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는 아날로그처럼 소리가 나야 합니다.
아주 비싼 하이엔드 아날로그 기기를 들으면서
역시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날로그라는 명제에는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Well-Temped Amadeus GTA는 아날로그가 뭔지를
확실히 보연주는 그런 턴테이블입니다. 섬세하면서도
참으로 아늑한 이 턴테이블을 아날로그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아래는 월간오디오 10월호에 실린 최윤욱원장님의 평론입니다.
Well Tempered / Amadeus GTA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완벽한 자질
아마데우스 GTA의 가격은 아주 매력적이다.
신품가 기준으로 이 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가격대 안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적수가 있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 (월간오디오/글 최윤욱)
언젠가 한 번은 써볼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는 써보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지인 중에
사용자가 있어서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 시스템으로
사용해본 적은 없다. 국내의 오디오 장터는 물론 국외에 있는
사이트를 뒤지곤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비용 불문하고
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못 구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정상적인 가격에 구하고 싶었다. 톤암은 구입
직전 단계까지 갔다가 판매자가 철회를 하는 바람에 허사로 끝난
적이 있었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애타게 중고
구입을 기다리던 턴테이블의 리뷰 의뢰를 받는 것도 그중 하나다.
웰템퍼드의 아마데우스 GTA라는 신품 턴테이블을 리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신 모델이 나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오디오계가
워낙 불황인지라 수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리뷰라는 것이
행복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리가 엉망인 제품이 걸리면 고민과 번뇌 속에 리뷰를
써야 한다. 드물게는 기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리뷰 기사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말 형편없는 제품이라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청은 했으나 리뷰가 나가지 않는 것을
탓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뷰 기사 수정을 허락하지
않는 나 같은 리뷰어에게 이 방법 외에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마데우스 GTA 턴테이블 리뷰는 아주 행복한 경우다. 리뷰라는
형식을 통해서 들어보고 싶던 제품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도랑치고 가재를 잡는다는 격이라고 하겠다.
퇴근 하자마자 배달되어 온 박스를 열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변화가 있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톤암과 플래터의 구조는
옛날 웰템퍼드 턴테이블 방식 그대로다.
구조를 찬찬히 살펴보자. 플래터를 받치는 스핀들 축 베어링은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여기에 마찰계수가 극도로 낮은 테플론으로
받쳤다. 플래터를 끼우려고 보면 플래터 축이 들어가는 입구가
동그란 원이 아니고 삼각형으로 되어 있다. 아니 왜 원이 아니고
삼각형인지 이해가 안갈 것이다. 직전 모델은 삼각형이 아니고
사각형이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 탓에 플래터를 꽂은 상태에서
플래터 한 쪽을 누르면 플래터가 덜렁거린다. 극도로 정숙하게
회전해야 하는 플래터가 살짝만 손대도 덜렁거린다니 문제가 많은
턴테이블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스핀들 축이 들어가는 곳을 원형으로 축에
꼭 맞게 제작하면 안정감은 있지만 스핀들 축 전체가 마찰을 하게
된다. 마찰은 결국 진동과 소음을 발생시키게 된다. 원형이 아닌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축이 들어가는 부분을 만들면 원형인 축이
닿는 부분이 극도로 작아져서 마찰이 줄어들고 진동과 소음도 덜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유격이 생겨서 플래터가 덜렁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작은 힘이지만 플래터가 모터와
벨트로 연결이 되면서 생기는 벨트의 장력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플래터를 안정시키는
기발한 발상인 것이다.
플래터의 재질은 아크릴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손으로 만져본
촉감으로는 아크릴보다는 덜 단단하면서 약간 무른 아세탈 같은
느낌이 든다. 아크릴이 진동 특성은 좋지만 음색을 왜곡시키는
특유의 착색이 있는 반면에 아크릴보다 무른 아세탈은 착색이
적고 자연스런 음색을 내준다. 아세탈 계열 플래터는 대표적으로
VPI 턴테이블에서 사용된 예를 찾을 수 있다. 플래터를 돌리는
모터는 BLDC가 아닌 일반 직류(DC) 모터다. 모터에 가해지는
직류 전압으로 속도를 조정하게 된다. 벨트는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전달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가는 카본 와이어를
사용했다. 베이스는 요즘 고급 턴테이블에서 유행하는 이중
샌드위치 구조로 알루미늄 판 2장을 간격을 두고 결합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진동 차단을 위해 말랑말랑하고 속이 빈
고무공 4개로 본체를 받치게 했다.
웰템퍼드 턴테이블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톤암에 있다.
