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re KX-R
이번에 소개할 프리앰프는 수차 소개되었고, 본지 1월호에 ‘2008년을 빛낸 오디오 시스템’
에도 선발된
에어의
KX-R 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한 모노블록 파워 앰프 MX-R에 이어 곧바로 등장한 프리앰프,
오랜 시간 오디오파일의 사랑을 받아온 K-1이라는 명기 대열에 오른 하이엔드 프리의 대를
잇는 모델이다.
외관은 크게 바뀌어 파워 앰프와 마찬가지로 통 알루미늄을 절삭하고 아래쪽에 밑판을 댄
호화로운 섀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전 모델인 K-1이 큰 용적에 텅 빈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KX-R은 슬림하면서 빈 공간을
알루미늄이 꽉 채우고 있다.
생김새도 날렵해졌고 현대적이고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음색도 확연히 변화되어 이전과는 획을 그어 버리는 변화가 있었다.
음색은 이전의 약간 어두운 느낌의 차분하게 가라앉는 진한 느낌에서 MX-R이나
KX-R 모두
상당히 밝아졌고 스피디하고 선명하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엣지’ 있게 음을 재생해 준다.
이전 제품과 비교뿐 아니라, 여타 앰프 류와 비교하여도 그런 특성이 있다.
아마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였다면, 에어의 MX-R이나
KX-R은 미국산이 아니라 유럽산 앰프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확연한 음색의 변화에도 기본적인 설계 이념 중 대부분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볼륨단은 입력단과 최소한의 경로로 이어져야 된다는 이념에 따라, 이 벨트-모터 구동의
로터리 스위치는 재미있는 조작감과 정밀함으로
조용하게 ‘따르륵’ 소리를 내면서 1dB 씩 움직일 때 느끼는 기분은 특별하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느껴지는 볼륨의 크기에 따라 변화하는 음색과
대역 밸런스를 조절하는 ‘가변 게인 트랜스임피던스(Variable Gain Trans impedance, VGT)
볼륨 회로’가 어떤 음량에서건 같은 특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 준다.
이 같은 사실은 사실 시청 중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스펙을 살펴보니 커다란 음량으로
듣거나, 담소를 나누기 위해 음량을 줄였을 때에도,
혹은 커피 한 잔 따르고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해 돌아다닐 때에도 특성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듣기가 좋았다는 점이 기억났다.
아마 정자세로 앉아 치열하게 대면할 때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그 장점이
서서히, 하지만 크게 느껴지는 부분일 듯하다.
그밖에 제로 피드백과 사용하지 않는 입력의 차단으로 신호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이념,
에어 컨디셔너라고 명명되는 MX-R에서 채용되었던 전원부 등 음의 순도를 높이는 에어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이 투입된 플래그십 하이엔드 프리앰프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KX-R의 소리는 외관만큼이나 날렵하고, 현대적인 음색의 변화는 MX-R의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되어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이것은 에어가 분명하게 음의 방향을 세웠고 또한 그 방향에 맞추어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오디오 마니아 역시 사용하는 기기가 바뀌어도 비슷하게 자기 소리를
만들어 가는 마니아가 진정한 고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청은 수입원의 시청실(환풍이 안 되어 아직도 새집 냄새가 났지만 쇼룸의 음향 수준은
여태 들어본 시청실 중 수위를 다툴 정도로 좋았다)에서 B&W 40주년 기념 모델인 시그너처
다이아몬드, 그리고 크렐 이볼루션 모노블록으로, 에소테릭의 P-03·D-03과 함께 들었다.
알루미늄 톤까지 비슷하게 맞으면서 한 세트인양 보였고 게다가 음이 의외로 상성이 좋았고,
특히 스피커와도 잘 맞아 들어간다.
800 시그너처도 같이 있었지만, 저음의 양은 차이가 있지만, 음색이나 세팅되어진 위치의
차이가 이쪽이 더 개성을 잘 표현해 내어 B&W 시그너처 다이아몬드로 시청한다.
앞서 말한 변화된 밝은 분위기와 선명함 스피드감과 함께, 이전부터 정평 있는 에어 특유의
‘Air(공기)감’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라이브를 들어보면 잔향의 울림이 구석구석 느껴지고 세밀해진 묘사와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적이고 입체적인 이미지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할보센 편곡, 헨델의 파사칼리아(RCA)에서 들려준 펄만과 주커만의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현의 보잉 속에서도, 특유의 감촉과 까실까실함이 살아 있다.
이 대목은 물론 크렐 파워의 영향도 있을 테지만 이전의 에어 K-1X에서 이어받은 특성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촉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인데 음상이 굵지 않음에도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의
촉감이 살아 있는 느낌이 참 좋다.
구형 제품의 리뷰, 그리고 신형 파워 앰프 리뷰에서 지속적으로 시청했던 오르페우스 쳄버의
소규모 심포니 모음곡(DG)을 틀어보면 확실히 변화된 선명함과 밝고 또렷해진 경향은 앞서
말한 전통적인 무대감과 어우러지면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고, 특히 스타카토 부분에서는
바이올린의 스타카토가 콘트라베이스의 스타카토까지 이어지는 대목은 무대 공간이
파노라마처럼 좌측에서 우측으로 커다랗게 호를 그리며 이어지면서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현이 팽팽하게 조여진 탄력적인 스타카토의 텐션은 이 앰프가 얼마나 스피드감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특성이다.
에어를 말할 때 나는 항상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특성인 공간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헤레베헤의 모차르트 레퀴엠의 중첩되는 원근감의 표현은 이전 MX-R에서도 놀라웠는데
프리인
KX-R도 대단했다.
이 둘을 따로 들어도 느껴지는 이 장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재즈의 경우도 조화와 밸런스가 좋은 음을 들려준다.
얀 가바렉이 오피시움(ECM)에서 들려주는 소프라노 색소폰은 날이 바짝 선 날카로운
음이지만 거북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울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베니 워터스가 들려준 ‘Ziggin' and a Zaggin'’(opus3)의 라이브는 또렷한 비브라폰 음이
하이엔드적인 면모를 가지고 엣지가 선명하게 서 있다.
에어는 성향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이전 모델처럼 어떤 장르에서든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이제 출시된 지가 제법 되어 신제품이라 말하기 조금은 오래된 감이 있지만 MX-R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프리앰프인 KX-R 역시 현대적인 하이엔드로의 변신을 완벽하게 해냈다.
나로서는 정통의 에어 팬으로서 이전의 두루뭉술하고 약간은 가라앉은 분위기가 조금은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이야 어떻던, 객관적으로
미국산의 메이저급 앰프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하이엔드 특성이 살아 있는 앰프로
등극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에어는 제법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비록 몇 가지 소소한 변화는 있었지만, K-1·V-1의 라인업이 긴 세월 유지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내놓은 제품으로, 그만큼 완성도도 높고 앞으로도 롱런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좋은 앰프라는 것도 역시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