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산행을해 본지가 석달이 넘었다.
매월 첫째 화요일이 산행일인데
석달동안이나 다른 일이 생겨서 불참하게 되었다.
2014년 1월 7일 첫째 화요일이며
전자랜드의 첫 정기 휴무일을 맞아
차가 없던 시절 발걸음만으로 다니던 시절
강릉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대관령의 옛길인 제왕산을 다녀왔다.
1월5일날 제왕산의 산행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니
새하얀 눈꽃이 너무 좋아 큰 기대를 안고 왔다가 실망이 크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거나
보부상이 동해안의 어물을 지고
또는 여러가지 생필품을 머리에 이고지고
태백산맥을 넘어 행상을 다닐때 걷던 길이거나
한양 사람들이 동해안으로 유람을 떠나던 길이었을게다.
길을 걸어 간다는 것은
현재의 우리보다 앞서간 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당시의 애환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걷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게으른 해가 늦게 떠올랐고
지금 가는 길은 한양에서 강릉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초급행으로 달려가는 길이다.
백여년전을 상상해 보더라도
이런 넓은 도로가 없었으니 짚신 여러 켤레를
바랑 뒤에다 매달고 세월은 썩지 않는다며 유유자적
휘적휘적 걸으며 온 산천경계를 감상하며 걸어갔을 게다.
빨리 달려가서 좋은 곳을
둘러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거북이 걸음으로
금수강산의 산하와 세상의 모든 인심을 격어보며
걷는 재미도 비슷할 게고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는 후자가 좋지만 요즘은 바쁘게 움직여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예전같이 한가롭게 지낼 수가 없고 너무 각박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버스는 순식간에 살같이 달려서
고속도로 준공탑 아래 도착하였고 등산이 시작되었다.
칼바람이 어찌나 쎄게 몰아치는지
낙엽송도 휘어져 자랐고 길게 자란 잔디마져도 일어서지 못하고 누워있다.
바람이 워낙 쎄니 이틀 사이에 낙엽송을 뒤덥은
상고대같은 새하얀 눈은 모두 땅으로 내려앉았다.
아주 새하얀 세상을 꿈꾸며 달려 왔건만
주위의 풍경이 이렇게 변했으니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땅바닥에나마 눈이 쌓여 있으니
겨울임을 실감하고 탑 아래서 기념 사진을 찍고
방한복과 모자를 쓰고 다니니 모두가 꼭 무장공비같이 생겼다,.





눈 위에 솟아나온 풀과 키작은 나뭇가지와 조릿대의 곡선과 녹색이 돋보인다.




옛 선인들은 이런 겨울이 닥치면 어떻게 걸어갔을까 궁금하다.
요즘이야 방한복이 워낙 따뜻하고 좋으니
거센 바람이 불어도 추위를 모르고 이마에 땀이 맺혀 걷고 있지만
예전에는 솜놓은 버선에 짚신을 신고 눈위를 걸어가면 발이 시리고 얼마나 추웠을까?
짚세기에 묻은 눈이 녹아 스며들어
버선과 발은 몽땅 젖었을 게고 등에 짊어진 짐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 질 게고 발도 몹시 아팟을 것이다.
고생이 극심하니 모두가 골병이 들어 단명하지 않았나 한다.
요즘은 폭신하고 따뜻한 방한 신발과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바지에 오리털 외투를 입고 다니니
전혀 춥지도 않고 호강만 하며 다니니 참으로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높은 산에는 하얀 눈으로 덥혀 있고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었는지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꺽여지고
넘어져 있고 가만히 서 있기가 위험할 정도로 쎈 바람이 불어 오고
산아래의 먼곳에 백두대간의 등뼈에 뚫어 놓은 터널이 아스라이 보인다.




산의 경사가 급한 곳이 그리 없고
제법 편한 길이어서 무릎관절이 별로 좋지 않아도
등산 하기에 좋고 무슨 연유인지 소나무가 죽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험하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깊은 산속의
오솔길을 졸졸 따라가는 운치도 그만이다.
봄이면 진달래 만발했을 게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었을 것이고
가을에는 온 산에 단풍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지금이야 무겁지 않은 배낭을 메고
재미삼아 걸어 가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온갖 생필품을 지게에 지고 오르내리려면 얼마나 힘이들었을까?



멀리 보이는 산 경사면에 눈이 쌓여 하얗게 되니
눈위로 드러난 나목들이 어린 시절 머릿이를 잡느라
누이의 머리속을 뒤질때 까만 머리카락 솟아있는 머릿속을 보는 것 같다.


소나무 고사목 한그루는 보는 방향에 따라 기울기가 달리 보인다.
거센 추위와 바람을 얼마나 고달프게 견뎌 내다가
끝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죽어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우뚝 솟아있는 바위는 제왕산 솟대바위란다.
봄이 되어 바위 틈새에 진달래 피어 나면 대단히 이뿔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백두대간이 높게 펼처져 있다.


멀리 있는 산봉우리에 오래된 낙락장송
군락이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 갈수록 굵어진다.











이런 멋진 소나무들이 지구의 기후 변화로
50년후에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것이라 한다.
이제 이 사진이 오래도록 남아서
멋진 소나무가 무성했을 때의 모습이 전설로만 남을 것 같다.
자식을 키우며 우찌하든지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내야 하니 산길을 오가야 했고 저절로 길이 생겨났고
이 길에는 숱하게 많은 전설이 곳곳에 깃들어 있을 것이다.
백여년전에 살아가던 사람들을 그려 보며
딱하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백년 후의 후세들이
현재 우리의 생활사를 돌아보며 그렇게 어렵던 시절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하고 궁금해 하며 자취를 돌아보며 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