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 해가 짧고 일찍지니 빨리 어두워진다.
여름보다는 빨리 산을 내려오는 게 안전상 좋을테고...
이제 산행이 끝나갈 무렵이 되었는지
작은 개울가에 급하지 않은 내리막 오솔길이 이어지니 걷기가 좋다.






길의 좌우에 늘어선 큰 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꼬부랑길을 휘적휘적 걷자니
고요속에 바람소리, 개울물 조잘대는 소리가 정겹고
이런 아름다운 길은 마음맞는 친구와 담소 나누며 한없이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제왕교라는 작은 다리가 이색적이고
다리위에서 개울의 아래윗쪽을 보니 발담그고 놀기에 그만이다.
이런 산중에 주막이 있었다 하고
주막집 주인도 장사를 해서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갈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고갔는지 짐작하고도 남겠다.




눈과 얼음이 덥힌 하얀 계곡에 옥수같은 물이 지천으로 흐른다.
골이 깊으니 사시사철 수량이 많고 서식하는 동식물도 많을 게고
여름에 이런 계곡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예쁜 벌거지가 많을 것 같다.






물은 모양과 색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고체로 되었다가 액체로 되었다가
기체로도 변하며 바탕에 따라 색깔도 바꾸며
형태도 갖추지 않으며 어떤 난관에도 순응하며
어디에나 존재하고 모든 생물에게 이로움을 주며
흘러 흘러가서 바다에 닿으면 종착역이 되었다가
다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었다가 산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길은 개울과 함께 평행선을 이루며 길게 이어진다.
어느곳하나 비경이 아닌 곳이 없고
전후좌우를 돌아보며 천천히 내려 오는 맛이 그만이다.
이런 험한 길을 산악자전거를 타고 쌩쌩 내달리는 게
너무 위험하게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스릴을 즐기며 달린다 할 것이다.
이 세상은 어느 곳에나 위험투성이고
너무나 많은 스릴이 넘처나며 그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산속 오솔길에서 혼자 스릴을 즐기다 다치면
한사람만 어렵게 되지만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스릴도 있다.
오늘 어느 대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이 다녀갔다.
자신의 상사들이 큰정을 나누며
그 위험한 스릴을 즐기다가 줄줄이 검찰에 잡혀가서
감옥에 가게 되었다며 여러 정황을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검찰에 잡혀간 이유란다.
물이 너무 맑아도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
사람 살아가는 사회가 너무 맑아도 서로간에 인정미가 없어지게 된다.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작은 정을 나누고 지낸다면
사회에 윤활유가 되고 얼마나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될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은 정이 오가며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오죽 좋겠느냐만
너무나 큰 정이 오가고 큰 정도 모자라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을에게 강압적으로 뇌물을 요구했고 그렇게 받은 것을
또 그 윗선에 상납하여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신문에 난 걸 보았다.
오늘 그 회사에 근무하는 분이 오셔서
물어 보앗더니 애써서 감추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나름대로 적나라하게 얘기하는데 요지는 이러하다.
제일 큰 원인 제공자는 정치인에게 있지 않느냐?
그네들이 권세를 누리고 살아갈려면
차기에도 당선이 되어야 하니 자금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
그 자금을 제공받을 제일 큰 물주는 공기업이지 않느냐?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공기업에서는 비자금을 만들어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니 공기업의 총수라는 사람이
잡혀 가면서도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투로
오히려 당당해 하며 정치적이 보복이라 하는 장면도 지켜 보았다.
정말로 당당하다면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정의구현의 실천이고 큰 용기일진데 혼자 감당하고
책임을 지겠다며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잡혀가는 것을
큰 의리를 지켰다는 자부심에 가득차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잡혀간 총수 자신도 구린 곳이 있으니
밝히지 못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게고
그런 총수란 사람을 잡아간 사람들도 모두 한통속이니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해도 절대로 밝혔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니 모 증권회사 회장 나으리도
일조칠천억을 사기치고도 책임질 의향이 전혀 없고
공기업 총수라는 이도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잡혀갔으며
그걸 멍청히 지켜 보는 소시민들은 정신이 어리벙벙할 수 밖에 없다.
그 공기업은 하청업체인 대기업에서
자금을 뜯어내야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요구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제삼의 말단 기업에 하청을 주며 또 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여 마지막 단계인 가내 수공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곳에다 가격을 최대한 깍아서
남품을 받고 비자금을 만들어 큰 정을 상납해야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사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큰정을 나누는데
제일 큰 피해자는 최저 생계비 조차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땀이 아니겠느냐고 하며 분개했다.
윗선에서 큰정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게
습관화가 되었고 이젠 사회 전반에 걸처 관습으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이런 나쁜 관습은 영원히 풀지 못할 과제라하는데 백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얘기 들으며 마신 곡차 맛은 더욱 썻다.
오늘 마신 곡차가 너무나 쓴 게
내가 공기업 총수가 되어보지 못한 부러움과
권세를 누려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푸념을 하는...
세상에 젤로 못난 졸장부의 가심알이니 너그러이 보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