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에 설날을 며칠 앞둔 때는
언제나 설날이 올까 하며 손꼽아 기다리며 학수고대했었다.
이제는 설이 다가오면
세뱃돈 준비에서 부터 차례 지낼 준비를 해야 하니
작은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기다려 지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온가족이 모여서
차례 음식 준비하느라 온 집안이 분주하며
삶고 지지고 튀기고 볶는 모습도 보기에 좋으며
아이 어른이 모두 달라붙어 협동을 해야하는 과정에서
가족애도 깊어지고 여자 동서들 사이에도 우애가 생겨나며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퍼지는 것도 입에 군침을 돌게 하며
금방 만든 음식으로 형제들이 둘러앉아 곡차한잔 기울이는 맛도 일품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저절로 좋은 배움터가 되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혹시 이건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새댁인 며느리들과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까 가르치고...
미리 전을 부칠 채소와 버섯과 고기를 다듬으며 전략을 짜느라 수다가 늘어졌다.
요즘은 모두가 바쁘니 마트에 가면
차례음식도 셋트를 만들어 판다고 하니
한박스 사와서 차례상에 올려 놓기만 하면 되니
편하긴 하다만 온가족이 모여 수다를 떨며 제수를 만들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가족애가 상실되고 말 게다.
머지않아 어느집이나 차례준비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고
점점 더 동기간에 우애도 사라지고 형제간에 모이지도 않을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형제들이
명절이 되어 모이게 되면 청소년이 된
사촌들 사이에 형이 동생들에게 존대를 한다는 집안이 있었다.
아이들 입시 준비한다는 일로 두어해만 만나지 못하면
그만 관계가 어색해지고 서먹해지고 남같이 느껴지게 되게 마련이니...


올해 수능을 보고 성적이 잘못 나왔다며
울상이던 이 아가씨도 엄마를 도와 음식을 만들 때는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무신 가시나가 이리도 애교가 없다냐?
아무리 이뿌고 키가 크고 늘씬해도 애교가 없으면 꽝 인기라.
어디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아서야... 원..
시집가서 남편 사랑이나 받을지 모르겠다고 욕을 해도 묵묵 부답이네.
두 큰아버지가 달라붙어 볼에
뽀뽀 한번 해달라 애걸복걸해도 콧웃음만 치고 있다네.




"착한 메누리들아 일루 와바라.
네 시아부지가 좋아하는 배추전은 이렇게 부치는 거란다.
우선 잘 씻은 배춧잎을 묽게 갠
밀가루 반죽에 살짝 담갔다가 배추가 잘 익게
주걱으로 눌러주며 겉이 노릇노릇하게 되면 꺼내야 한단다."
새 메누리인 길림댁과 목포댁은
이집으로 시집와서 배추전 먹는 걸 처음 보았을 게다.
올 가을 추석부터는 횡성댁이 추가되어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게 배추전인데...

"우왁!! 형님!!! 어디서 이런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웬 총각눔이 커다란 엉덩이에 엉가 한보따리를
장만해서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니 씻기고 기저귀를 채우고...



간소함과 편함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온 가족이 모여서 이런 부산한 과정을 거치며
차례 음식이 만들어지고 정이 보다 더 두터워지고
가족애가 점점 더 짙어지는 걸 깨닫고 느끼는 게 명절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런 절차가 있으므로 명절의 무게가 더해진다.



아마 지하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의 혼령이 와서 보시고 좋아하실 게다.



다음날 세배를 하는 장면을 찍지 못했고
사진을 찍어야 하니 다시 세배를 하라니 세뱃돈을 두배로 달란다.
징그러운 시키들 같으니라고....
에구에구... 이를 우찌할꼬나.
어머니 계실제는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언덕이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고아가 되었고 마음 속이 텅비어 허전했었는데
어느새 우리가 집안의 어른이 되어 세배를 받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다냐?
큰아버지의 덕담과 조상의 은덕을 기려보고...
명절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병이 생겼다하고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 신청이 갑자기 많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서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며
정을 다지고 가족 화합의 장이라 여기면 행복이 더해질 것 같다.
더구나 요즘은 자식들도 하나나 둘이 고작인데
사촌도 남이 아니고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으며
이런 열련의 과정이 더해지면 서로 의지하며 친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게 아닌가.
설날이 좋은 것은 이런 부산함과 가족애가 넘처나기 때문일 게다.









우리의 미래는 머지 않아
요런 이뿐 녀석들이 막중한 책임을 맡을게다.
모도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해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