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다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영하 7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날씨는 며칠째 이어지고
게으름이 극치에 다다라 새벽달과 일출 본지가 오래되었고
작년에 동상에 걸렸던 손가락이 요즘에서야 겨우 낳았는지 아프지 않다.
영하 20도는 내려가야 농토에 있는
잡균들이 얼어죽어 농약을 덜 사용하게 된다니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하며 추위를 탓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습관이란 게 참으로 무섭다.
잠도 많이 자버릇하면 점점 늘어나게 마련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고 새벽 다섯시에 신문을 보고 아침 요기를 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단잠을 자는 게으름에 이골이 나고 말았다.
일요일 아침에는 새벽같이
두물머리로 달려가 아직도 하얀 눈이 녹지 않은 벌판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그만 새벽 단잠에 빠져서 깜박 늦게
일어나고 말았으니 가까운 구리한강시민공원으로 밖에 오지 못했다.
날씨가 따뜻하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왔을텐데
공원은 한적하고 참새떼만 재잘거리며 이리저리 몰려 다닌다.
해가 막 떠올라 강물이 붉고
강가의 갈대가 소리없는 바람에 일렁이고
멀리 암사대교가 한창 공사중이니 머지않아
이 다리가 개통되면 더욱 사람들이 몰려 들 게다.





홀로 높게 자란 갈대는 바람에 많이 흔들린다.
내 자식들은 사회에 나가서
홀로 우뚝 서는 것보단 그저 평범하게
남과 더불어 먼저 배려하며 페를 끼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행복함을 알고 느끼며 만족하는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키낮은 억새꽃에 강렬한 빛이 들었다.





눈이 내리고 난후에 기온이 급강하 했으니
갈꽃 위에 눈이 그대로 얼어 붙어 있는 것도 이채롭다.
강속의 잔물결과 갈꽃의 색이 대비되어 좋구나...





갈꽃 위에 눈이 샇여 있어도
솜털이 워낙 많고 부드럽게 보여서 따뜻한 감이든다.
예전에 물자가 귀할때는
실제로 이런 털을 모아서 이불을 만들어 덥었다고 한다.
야외에서 길을 잃어 조난을 당했을때는
이런 갈꽃을 모아 덮어도 보온 효과가 좋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바닥에는 서릿발이 하얗게 맺혔지만
방한복이 워낙 따뜻하니 추위를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이런 옷을 입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강아래서 위를 처다본 하늘은 너무 파랗고 맑아서 좋다.


뻘속에 살아가던 내 손바닥만하게 커다란
말조개가 죽어 껍질만 남았고 하얀 얼음이 덥고 있다.




강가의 얕은 물에 겨우 뿌리를 내리고
힘겹게 살아갈려는 여린 풀이 뿌리째 뽑혔고
하얀 실뿌리가 얇게 언 얼음속에 박재되어 있으며
얼음위로 솟아나온 잎에는 새하얀 서릿발이 맺혔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고 날씨가 풀리면
다시 소생하여 튼튼한 풀로 잘라 수가 있을라나...
초등학교 다닐때 들을 가로지르는
물줄기인 봇도랑이라는 꽤 넓은 개울이 있었다.
그곳에 탯줄도 떼지 않은 갓난 아기가
살얼음이 살짝 언 물속에 버려져 있었고
몸이 퉁퉁 불어서 커다랗게 되었고 새하얗게 변하여
눈을 감고서 누워 있는 게 대단히 무서웠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했었다.
이 광경을 보고서 저 아기가
어떤 연유로 저리되었는지 몹시 우울했고
꿈에 자주 나타나 살려달라고 하여 혼났었다.
그 아기를 버린 사람은
신작로 가의 움막에 사는 거지 가족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요즘 같았으면 경찰이 오고
사인을 규명하느라 법석이었을텐데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고 동네의 어른들이
아기의 시신을 산에다 고이 묻어 주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쑥부쟁이꽃 지고난 씨앗위와 명자나무 잎 위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강의 안쪽에는 오리떼 한가롭고...




가막살나무에 빨간 구슬열매가 곱게도 익었다.



