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니 기온이 올라가서
그런지 훈풍이 불어오니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응달진 곳의 눈길은 미끄럽고
눈이 녹은 곳의 길은 질척거리고
새들은 벌써 둥지 틀 곳을 찾는지 몹시 시끄럽다.


하루종일 굶어으니 허기가 지고
바위투성이 내리막 길을 내려 오자니
다리가 휘청거리고 발걸음 옮기기가 힘들어진다.
바위투성이 길을 걷는 것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것 같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면 다 내려 오리라 믿고 용기를 더해서...
일행들도 걷기가 힘든지
모두 케이블카를 타고 가자며
내리막 길을 피해서 옆으로 가니 한결 수월하다.




산속의 오솔길이 낙옆을 밟을 때는 폭신거리고
눈길을 지날때는 미끄럽고 마른 길에는 금새 파란풀이 돋아날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를 굽어 보며
내려오는 것도 별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오솔길 가에 펼처진 색다른 모습을 살피며
한시간도 넘게 내려와야 할 길을 순식간에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니 대단히 편리하긴 하다만 뭔가 서운한 느낌도 든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새가 되어 굽어보는 것 같고 색다르고 멋지다.



단풍나무의 새움이 바알갛게 변한 게 손에 잡힐듯하고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진 나목의 실루엣이 그림같이 보인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무사히 산행을 마쳣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항상 마음의 기복이 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며
지내자 다짐 하고는 씰데없이 객기를 부리며 살아가니
아직도 어린이나 진배가 없고 철이 들려면 멀고도 멀었다.



이곳은 전라도 하고도 완주 땅이 아니던가?
반찬마다 정갈하고 간이 맞고
허기진 뱃속에 구수한 청국장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한없이 구겨 넣으니 금방 올챙이 배로 변하고 말았다.
젊은 주인 부부가 친절도 하여
반찬은 네번이나 더 주문해서 먹어도
불평도 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듬뿍듬뿍 가져다 주네.
하고야!!. 과식을 하고 나니 움직이기 조차 싫어졌다.
이런 산행을 마치고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
사람들은 항상 서로 부대키며
싸움질을 하며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것 같다.
큰놀부 쫒아내고 둘째 놀부마져 군복무중이니
싸움할 상대가 없어졌으니 집이 넓어졌고 텅비어 버렸고 적이 심심하다.
자식이 뭔지 옆에 있으면 싸움이 되고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앞서니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늦게 퇴근하여 집에 가면
볼록배 아줌마가 밥을 차려주고
밥먹고 티비 보다가 책을 뒤적이다 보면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물칠을 하고 나오고...
이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아무래도 다른 취미거리를 만들어
보람된 일거리를 찾아야 할 시기가 닥친 것 같다.
쫒아낸 큰놀부 시키가 밥이라도
제대로 먹는지? 세탁은 제 때에 해입고 다니는지?
집 청소는 깨끗이 하고 싸우지 않고 정답게 살아가는지?
쫒아내고 나서도 걱정이 앞선다.
일생에 행복에 겨워 웃음짓는 날이
단 이틀에 불과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나머지 삶은 항상 시름에 잠겨
고뇌에 차서 살아가야 하는 게 사람들의 숙명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