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는 마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도 즐겁고 재미있는 음악 듣는
일을 왜 마약이라고 할까요? 좋은 기기로 음악을 듣는데 푹 빠지면
좋은 기기에 대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오디오에 푹 빠지면 더욱 센 약을 써야하는 것이 마약과
같아서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센 약을 쓴다는 건 이런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업그레이드를
고려한다면 사용하는 것보다 일단 금액이 비싼 제품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비싸야만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봅니다.
그러나 무조건 비싸야만 좋은 건 절대 아닙니다. Plinius의 제품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Plinius는 뉴질랜드에서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뉴질랜드라면 대체로
낙농국가라는 세뇌 아닌 세뇌교육을 받은 덕에 그런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보면 그런 이미지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랜 동안 이 회사 제품을 취급해 왔는데 다른 회사에 비하여 A/S가
거의 없습니다. 튼튼하게 참 잘 만들었습니다. 또한 음악을 들어보면
뉴질랜드처럼 온화하면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악성이
뛰어납니다.

앰프라 하면 우선 힘이 좋아야 합니다. 310W의 출력을 갖는 SB-301은
구동력이 뛰어납니다. 300W가 넘는 출력도 대단하지만 구동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구동력이 좋으려면 전류가 안정되게
공급되어야 합니다. SB-301은 대용량의 전원트랜스가 채널당 하나씩
장착되어 필요로 하는 전류를 안정되게 공급합니다. 듀얼모노럴 구성으로
안정된 전류를 공급받아 그게 힘으로 이어져 파워앰프로서 갖춰야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구동력을 높여 구동하기 어려운 저능율의 스피커도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에너지와 파괴력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질감이 뛰어납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종래의 A 클라스 파워앰프
질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온도감이 느껴지며 음의 중심이
고역이나 저역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후하여 벙벙대거나 피곤한 소리가
아닌 중용을 지키는 느낌입니다. 수준급의 부품의 채용과 안정된 회로의
구성, 30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중년신사와 같은 품위 있는
중후함이 엿보입니다.
동사의 프리 Tautoro와 연결하여 상성이 잘 맞는, 요사이 새로이 출시된
Dynaudio Confidence C4 Signature 스피커와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C4 Signature는 전모델에 비하여 명료도가 훨씬 좋아졌고, 또한 음의
깊이감이 향상되었습니다. 8인치 우퍼 2개는 구동력, 즉 힘이 좋아야한데
310W의 출력을 갖는 SB-301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아주 매끄럽게
바이올린이나 콘트라베이스를 표현하며 피아노의 명료함도 발군입니다
(Phillips. Forellen Quintett. Schubert ‘Trout’). 음질이 좋으면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겨우내 얼었던 시내에서 봄을 맞아 힘차게 뛰노는
송어처럼 음악도 경쾌하게 잘 흐릅니다. 이런 경쾌함은 구동력 좋은 앰프와
깊이감이 뛰어난 스피커가 조화롭게 소리를 일궈낸 결과입니다.
가운데 서서 노래하는 Agnes Baltsa의 ‘The train leaves at eight.’
Baltsa가 저 멀리 있는 듯하며 아주 애절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목소리는 더욱 맑아서 비감이 더해집니다. 헤어진 임은 오지 않고
무심한 기차는 멀리 떠나고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채 앉아서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Baltsa의 목소리는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성악은
또렷할 때 맛을 살려줍니다. 목소리가 아주 또렷하여 비가의 슬픔을
배가시켜 줍니다.
Leopold Stokowsky 지휘의 Liszt ‘Hungarian Rhapsody’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렁차게 내밷는 듯한 총주가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이 느낌은
대형의 스피커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들며 대형의 스피커를 구동할 힘을
갖춘 앰프이기에 가능합니다. 시원시원합니다. 총주에서는 하나하나의
악기가 얼마나 잘 표현되는가를 주의 깊게 봐야하는데 서로 뭉치지 않고
위치조차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힘이 있으면서 해상도가 뛰어나게
들립니다. 이 음반은 'Living Stereo'라는 LP로 1960년 처음 출시되었다가
CD로, 다시 SACD로 만들어질 만큼 steady-seller 음반으로 음질도 뛰어난
대편성이라 표현하는 기기가 좋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은 시원하게 표현하여 감동의 물결이 더욱 큽니다.

앰프는 힘과 함께 질감이 뛰어나 음악성이 좋을 때 물 만난 고기처럼 됩니다.
어떠한 음악을 들어도 좋습니다. SB-301은 힘이 있으면서 뛰어난 질감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습니다. 이런 마약이라면
한번쯤 중독되어도 그리 큰 대가를 치루지 않아서 추천할 만합니다. 아니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