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에 나뭇가지 끝마다
새하얗게 맺힌 상고대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일진데
날씨마져 흐리니 최고로 나쁜 날을 선택한 게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운동을 충분히 했고
멋진 소나무군락을 만난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개울가에
깊은 소와 아주 작은 폭포까지 있으니
한여름 무더위에 이런 곳에서 멱을 감아도 그만이겠다.
이런 곳엔 선녀가 내려올만한 곳인데
밤새 잠복이라도 하고 있다가 옷이라도 훔처 볼까나.




넓은 개울이 나오고 육지의 갈대같은 달풀이
소나무 군락 앞에 우거져서 운치를 더하며 산수화를 보는듯하다.



옛날에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 달풀로 초가집 이엉을 엮어서 살았을 게 틀림없다.
무엇이든 자연에서 얻어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게 공해도 없고 젤로 좋다.



작은 오솔길 따 걷다 보니
인가가 보이고 벌써 산행의 끝인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또 한바탕 겨울 계곡의 비경이 펼처진다.
까만 물까치 한마리 꽁무늬를 샐쭉이며
춤을 추다가 상류쪽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청정지역이 틀림없고...






또 작은 고개 하나 넘으니
기암괴석으로 장식된 선녀탕이 나온다.
그런데 우찌 선녀는 보이지가 않는지 모르겠다.
제발 선녀가 나타나 하늘나라에 숨겨둔 옥황상제의
보물이라도 좀 훔쳐와서 그걸 팔아 불우이웃이라도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ㅋㅋㅋ




펫말을 보니 강릉 사람들이
한양으로 향하던 대관령 옛길의 초입이 나왔다.
우리는 한양에서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어 온 것이다.





갑자기 신작로가 나오고
길가에 늘어선 멋진 소나무와 헤어져야 하고
산행이 끝났고 또 서울로 가서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심이 답답해오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대기하고 있는 버스쪽으로 와서
곡차를 곁드린 저녁을 먹고 서울로 돌아와 헤어질 것이다.
사진만큼 정확한 기억은 없다.
가끔 쉬는날에는 집에서
오래전의 사진을 들추어 보면
이날의 추억이 현재같이 또렸하게 되살아나며
나중에 다시 들추어 보아도 이날 본 솔숲이 그립고 다시한번 오고 싶을 것이다.
벌써 인생의 반을 넘어 살아왔건만
아직도 철이 없어 엉뚱한 공상을 할때가 많다.
산에 갈 때마다 이런 멋진 솔숲과 계곡을 지나다보면
시골에 있는 선산에 불을 확 지르고 다시 멋진 숲을 가꾸고 싶어진다.
바위 골짜기 사이에 형성된 소에
버들치가 떼를 지어 유유자적 한가로이 놀고 있는
장면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럴때 괜히 돌맹이를 확 던져서
크게 놀라게 하고서는 왜가리나 백로가 나타났을 때
빨리 숨는 훈련을 시겼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으니
버들치들에게 나는 악마나 다름이 없는 존재로 보일 것이다.
뽀얗고 예쁜 아기가 살이 포동포동 올라있어서
팔이나 종아리를 만지기만 그 감촉이 너무 좋으며
방긋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환장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요런 이뿐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볼이나 팔을 꼬집고 울려서 사진을 찍어 놓고
요 녀석이 성장 했을때 보여 주고 싶을 때가 많고 실제로 그러하다.
그러니 요런 아기들이 나만 보면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니 만져 볼 수가 없으니 자업자득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늘씬한 아가씨가
빤쭈가 보일락말락한 미니스커트에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모델같이 한껏 폼을 잡으며 당당하고 멋지게 걸어가고 있었다.
한순간 삐끗하더니 그 높은 뒷굽이
떨어지고 말았고 비척비척 걸어가다가 힘이든지
신발 두개를 벗어들고 가는데 마치 실성한 사람같이 보였다.
건강 생각은 안하고 폼만 좋아하다가
아주 고소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절로 미소가 나왔었다.
그 후로부터 그런 멋진 아가씨만 보면
행여 뒷굽이 떨어지길 고대하며 걷는 버릇이 생겼으니 천당가기는 틀렸다.
큰 갑부는 아닌듯하고 일흔에 가까운 손님께서
음악도 크게 좋아하지 않으면서 음질에 실증이 났다며
가끔씩 오디오를 바꾸러 오셔서 아주 잔인하게 깍는 분이 있다.
항상 자신이 지니고 다니는 시계나
만년필이나 지갑이나 심지어 벨트나 속옷까지 보여주며
어느 회사에서 나온 명품이며 가격이 얼마나 할 것인가를 내기 하듯 묻곤 했다.
명품을 모르니 가격을 알리가 없고
얼마나 하는 제품인가 되물으며 부러운 눈초리를 보냈더니
그것도 모르느냐는 투로 장시간에 걸처서 구구절절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는데 관심을 보이지 말았어야 옳았다며 후회를 했었다.
여름 휴가를 마친 어느날인가
울상을 지으며 가게에 왔는데 얼굴까지 핼쓱해 보였다.
그 때에 자랑을 하며 보여주던 그 명품을
차속의 서랍에 넣아 두었는데 모두 도둑을 맞았다고 했다.
겉으로는 참 안됐다며
그런 나쁜 도둑은 꼭 잡아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위로를 해 주었는데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확실히 내 마음 속에는 악마 여럿이 우글거리고 있는게 확실하다.
나는 언제나 철이 들어 이런 악마를 쫒아 낼 수가 있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