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냥 제 알아서 저절로 흘러가건만
괜스레 사람들이 기념일을 정해 난리법석을 떤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게 시간이고
어제도 같은 해가 떠올랐고 또한 지고
오늘도 여일하게 같은 해가 떠서 해가 저물었다.
한해의 끝이라 하고 또 한해의 시작이라 일컽는다.


동지라고 이름지은 날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태양이 여름보다 남쪽으로
기울어 저물고 있으며 내일도 같은 해가 떠오를 것이다.



겨울철새 어디서 하루를 보냈는지
해가 저물어 가니 잠자리 찾아 석양위를 무리지어 점점이 날아간다.




큰 뱅기 한대 멀리서 수많은 사연 싣고와
하루를 마무리하고 태양 앞을 지나 공항에 내려 앉는다.
한해의 마지막이라는 2013년 12월 31일 저녁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장로님의 자당께서는 허리 수술을 하시고
집에서 요양중이시고 장로님은 무릎 수술을 하고
뻗청다리를 하고 걷지도 못하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어야 한단다.
하여 2014년 첫 시작은 강가에서 일출을 보고
장로님 집에 점심을 싸가서 잠시 보내다 올 생각을 했고
원로님인지 장로님인지... 연락을 해놓고 기다리라 했었다.
31일 밤은 집에서 조용히 지낼라 했으나
지인에게 잡혀가서 곡차를 나누다 새해라는 시간을 맞게 되었다.
이 야밤에 외국에 출장을 갔다가 귀국한 분이
새해의 일출을 어디서 맞이 하느냐 문의가 왔고
곡차에 취한 상태에서 두물머리에서 만나자 했고
이른 새벽에 구리농수산물 센터로 가서 장로님과 함께 할
점심 반찬을 넉넉하게 준비하여 두물머리 쪽으로 향한다.
두물머리가 가까워 오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려 왔는지
아마 5키로 전부터 길이 주차장이 되어 있어
진입조차 못하고 정약용기념관 옆의 강가로 오고 말았다.


2014년의 새해 새벽 강변은 고추같이 매운 날씨였지만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고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작은 배의 주인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하고
배는 주인을 기다리며 물속에 그립자 드리우고 있다.


두물머리로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 오니 어느새 북새통이 되었고
새해를 함께할 지인들이 모이니 참으로 반가웠다.
오늘의 내 일정을 얘기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더니
모두들 특별한 의의가 없다는 뜻으로 말이 없었다.
어부의집 조구봉선장께서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오더니 금방 나를 알아 보고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뜨거운
커피까지 여러잔 타다 주니 이 또한 너무 고맙다.
매서운 추위속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는
우직한 조구봉선장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더욱 향기롭고 따스하다.


동녁이 점점 붉어 오더니 밋밋한 새해의 일출이 시작되었다.
각자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모르지만
모두가 반가운 사람들이니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평소에도 말이 없고 꾸밈이 없는 조구봉선장은
오래전의 우리네 모두의 아버지를 보는 듯 듬직하다.
이런 매서운 날씨에도 가족 물래 혼자 일어나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배를 몰고 거물을 걷으러 나간다.
그저 도를 닦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이런 맹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불만이 없는 듯 초연하게 임한다.
나는 가족을 위해 이렇게 묵묵히 일을했던 적이 있는가 생각된다.
이런 가장이 있기에 한가정이 안정속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게다.
이윽고 모두가 나와 함께 장로님집으로 향했다.
오전 열시 가까이 되어 여섯사람이 들이 닥치니
이집 식구들 모두 아침 식사도 하지 않았고 어찌할줄 몰라 가만히 있다.
가져간 찌게꺼리를 끓이고 밥을 할려면
시간이 솔찬히 걸릴 것일 게고 나 외에는
모두가 낮설은 얼굴이고 낮선 집에서 거실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어색했던지
밖으로 나가서 간단하게 해장국이나 하고 헤어지자고 한다.
집에서 부터 올챙이 아줌마는
남의 집에서 끓이고 볶고 할려면
오히려 민페를 끼칠 것 같다며 싫다고 했었다.
아니 친구집인데 어때?
전혀 괜찬으니 염려랑은 붙들어 매고 따라 오라고 큰소리를 첫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설처댔으며
다른 이들은 행여 페를 끼칠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으며 모두가 나를 보며 몰염치한 사람이라 하고
새해 첫날부터 남의 집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난리다.
하고야!!!... 새해 아침에
좋은 일 한번 해보며 여러 사람이
한솥밥 함 먹어 보며 즐기자 했다가 사람꼴만 어색하게 되고 말았다.
장로님은 처음 오신 손님 대접못해 서운해하고
다른 이들은 민페 끼첫다 미안해 하고 모두에게 핀잔만 들은 새해 아침이다.
친구에게는 페를 조금 끼처도 허물이 안되고
다음에 또 만회하며 지내면 되는 것 아니냐 했다가...
나는 우찌 새해 아침부터 이런 꼴만 당한당가...
싸간 찌게거리만 건네주고
모두가 밖으로 나와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헤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