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내 속은 벤댕이 속이라네.   14-01-15
글쓴이 고태환   2,680 hit
 
버스에 올라 식당이 있는 마을로 왔다.

작은 면소재쯤 되는 곳이고
마을의 반이상이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고
관광객을 상대로 대구 뽈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아담한 마을 가운데로 신작로가 나있고
이곳은 겨울도 따뜻한지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고
감나무마다 따지 않고 남겨둔 까치밥이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식당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형편이 제법 괜찬은 마을같아 보인다.

가난하여 먹을 게 없다면 까치밥을 남겨두지 않았을테니...

할머니 한분이 길을 가시다 시커먼 내가 사진 찍는 게
행여 도둑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피다 가신다.















































두어집은 예전의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내 이럴때의 고향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반갑다.
















































맵고 얼큰한 대구뽈찜이 먹음직스럽고
오고가는 곡차잔 속에 분위기가 점점 화기애애해 지고
산우회원들의 우정도 다져지고 배도 불러지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곡차의 종류도 다양하게 잘도 비워진다.

식사를 조금 일찍 끝내고 버스를 타고 오며 보아둔
남대천과 농가 옆에 외따로 떨어진 소나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연어가 많이 올라오는 남대천의 상류가 아닌가 한다.

멀리 하얀 설산과 까만 산의 실루엣 곡선이 이뿌다.

서너달 전만 하더라도 녹색이었을
하천의 달풀이 황토색 겨울 옷으로 갈아 입고 있으니
그 색이 참으로 곱기도 하고 날이 일찍 저물어 가니
오목눈이들이 떼를 지어 재잘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고 잠자리를 찾고 있나보다.


























예전의 이 시각쯤이면 밥짓는 하얀 연기가 솟아 올랐을텐데...

이젠 그런 고향의 정취는
이런 시골에서도 사라진지 오래되었을 게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으면 끼니 꺼리조차 없는
가난한 집이었다고 하며 그 시절을 회상하곤 몸서리 치곤했었다.

끼니가 없으니 저녁은 굶고 고픈 배를 부여 잡고
긴긴 겨울 밤을 보낼려면 잠도 좀처럼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이런 고생스런 시대를 살아간
어른들 조차 찾아 뵙기 힘들게 되었고
우리가 나이 많은 세대로 치달아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긂기를 밥먹듯 하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인데
전국민이 살을 빼야 한다고 아우성인 좋은 시대가 되었다.




























모든 물건을 운반할때 지게로 하던 것을
이젠 자동차가 없이는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땅은
쓸모가 없게 되었고 맹지라 불리고
이젠 방방곡곡 어디에나 실핏줄 같은 길이 생겨나
전국민이 편하고 배가 부르게 되었는데 모든 국민의
마음과 인심은 사나워지고 더욱 피패해지고 가난해졌다.

부와 마음의 풍요는 반비례하는 게 틀림이 없다.

























































하천가에 넓지 않은 농지가 있었고
농지 한가운데 소나무 몇그루가 몰려 있는게
이채로워 저녁을 후딱 먹고 달려 왔더니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운치가 별로다.

예전 같았으면 한톨의 곡식도 더 생산해야 했으니
논을 넓히느라 소나무가 남아 있지 않고 베어냈을 것 같다.

















하천가의 콘크리트 벽틈에 자라는
버드나무가 이채롭고 언제 까지 살아있을라나...

버드나무 뿌리가 점점 굵어지면
벽이 갈라질지 모르니 머지않아 베어버릴 것 같다.

이런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아마 땡크가 지나 가듯이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왔을 게다.

베어 버릴께 또 있다.

가끔씩 내 벤댕이 속을 확 베고 도려내고
크게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골 학교의 4년 후배라는 손님이 왔다.

경찰관이라 하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오디오의
스피커를 어떤 것으로 바꾸면 좋은 소리가 나겠느냐고 물었다.

문의하는 말투가 반말 비슷했으며
깡마른 사람이 얼굴은 오만상으로 찡그리고
어느 가게에서는 어느 메이커 스피커가 좋다하는데
"당신 같으면" 어떤 것으로 추천하겠느냐며 문의를 하는데
그 당신이라는 말에 비위가 확 상하고 대답을 하기가 싫고 몹시 거슬렸다.

