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내려갈려니
발걸음이 무겁지만 언제 또 다시 도봉산에
이런 멋진 상고대 비경이 생길 날이 있겠던가.
이젠 허기가 져서 발걸음이 후덜거리지만
옆에 있는 낮은 봉우리로 가서 높은 신선대와 바위돌로된
꼭대기를 올려다 보고 충분히 감상을 한후에 천천히 내려 가야겠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상고대가 이렇게 새하얗게 맺힌데는 서쪽에서
습기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 왔으니 맺혔을 게다.
실제의 모습과 사진을 찍어 작게 줄여 놓으니
이 때의 큰 감동이 백분의 일도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한낮이 되어 가니 연무가 점점 걷혀지고
뿌연 하늘에서나마 하얀 해가 보이니 상고대에
빛이 들었고 더욱 새하얗게 빛이 나니 더욱 곱게 보인다.




앞에 펼처져 있는 뽀족 봉우리와
그 주위에 붙어 있는 나목에 그 어느 꽃보다 고운 눈꽃이 피었다.
오늘은 날을 너무 잘 잡아서 최적기에 올라 왔으며
이 순간에 본 모습도 오래도록 추억이 길이 남아 있을 것 같다.





옆 봉우리로 가는 길에도 황홀한 상고대가 펼처져있다.




겸재가 환생하여 이 모습을 보며
그림을 그린다면 더욱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근교에도 이런 멋진 풍경이 많은데
미리미리 찾아 보지 못한 게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비박을 하며
며칠만 기거를 하며 즐겼으면 좋겠다만
머리가 봉두난발이 되어 있으니 이발도 해야하고 할 일이 많다.






신선대 주변의 깍아지른 절벽 틈새에
자라난 나무에 붙은 상고대가 볼수록 신비로움을 더하다.




도봉 설산을 내려 올려니
이 풍경이 너무 좋아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풍경을 빚어 놓은 신은 위대한 게 확실하다.
신은 위대하지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은
공평하지도 않고 위대하지 않고 모순 투성이 인 것 같다.
어느 중장비 대여업을 하는 젊은 사장과
병원을 운영하는 중년의 원장님은 한결같이
"우리는 제일 충실한 종이에요."를 외치며 불안해 한다.
어디에서 종살이를 하는가 하면
바로 금융업이라는 리스회사의 제일 충실한 종이란다.
한대에 15억원을 호가하는 장비 10여대를
리스로 들여와 고금리를 지불하느라 뼛골이 빠진다고 한다.
한달에 겨우 일주일 정도는 집에 들어가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가 있으며 전국을 안방
드나들던 지내니 세탁도 제대로 해입지 못해서
항상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같이 괘죄죄하게 다니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며 자칫 잘못하여 사고라도 나면
하루 아침에 알거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인생이라 한다.
"제가요? 사장이라고요? 천만에요.
리스회사의 제일 충실한 종이에요. 종이란 말이예요."
하며 허탈한 너털 웃음을 지어 보이며 쓸쓸해 한다.
고가의 MRI장비와 CT 촬영기를 리스로 들여와서
병원을 운영하며 양복 한벌 제대로 사입지 못하고
자린고비같이 내핍의 연속으로 알뜰살뜰하게 살아오며
고금리 리그 비용을 꾸준히 갚아오며 이제 돈좀 모아 조금 편하게
살아보자는 꿈을 키워 왔는데... 10여년이 지나고 나니 구형 장비가 되어
다시 리스로 고가의 장비로 교체를 해야 하며 그걸 모두 갚을 시기가 되면
또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며 허탈해 한다.
"저는 병원의 원장이 아니고
의사도 아니며 리스회사의 충실한 종에 불과해요."
소규모 중소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분은
많지 않은 대출을 받아 아주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가
두어번의 부도를 맞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자식들만 아니다면
벌써 오래전에 삶을 마감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힘든 심경을 털어 놓았다.
그 눔의 부도직전의 대기업은
방만 경영으로 망했는데 국민들 세금으로
살려놓았고 우리는 그 대기업에 납품하다가 망했는데
신용불량자가 되어 신용카드 한장 없고 은행에는 출입도 못한단다.
이 눔의 금융업이라는 게 뭔지
가만히 앉아서 남이 힘들게 벌어놓은 돈을
꼬박꼬박 챙겨가며 이자를 하루라도 늦게 갚으면
금리를 올린다며 겁을 주고 몽땅 챙겨가는지 모르겠다.
칼만 안들었지 강도나 별로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요즘 티비 광고가 모두 돈놀이 하는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잖아요."
"법이라는 것도 모두 대기업에 유리한 법밖에 없어요."
"티비에 보니까 세금도 내지 않는 지하경제라는 게 정말로 대단하데요."
"대기업에는 아주 저금로 대출해 주며
가난한 소기업일수록 금리가 몇배는 더 비싸더라고요."
"도대체 신은 뭘하고 자빠져 놀고 있는지 모르겠네."
만나는 사람들마다 화끈한 기쁜 소식이 없다.
이 어렵고 힘든 세상에 가난한 이들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 가난을 대물림할 수도 없고
결혼의 꿈도 접고 백성들은 점점 줄어들 게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