고요한 물가의 역새와 갈꽃에
아침 햇볕이 곱게도 들었고 참새떼 잘도 몰려 다닌다.


한여름에는 잎이 무성하여 좋은 쉼터를 제공했었다.
이젠 나목이 되어 잔가지의 선을 곱게 드러났고
지나는 새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요즘 어느 곳이나 쉬나니 한숨이요.
듣는 소리마다 곱고 편한 말이 드물다.
아침에 내 또래의 점잖한 손님이 오셔서
육두문자를 쓰며 한숨을 내쉬며 하는 소리다.
"씨#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니... 이눔의 여편네가 글쎄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하며 열을 내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데 어느 정도 동감이 가고 놀랍기도 했다.
자신은 자수성가하여 많은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국내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허구헌날
멀리까지 여행하는게 지겨워 조금 편하게 살아볼려고
모든 사업체를 넘기고 재산을 투입하여 냉동창고를 구입하고
건물을 사서 임대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달에 4800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집에서 부인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일년여를 편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어느날 부인이 난데없이...
여자가 재산을 관리하지 남자가 관리하는 집이
어디에 있느냐며 통장을 자신에게 넘기고 이제까지는
고생이 많았으니 마음편하게 놀러나 다니고 편히 지내라 하더란다.
그도 그럴듯하게 들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임대료 독촉하는 것도 성가시고
여자라면 더 야무지고 알뜰하게 관리를 하겠지 하며
그러마 하고 모든 걸 넘겨 주고 돈과 싸우지 않고 몇달을 편하게 지났단다.
그런데 친구도 만나 곡차도 한잔해야 하고
그동안 사업차 만낫던 지인들과 식사도 해야 하고
조경사도 챙겨야 하는데 용돈을 달라하면 뭐든지 꼬치꼬치
따지며 도대체 용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잔소리만 늘었다 한다.
통장을 빼앗기고 나니
부인은 옷도 자주 사입고 집도 예쁘게 꾸미고
동창회며 동아리 활동이다 뭐다해서 외출은 잦아졌으며
알뜰함이 없어지고 남편을 업수이 여기는 경향까지 보이더란다.
남자는 지갑에서 힘이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며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기운이 빠지고 친구 만나기가 겁난다며
이게 무슨 꼴이냐며 부인과 이혼을 결심하고 전의를 가다듬고 있었다.
자신의 친구들 중에 은행 지점장이나
회사의 중역을 지내다 은퇴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때 월급은 모두 부인이 가지고 있는
통장에 들어갔지만 회사에서 나오는 판공비나 간혹 생기는
떡고물로 버티며 이럭저럭 무리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은퇴를 하고 나니 부인이 돈을 몽땅 차지 하고서
남자들은 빈 털털이가 되었고 어디 모임에라도 나가면
누가 식대를 내는지 눈치나 살피는 초라한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대낮에 유명 식당이라는 곳에 가보면
어디나 중년 여자들이 잔뜩 모여서 모임을 가지며
몇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서 남의 허물이나 둘추어내고
하릴없는 시간을 죽이고 있다며 한심해 하고 분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젊은 시절에는
온세상의 모든 눈치를 살피며 상사에게 수모를 당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까지 아부하며 묵묵히 견디며 회사생활을 했건만
편하게 쉴 중년에 들어 이런 꼴을 당하니 살맛이 사라졌다고 한다.
부인께 무시당하는 느낌이 드니
자식들까지 자신을 얕보는 기분이라며 씁쓸해 하는데
이게 우리나라 보통 가정의 중년 남성들의 비애라 느껴진다.
이제 기운마져 없어지면
가정에서 완전 퇴출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오래전에 형님께서 실직을 했었다.
형수님께서 남자의 지갑이 비면 안된다며
꼭 용돈 챙겨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었고
합리적이고 좋은 형수님을 두었다고 생각했었다.
남자나 여자나 돈은 아껴서 쓰야겠지만
부부라면 적당한 선에서 서로를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
평일날 야외의 유명 식당을 다녀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중년 여자들의 천국이라 생각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중년 여성들의 천국은 때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