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신선 다울려면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으니 혼란하고 비정상적인 세상을
잘 정돈하고 정상에 이러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는 게 아닌가?
신선이 제 혼자만 경치좋은 곳에서 하세월을 보내며
유유자적 즐기고만 있다면 위선자고 이기주의주의가 아닌가?
하여튼 우찌 생겨 먹었는지 코빼기라도 봐야겠으니...




하구야!!! 신선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신선은 가파른 바위 낭떠러지 위에
살을 에이는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고
다리가 휘청거리고 콧물이 자꾸만 흘러나오는 추위 속에서도
소나무의 솔잎과 둥치에는 강추위가 꽁꽁 얼어 붙어 있는 곳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사람이 아닌 영물인 게 확실한 모양이다.




신선대를 십여미터 앞에 두고
사방을 굽어보니 그 경치와 산세가 새삼스럽게 멋지고
무학대사와 정도전 아저씨가 도읍지를 참으로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려오고 호흡이 빨라지고
쉬야를 잘금거리게 되어 바지의 앞부분이 젖어드는 느낌이 든다.
불과 몇년 전에도 이런 야산쯤이야 하고 얕보았었는데...



벌써 신선대에 오른 사람이 있고
옆에 서있는 바위 봉우리가 소나무에 가렸다.
이 사람들은 신선을 보았는지
보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야!! 임마!! 네가 신선이냐?
아니면 신선님께오서 이런 모습으로 위장하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
"아니... 대답을 좀 해보시라니까요?
혹시 선선님은 벙어리가 아니시옵니까요?"
"......................."
신선이 앉아있는 자리에는 눈이 녹아 있으며
대답은 아니하고 화가 났는지 실눈만 뜨고 나를 노려 보고 있다.
이 신선은 디오게네스 영감을 닮았는지
알렉산더 대왕한테 따스한 햇볕을 가리지 말라하듯이
나를 얕보며 귀찬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실눈으로만 인사를 한다.
또한 어느 산악인이 실족하여
그만 이 도봉산과 한몸이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적힌 펫말이 세워져 있는데
그것도 막아주지 못한 게 무슨 신선이더냐?
속으로 신선께 이런 욕을 하며 흉을 보고 있는데
혹시 신선의 깊은 뜻은 다른데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려면 어떠랴...
인도에서는 쥐색기도 신이며
또 어떤 나라에서는 뱀장어를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데...
고양이를 신으로 생각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미화시켜서
신으로 승격시켜서 동상도 만들어 세우고 받들어 모시면 되는 것이지.
신선은 세상사 모든 일이 자연의 섭리대로
돌아가게끔 절대로 간섭하지 않고 초연하게 지내고 있나보다.
교만해 터진 우리 인간들도
작은 자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어느 한개체의 생명에게만 이롭게 하며
목숨을 구해주는 사사로운 일은 절대로 없으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한다는 무언의 가르침을 내리고 있는 듯이 입도 열지 않는다.




주위의 산하가 모두 발아래에 있다.



어허... 이런 미안한 일이 또 있다냐...
내가 씰데없는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에
윤채네 할바이는 벌써 밑으로 내려가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윤채네 할바이는 평소대로 올라오면
한시간이면 충분하고 남는데 두시간도 넘게 걸렸다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애써서 내가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하는데
그의 속내는 너무 느리게 올라 간다는 핀잔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욱 천천히 걸어가며
도봉산 설경의 진수를 만끽하며 내려갈란다.
에구에구... 그런데 뱃속이 자꾸만
꼬르륵 거리며 불만이 크다는 기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배낭 속에는 암것도 없는데
어디 누가 점심을 먹으면 옆에 붙어서
조금 얻어묵고 요기를 하고 내려오면 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염치와 싸가지라는 걸
집에다 고이 모셔두고 입만 가지고 댕기며
염치를 파해 버렸으니 파렴치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