 얘기를 들어 달라는 투의 전화가 뻔하고
장시간 전화를 잡고 있어야 하니 빨리 마무리 짓기가 어렵다.
아이들 안부에서 부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취미를 가지라고 충고해 주었다.
식물 공부를 해보며 들로 산으로 다녀 보니
온천지의 나무와 풀의 인사를 받으며 다니니 너무 좋더라.
옆 아파트에 유명 서예가분이 계시며
소개해 줄테니 그곳에 가서 서예를 열심히 해보면 어떻겠느냐?
아예 야외로 이사를 가서 화초를 가꾸어 보는 것도
엄청 재미있고 살이 빠질 게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빨리 개발해라.
아무리 얘기를 해 주어도 비만이 심하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으니 만사가 귀찬고 충고도 헛말로 들리는 것 같다.
노년에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지루하며 힘들 것인가.
우리집의 볼록배 아줌마도 살이 찌니
살을 빼야 한다며 삼십년이 넘도록 애를 쓰나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살이 빠지게 산으로 가자하면
아니다 백화점이 가깝고 시원하며 좋다며 우긴다.
방송국의 피디가 얘기해 주었다.
최진실씨는 살이 찔까봐 굶기를 밥먹듯이해서
촬영을 하다말고 졸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허기가 져서 졸도를 해도 먹는 걸 줄여야 할까 보다.
하구야... 나도 볼록배가 심해지고 걷기가 귀찬아졌다.
살을 뺀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