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이눔들아!!! 할배죽겠다.
세 손주가 힘을 합처서
할배 배에 올라타고 깔아 뭉게고 있고
늙지도 않은 할배지만 잘못하다간 오징어가 될까 겁난다.
할배를 서로 차지할려고 싸움이 벌어질 판이다.
2년새에 손주를 셋이나 보았다.
큰아들이 2년 터울로 손자와 손녀를 낳았고
작은 아들이 손자를 낳았으니 아기 풍년이 들었다.
이 눔의 손주들이 할배에게 몰매를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할배는 신바람이 나는지 희희낙낙이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나도 손주를 보면 이리 즐거울랑가?
어머니 말씀중에...
"손자 환갑을 기다려라."고 하셨다.
아무리 기다려도 영원히 오지 않을 일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었다.
또는 손주 덕에 호강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허황된 바램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었으리라.

그래도 할배는 싱글벙글이다.
손주를 보면 이리도 좋은가?
세상에서 제일 공이 없는 일은 손주 돌보는 일이라 했는데...
손주 본 할배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자랑이 늘어져 팔불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무리 손주들을 구여워해도
그 덕을 알리가 없고 보답할 손주는 없다.
하지만 이런 맹목적인 아가페 사랑이 모든 생물들의 본능이리라.
그런 본능에 의한 사랑이 있는
연유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생존해 갈 수가 있었을게다.
손자들 보느라 지독한 몸살에 걸렸고
종국에는 페렴으로 입원까지 하고도 이뿌단다.
큰 손주가 두돌이 지낫고
손녀가 열달이 지났고 그 아래 작은 손자는 여섯달이 지났다.
설날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