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간 여유를 낼 수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흐리고 우중한 날씨다.머피의 법칙은 항상 이럴때 꼭 들어 맞는다.무릎이 고장난 친구가 집에만 붙어 있으니 몹시 답답했는지 일요일날 함께 출사를 가자해 놓고 새벽에 집을 나와 전화를 하니 영 자신이 없다고 한다.집으로 되돌아 가기도 뭣하여 계속 전진하다 보니 양수리로 왔다.너무 일찍 도착하여 한참을 자다가 뼛속까지 추워져서 일어나니 동녁이 붉그레 밝아 온다.강열한 햇빛 쏟아지는 아침을 기대했으나 동녁을 보니 하늘이 흐리고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추위를 떨치고자 팔을 힘껏 휘두르고 오리걸음을 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팔당호가 얼어 있으니 생명이 없는 듯하며 고요와 적막만 감돈다.호숫가에 아카시나무가 무수한 잔가지를 펼치고처연하게 서있고 갈대는 바람이 없으니 미동도 하지 않고
재재거리며 내려 앉을 귀여운 작은 새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고...웃자란 갈대가 목을 길게 빼고 찬란한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고....빨간 해가 미세먼지 속에서 겨우 떠올랐다고 알려주고...급히 자리를 옮겨 북한강의 초입으로 왔다.물풀이 얼음속에 박재되어 있고 어린시절 같았으면 얼음 두께를 가늠하느라 걸어 들어가서 발이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발이 빠져서 몹시 시리게 되면 불을 피워서 발을 말리고 온 얼굴에 검정이 묻어 다니다 보면 어머니께 혼이 나도 또 빠지는 일을 예사로 알고...아마 요즘 아이들이 겨울 얼음 물에 빠졌다하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어머니는 아이와 강아지는 얼지 않는다며 이젠 이런 것에 호기심이 없어지고 얼음이 깨지고 말 것을 알고 있다.호기심이 없다는 게 흥미가 없다는 것과 같을 게고 나이가 더해졌다는 것 같이 느껴지고 매사가 시들해졌다.북한강 가의 겨울 풍경도 적막하기만하다.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미니강가의 갈대에 따스한 빛이 들었고 밤새 추위에 시달리다 따스함에 졸고 있는 듯하다.수형좋은 이 버드나무는 제작년에 큰 가지가 부러져 흉하게 걸처 있다가 누군가 제거 했지만 여전히 작은 가지가 촘촘히 뻗어 있어서 내년이면 무수한 잎을 달겠다.요즘 퇴근 무렵이면 보름달이 환하게 떠 오른다.이 달이 줄어 들어 가는 눈썹같이 가늘어지면 설이다.설이되면 또 맛난 음식이 만들어질테고이웃과 형제들과 나누는 재미가 좋아질 것이다.어린시절 우리 마을은 대부분이 일가친척인 집성촌이었고 어느 집이나 주인이 없어도 내 집이나 다름없이 만만하게 드나들었다.어느 겨울날 보름달이 밝게 떠 있었을 게다.겨울에는 해가 짧으니 대부분의 집에서는 해가 지기전에 저녁을 먹고 설겆이까지 해치운다.꽤 늦은 시간에 심심하여 슬슬 밖으로 나와 마실을 나와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척집에 가서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그 집은 그날 따라 늦은 저녁을 먹었고 밥상을 치우는 모습이 부산해 보였고 내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왠지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고기국 냄새가 났었다.그 때는 고기가 귀했고 다른 집이 저녁을 먹고 난후에 자기네 식구만 몰래 고깃국을 먹고 내 발자욱 소리가 나니 급히 치우고 흔적을 없애느라 그랬을 것이라 짐작이 갔었다.하지만 밥상 위에는 뼈다귀가 남아 있었으니 삼척 동자도 알일이다.조금 어색했지만 태연한 척하고 방에 잠시 앉아 있다가 나오는데 섭섭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다.그 섭섭함이란 게 어디를 가나 식구나 다름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나를 남같이 소외 시킨다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그 집은 항상 그런 식이었고 어느 이웃과 나눌줄을 모르고남들이 모르는 자기 가족들만의 비밀이 많은 집이었다.그러니 그 집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았고 항상 빈집같이 조용했었고 다른 친척들과 교류가 없었다.내 또래의 그집 아이들도 별로 친하게 지내는 이가 없었다.우리집에는 워낙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드나드니 감추고 자시고 할 일이 없었고 "다 먹고 없다. 야야... 나눠줄 게 없어서 미안해서 어쩌노" 하는 정도다.조금 적게 먹어도 나눠 먹으면 내 마음이 더 편한 법일진데...재작년이었 게다.기차를 타고 광주를 내려가는데우연히 뒷자석에 여자 동서 둘이서 앉아서 가며 맏동서 욕을 하며 신나게 흉보는 걸 엳듣게 되었다. "왜? 큰 형님은 작은 먹을거리도 그렇게 꽁꽁 감추어 두고 내놓지 않는지 모르겠다."식의 흉이었다.작년에 내가 제사때 쓰라고 가져간 등심도 그 때 구워 먹고 말일이지 냉동했다가 나중에 녹혀서 자기네 식구들끼리 있을때 먹으면 그게 어디 생고기 제맛이 나며 우애가 더 좋아지겠는냐? 추석에 들어온 과일도 다 썩어서뒷베란다 쌓여 있었는데 깍아 내 올줄 모르고 꽁꽁 숨겨두었더라.우리가 집에 갈때 나누어 주었더라면 그렇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다음에는 형님이 흉을 보던 말던 꽁꽁 숨겨두던 말던 우리가 뒤져서 마구 꺼내다 먹자고...등등...두여자분은 기찻속에서 지루하지 않게 션하게 맏동서 흉을 보며 깔깔거리고 묵은 체증을 씻어 내리고 있는 듯했다.유독 음식이 썩어가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게 아까워 하며오로지 자신의 자식들만 꿋꿋하게 챙기는 분들이 있다.그 맏동서가 늙어지면 그의 자식들도 그렇게 배워서 시어미에게 주는 걸 아까워하며 나누어 주지 않을 것 같다.우리 형제들의 짝궁 셋중 맏동서는 욕심이 없는지 조금 바보스러운 것인지제 것 챙겨 놓을 줄을 모르고 모든 먹을거리가 들어 온다면 형제들을 모두 불러 북적이게 만든다. 하여 무엇이든 적던 많던 가족이 몽땅 둘러앉아 굽고 지지고 볶아서 함께 먹는다.아이들인 사촌들도 모두 모여서 함께 먹고 즐기니 정도 더 두터워지고 우애도 좋아지고 좋은 추억도 함께 만들어 같다.음식의 양이 많아 남았다 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갈때 시키지 않아도 눈치 보지 않고 모두 적당량을 들어 가니 남아서 썩는 게 없다.동생도 좋은 먹거리가 많이 생겼다하면 제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형님집으로 들고 온다.형제들이 모두 20여분 정도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며 연락만 하면 모두가 우루루 몰려들어 북적대니 이도 즐거운 일이다.요즘은 친사촌도 남남인 시대가 되고 말았다.그렇게 사촌 조차 남같이 되도록 교육을 시킨 게 우리 세대의 잘못이 아닌가 한다.모두 모두 나누어 주어라.그리하면 너와 네 형제들 자식들이 더욱 친하게 되나니...[금강복음 1장 17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