왜 이 가게는 커피도 한잔주지 않느냐며
물은 조금만 넣고 진하게 타 달라해서 공손하게 대령했다.

하지만 가게를 하는 게 죄이니 꾹 참고
더욱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 공대를 하며 대답을 했다.

다른 여러가지를 물어 오며
하찮은 장삿꾼이 장사를 위한 장사를 하는지?
행여 속이지나 않는지? 매순간 곁눈질로 나의 표정을
살피며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 게 정말이지 혐오스럽고 싫었다.

문의를 하는 사람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이
여러 스피커의 장단점을 한참동안이나 침을 튀기며 설명해 주었다.

오디오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데 왜 나를 찾아 왔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골라 좋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게 좋다했다.

많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에게 오디오 문의를 하러 온 것인지
자신의 오디오 실력을 강의하러 온 것인지 모르겠고 짜증만 늘어갔다.

음악도 틀어 주기가 싫어서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우리 가게는
추천할만한 제품이 없고 다른 가게의 제품도 들어보라 하니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불친절하다고 또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종국에는 내가 몇년이라도 선배며
나이도 내가 위니 예의 갖추어 존대를 하면
대답을 하겠다 하고 사람을 의심하며 물어보지
말라고 타일렀더니 기분이 나빠졌는지 그냥 획 나가 버렸다.

항상 남을 의심하며 추궁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할려고 했지만
내 속이 너무 좁아 더욱 공손하지 못하는 게 더 나쁜 눔이 아닌가한다.

서푼어치도 안되는 알량한 자존심일랑
진작에 버리고 이익만 챙기는 게 진정한 프로 장삿꾼일진데...

괜히 속이 상하고 기분이 찝찝하다.

여러 사람을 대하다 보면 별스런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내 속은 좁아터진 벤댕이 속이 맞는 것 같다.




 


ㅂ ㄷ 14-01-16 08:41
 
벤댕이 속이 아니라
그느무자식 아주 혼을 내주지...
그런 눔은 어딜가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꺼야
     
고태환 14-01-16 11:19
 
세상은 지지고 볶고 해야 심심치 않고 잼난다고 하는데
그걸 제가 겪으니 재미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어딜가나 더욱 조심하며 예의를 갖추어되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박장로 14-01-16 12:01
 
그게 사람인갑다....
그래 프로 장사꾼보다 더불어 사는 장사꾼이 되고 싶은데
그걸 누가 알아줘야지...
우선 내주머니에서 얼마가 나가지 않느냐가 중요한거지 뭐.....

나도 시방 똑같은 짓을 했다
견적을 물어 왔길래 귀사와는 거래 하기 싫다고 해삣다
내가 내물건 안팔겠다는데 뭐 ......

그런데 전화 끊고 나니 씁쓸하다..
     
고태환 14-01-16 17:15
 
이렇게 털어 놓으면 금방 잊혀지니까 좋습니다.

아니여 또 언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날지 모르니께 너무 섭섭하게 보내면 안되지요.

만사 좋은 게 좋은 것 입니다요.
심재형 14-01-17 11:08
 
그 동안 강화도 내려가 밴댕이만 많이 먹었구먼....ㅋㅋ
난 새우젓만 먹어 새우젓썩은 곤쟁이 속이라,
그래도 자네 속이 훨 좋구만....ㅎㅎㅎ
     
고태환 14-01-17 12:09
 
벤댕이는 작은 생선이지만 내장이 적으니
살이 웬만큼 붙어있고 회를 뜨면 제법 먹을만한 양이 나온다네.

잡으면 성질이 급해 금방 죽을 뿐 아니라 상하기 쉽다네.
하여 잡은지 서너시간만 지나면 생 것으로 먹을 수가 없고 젖갈을 담그지.

벤댕이는 지방이 많아 엄청 고소하고 맛있는 생선이라네.

앞으로는 썩은 새우를 먹지 말고 벤댕이를 드시라고...

이 큰 형님께 진상도 좀 하시고...

알것냐... 아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