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기 휴무일인 17일에는
서해안 제부도를 찾아 옛추억을 더듬어 볼려고 새벽에 출발했다.
새벽 길은 뻥뻥 뚫려 있으니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도착 할 수가 있었다.
30여년전에는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이었는데
이젠 정비가 잘 되었고 길가에는 안내 표지판까지 잘
세워져 있으니 어디쯤인지 알기도 쉽고 다니기에 너무 좋아졌다.


한참을 달리는데 전곡항이란 팻말이 보였고
행여 일출 보기가 좋을까 해서 들어가 보았고
누에섬이란 곳에 새벽 달이 떠서 반겨주며 달빛이 바닷물에 투영되었다.
달빛이 물에 투영되는 건 처음 찍어 보았다.
일출은 동해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라
구봉도 같은 서해에서도 볼 수가 있고 제부도에서도 불 수가 있다.
새해 첫날에 해돋이 보러
꼭 동해로만 갈 것이 아니라 서해로 와도 좋을 듯하다.
바닷가의 칼바람이 목덜미 속을 헤집고
들어가니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지지만 어떻게 온 길이던가.




할머니 한분이 이른 새벽에 산책을 나오셨고
물이 썰려 나갔으니 누에섬까지의 바닷길이 드러났다.
행여 멋진 일출이 펼처질까 기대했지만
이미 틀렸고 동쪽의 하늘색이 음울한 잿빛이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멀리에 보이는 섬이 제부도 같고
일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누에섬으로 갔건만
끝내 심술굿은 구름이 동녁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는다.




바위에 굴이 많이 붙어 자라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개체수가 적고 알도 너무나 작아 먹을 게 없겠다.


예전같이 작은 돌을 줏어 굴을 깨서 살생을 하고
알을 꺼내보니 코딱지보다 조금 크고 알도 실하지 않고 향도 짙지 않다.
바다가 오염되어 그런지 내 입맛이 변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런 굴을 까서 맛을 보며 즐기는 것도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즐거운 법인데 혼자하면 재미가 없다.



날이 맑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었으나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바다에는 갈매기도 보이지 않는
음울한 하늘에 뱅기만 쉬임없이 날아 오르고 오후가 되어야 맑아질 것 같다.
오늘 젊은 교육대 교수님께서 다녀 가셨다.
잠시 농을 했다.
"교수님 왜 나라꼴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만 돌아갑니까?
아마 교수님께서 제자들을 잘못 가르친 결과일 겁니다.
미래의 선생님들을 좀 잘 가르치셔서 나라꼴 똑 바로잡아 보십시요."
미소만 짓고 가만히 있으며 자신도 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득였다.
어렵게 공부를 하고 오랜기간 금융업에 종사하다
느지막히 박사학위까지 받아 모 전문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형님이 계신다.
가게를 방문하셨길래...
"학교에서 강의하시는 건 재미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야...야... 말도 마라...
이런 돌때가리 같은 눔들이...
도대체 출석조차 하지 않는 눔들이...
등록금만 내놓고 얼굴도 모르는 눔들이...
허구헌날 여자 꽁무니만 따라 댕기는 눔들이...
밤낮 피시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놀고 자빠진 눔들이...
시험만 치고 나면 찾아와서 학점이나 잘 달라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정말로 양심도 없는 눔들이야.
그런 암 것도 모르는 눔들에게 학점을 잘주어
사회에 내 놓으면 무슨 일을 하겠으며 무슨 창피를 당하겠냐?
허이구!!! 그런 돌때가리 아 샤키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통 속상하는 일이 아니고 나한테 배웠다고 할까봐 정말 겁이난다.
그런 눔들을 큰 돈들여 대학에 보내야만 하는
우리 사회 풍토가 한심하고 부모들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
이제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그냥 썩힐려니 아까워 학생들이라도 가르처 볼려고
강단에 나온 내가 비양심적이고 암 것도 가르쳐 주지 못하면서
강의료나 받아 챙기는 내가 더 미치겠고 한심하고 갑갑한 노릇이다.
뭘 배울려는 의욕이 조금이라도 있는
눔들을 가르처야 가르치는 맛이 날 것 아냐?
머리에는 똥만 들어 있는 한심한
똥때가리들이 그래도 대학나왓다고 으시댈 것 아냐?
왜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대학의 반을 없에는 게 맞는데... 모두가 낭비야 낭비...
올해까지만 강의하고 때려 치울란다.
내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
교수라는 이상한 사람들도 머리가 텅텅 비어서
재단에 아부나 잘 하고 학생들과 농담이나 나누다
점수만 잘 주면 그게 훌륭한 교수라니 나라꼴이 뭐가 되겠냐?
대학교 반을 없애버리고 전부 공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형님 얼굴이 화가 잔뜩 스며있다.
"형님 생각이 틀렸어요.
형님도 재단에 아부하고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시면 전임교수가 되잖아요...
적당히 사회와 타협을 하고 강의료 까지 받아 챙기며
지엄하고 근엄하신 노 교수님이라 불리며 살아가면 행복하지 뭘 그래요?"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