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왕숙천의 치어들은...   14-02-23
글쓴이 고태환   2,186 hit
 
강원도에 눈폭탄이 쏟아져 난리라지만 
이럴때 강원도로 달려 가서 새하얀 눈세상을 마음껏 보고 싶다.

하지만 일요일인 오늘도 근무를 해야 하니...

늙다리 학생 친구가 어디로 갈까 묻는데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까운 왕숙천으로 오라했다.

집을 나서며 주위를 살펴 보니
얕은 미세먼지가 가득하여 풍경이 별로 일 것 같아
친구에게 여기가지 오지말고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라 했다.

남쪽으로 내려갔던 백로와 왜가리가 돌아왔을테고
왕숙천 물속에는 논병아리와 흰쭉지 같은 오리종류가
많을 것 같고 이들의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가로등도 꺼지지 않은 왕숙천가에는
바람도 없고 물가의 갈대도 미동도 하지 않고
오리 종류도 보이지 않고 고요와 정적이 감돌고 있으니
온전히 내 혼자만 한천변의 풍경을 독차지하며 즐기고 있다.















































갈꽃 사이에 반달은 밤이 지남을 아쉬워하고
물가의 버드나무 나목은 물속에 그림자 드리우고 처연하게 서있다.















































동녁이 서서히 붉어오니
오리들이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하천물도 붉게 물든다.

이런 새벽을 맞는 기분도 벅차다.

하지만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으니 손발은 엄청 시렵고 춥다.
























































하천변을 천천히 걷자니 금방 해가 솟아 올랐다.

예전의 해는 천천히 떠올랐는데
요즘은 해조차 빠르게 떠오르는 것 같은 게
나이에 비례하여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철없던 시절에 학교 숙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얼마나 고대하며 바랐던가. 

하루는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고
한달이 금방 지났고 월말은 항상 순식간에 다가온다.














































오리와 논병아리 녀석들이 사냥을 하다가
황금물 위를 빠르게 뛰어서 급히 도망을 간다.
















차가 건너 다닐수 있는 작은 다리가 있고
다리 끝부분의 물속에 작은 피라미나 붕어의 치어들이
오리 종류를 피해서 족히 수백만마리가 넘게 몰려 다닌다.

이런 미물들도 사람이 지나 다니니
오리들이 가까이 오지 않으니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으며
이렇게 무리를 이루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치어가 엄청 많다고 하니
지금 가도 되느냐고 하더니 빨리 오겠다며 기다리라 한다.






































잠시 친구를 기다리는 사이에 노인 한분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그걸 잡아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여기... 고기는 냄새가 안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진짜로 매운탕을 끓여 잡수실 모양이다.

악취가 나는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우기고 계시니 혹시 시장에 내다 파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민물 매운탕 먹기가 껍껍하게 생겼다.

심심풀이로 잡아서 버려진 죽은 치어들을 보니 안타깝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중에서
심심풀이로 남의 생명을 빼앗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을 것이고 어린 시절에는 내가 가장 심했었다.

주위에는 석굴을 구워 먹고 버린 쓰레기와
온갖 페트병과 비닐과 스티로품 부스러기가 넘처난다.














































몰려 다니는 곳에는 물보다 치어가 많다.

















































요 녀석들의 행동도 자세히 살펴보니
덩치가 큰 녀석들은 물속의 아래에서 다니고
작은 녀석들이 수면 가까이로만 헤엄처 다닌다.

큰 녀석들은 아래쪽이 더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는가 보다.

많은 개체가 무리를 이루어 아주 일사불란하게
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니
마치 예행 연습을 많이한 메스게임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펄펄 살아있는 하천의 내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다리 난간이 물속에 투영된 곳의 경계 부분이고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 치어들의 모습이 달리 보인다.

어떤 녀석들도 자신의 살길을 알고 있으며
열심히 도망을 다니니 살아 있는 것만도 장한 것 같다.

사람들은 옆 동료가 큰 불행을 당했다면
그걸 잊지 못하며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서 큰 공포에 떨게 만든다.

이들은 옆에 있는 동료가 포식자에게 잡혀 먹혀도
그저 그때뿐 금방 잊혀지고 다시 새로운 삶을 위해서
열심히 헤엄처 다니는 걸 보니 공포심도 덜한 것 같다.

이 수많은 녀석들중에 몇마리나 살아남아서
성어가 될 수 있으며 후세를 남기고 저승으로 갈 수 있을까?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고 살아가는 도중에 태반이 죽고 말 것이다.

이 녀석들을 두고 지능이 낮다는 말도 어불설설이고
갓 태어나자마자 제가 살아갈 방도를 알고 있는 곳이다.

이들 같이 눈 앞에 먹이가 보이면 먹고
포식자가 나타나면 도망을 가며 단순하게 살아가니
작은 불만이나 원한이나 고뇌같은 건 아예없을 것 같고
행불행같은 것도 없이 역사 의식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이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이니 이들이 부처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씰데없이 명석한 두뇌를 가져서
세상사 온갖 것을 따져가며 서로를 원망하고 
증오를 일삼고 서로 상대를 얕보며 멸시하고 무시하고
제 혼자서만 합리적이고 스스로 불만에 가득차서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것 같다.

이들은 불만도 없고 그저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포식자에 잡아 먹히며 그뿐 사람들같이 삶에 연연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남을 괴롭히며 살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젤로 단순하게 살아가며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이들이 부럽다.















































해가 떠오르니 차츰 기온이 올라가고
추위도 가셔지고 가는 바람에 잔물결 이니 물속의 갈대가 춤을 춘다.

물속에 얼비친 해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멋진 경관도 없는데 친구를 멀리까지 오라 꼬드겨 미안스럽다.

나는 이런 왕숙천의 새벽 모습이 좋다만...







 


박장로 14-02-24 23:29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새벽길 그리 멀지 안터이다.
새벽맑은공기 가슴속에 담으니 지난밤 폐속에 남아있던 찌꺼기 모두 왕숙천에 쏟아내고
이렇게 시원한 그림을 볼수 있으니 이 행복 누가 알리요....
     
고태환 14-02-25 11:18
 
그리 생각하니 다행이네.

이제 머지않아 풀잎에 맺힌 새벽 보석을 볼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맑은 새벽 바람 맛을 알고 나면 중독이 될 수밖에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