구형은 알루미늄 덩어리가 끈적끈적한 실리콘 액 속에 담겨지는
것이다. 신형은 알루미늄에서 골프공으로 교체되었다. 골프공을
자세히 본 사람은 알겠지만, 골프공은 구슬같이 완전한 구형이
아니다. 표면에 딤플(Dimple)이라는 홈이 무수히 있다. 딤플은
골프공이 공기를 뚫고 날아갈 때 와류를 발생시켜 좀더 멀리 공을
날려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실리콘 액이라는 유체 속에 유체역학의
연구로 탄생한 딤플이 새겨진 골프공을 잠기게 하는 발상이 아주
기발하다.
일반 톤암과 달리 고정점 없이 유동하는 방식이라 오버행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려와 달리 오버행 조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매뉴얼에서 밝힌 오버행 조정법은 레코드의 내주에서
소리골과 직각이 되도록 세팅하는 것이다. 주어진 종이에 그어진
격자선에 카트리지가 비스듬하지 않고 똑바르게 되도록 매달린
골프공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면 된다. 가로로 나와 있는 스테인리스
막대에 끼워진 링을 밀고 당기면 링에 매달린 골프공이 앞뒤로
움직인다. 앞뒤로 좀더 많이 움직이고 싶다면 베이스 옆면에 있는
나사를 살짝 풀고 막대가 끼워진 원통 기둥을 돌리면 된다.
우려했던 오버행 조정은 쉬웠지만 에지무스 조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상하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톤암을 좌우로
수평을 이루게 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시간이 걸리는
에지무스 세팅 때문에 카트리지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VTA 조정까지 마쳤으니 이제 첫 소리를 낼 준비는 끝났다.
시게티가 연주하고 도라티가 런던 심포니를 지휘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얹었다. 긴장 속에 듣는 첫 소리는 기대 이상이다. 톤암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체 속에 담겨져 있는 구조라 저음이 약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없지 않았다. 나의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풍부하면서 탄력이 넘치는 저음이 쏟아진다. 최고급 턴테이블에서
맛볼 수 있는 저음이다. 무대의 펼쳐짐도 아주 좋아서 상하 좌우로
상당히 큰 무대를 재현한다. 비평 모드로 돌입해서 아마데우스
GTA의 성능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역 밸런스를
보면 옆으로 배가 부른 피라미드 구조를 하고 있다. 탄력 있고
깊은 저음에 적당한 톤의 중음이 자리 잡고 맨 위에 고음이
위치하는 구조다. 보통 피라미드 구조는 중역과 저역은 좋지만
고역은 약간 아쉽다. 옆으로 배가 부른 피라미드 구조는 적당히
배가 불러서 안정적이면서도 중고역이 충분하다.
음색을 보면 듣는 이를 혹하게 하는 매력적인 화장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밋밋하고 심심한 음도 아니다. 보통 매력적인
음색은 현악기에는 아주 좋지만 피아노의 투명하고 영롱한 느낌은
반감시킨다. 아주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음색이다. 현악기를
화사하고 윤기 있게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피아노의 투명함을
해치지도 않는다. 음상도 찬찬히 살펴봤다. 정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음상이다. 해상력과 디테일 뉘앙스도 수준급이다. 비평적으로
트집을 잡으려고 해도 딱히 흠 잡을 것이 없다. 장르를 가리나
싶어서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도 걸어보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나 송창식의 ‘축제의 밤’을 걸어봤다. 딱히
어색하게 들려주는 곡이 없다. 말 그대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여기서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지난 호에 실렸던 스파이럴
그루브의 SG-2와 본의 아니게 맞짱을 뜬 것이다. 물론 카트리지는
나의 주력 카트리지인 고에츠 우루쉬로 했다. 아마데우스
GTA에게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두 턴테이블이 2주 정도
나의 거실에 동시에 있었다. 코퍼헤드 암이 장착된 SG-2에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다. 배틀을 시작할 즈음엔 SG-2에 밀린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해서 시간을 두고 정밀
시청을 하면서 코퍼헤드 암이 장착된 SG-2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더 짙은 블랙 톤의 배경을 선사하고 좀더 안정감 있는
무대를 그려주는 SG-2의 판정승이었다. 그러나 6배나 비싼
코퍼헤드와 SG-2에게 중반까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마데우스 GTA의 존재감은 충분히 확인했다.
아마데우스 GTA의 가격은 아주 매력적이다. 신품가 기준으로
이 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가격대 안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적수가 있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
수천만원하는 하이엔드 턴테이블은 아주 작은 나사 하나까지
최상의 것을 고집해서 제작을 한다. 아마데우스는 그런 면에서는
약간의 타협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최고의 부품을 써서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차선의 부품을 사용해서 음질적으로는
최선에 가장 가까운 성취를 이루고자 한 것이다. 비용을 무시하고
음질만을 위한 최고의 턴테이블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쉽다.
진정 어려운 것은 제한된 비용으로 최고의 음질에 거의 근접하는
턴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데우스 GTA를 듣다보면 이 가격에
이런 음질을 만들어내는 턴테이블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