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유승우 님 댁 튜닝기   04-09-18
글쓴이 박중하   4,129 hit
 


들어가는 이야기

"뭔가 지난 번과 달라진 게 있는 데..."
튜닝을 맡고 있는 김박사 님의 궁금증입니다.
"달라진 게 없을텐데요..."
집 주인 유승우 님의 대답입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이번 튜닝은 1차 '처방'이 된 모양입니다만 뭔가 도면과는 다른 점이
적잖아서 최종적으로 튜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방문의 목적이었습니다. 다만 왠지 모르게
지난번 작업에서 얻어진 결과가 아주 조금이나마 부족하게 느껴졌기에 그러한 시도가
있었을 겝니다.



우선 달라진 것은 오디오 기기가 설치된 방향을 바라봤을 때 둥근 앉은뱅이 차탁이 하나
추가된 것 외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외부인들이 부부만 사용하는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앉는 게 보기에 안타까웠는 지 안주인께서 커다란 배스타월을 한 장 깔아둔 게
큰 변화였겠습니다.
도면에 씌여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방 사이즈와 스피커 위치의 기초 검증 작업을 합니다.
본래 김박사 님은 이번 튜닝을 위해 5가지 정도의 각기 다른 포인트를 선정해왔습니다.



이른바 Sweet Spot이 집주인이 하루 일과와 피로도에 따라 혹은 감상하려는 것이 음악인지
영화인지에 따라 침대 위에서 다양하게 변할 소지가 있긴 합니다만 일단 이번 튜닝의
전반적인 포인트는 배스타월이 깔린 침대 끝부분에서 청음했을 때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판단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왼편 구석에서는 성인 남자의 키보다 조금 큰 장롱이 버티고 서있습니다.
벽의 안쪽으로 파여 들어간 공간에 위치해 있다는 게 문제였고 첫번째 튜닝 때도 스탭들을
당황케 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에서는 이를 좀더 고려하여 튜닝에 신경 썼습니다.









일단 다인C2를 소스기기들과 거의 일직선으로 놓인, 벽면에 가깝게 설치하기 위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스테이징이 좁은 듯 한 데 저음은 상당히 부풀려져
들려옵니다. 집주인 유승우 님은 여러명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안쓰러워선지 연신
"전보다 낫다"고 하시는 데 눈치가 빠른 스탭들은 '이건 좀 아니다'라는 것으로 해석해내고
좀더 다른 위치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이번 레퍼런스로 쓰인 곡은 Jennifer Warnes의
'The Hunter' 앨범의 'Way Down Deep'이었습니다. 깊은 저음과 찰랑이는 고음이 아주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해서 많이들 애용하는 앨범이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만약
안주인이 스피커 위치를 벽면에 가깝게 놓아두기를 원하신다면 오히려 SACD를 선호하시는 게
그 위치에서 들린 소리는 나을 듯 했습니다. 물론 이번에 사용된 CD 전용으로만 본다면
스탭들이 느낀 몇가지 뭔가 부족함 때문에라도 C2의 위치가 옮겨질 필요가 다분했습니다.
언제 기회가 닿으시면 같은 앨범의 SACD도 들어보시고 또한 오리지널인 Leonard Cohen의
목소리로도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집중 혹은 릴렉스





벽면과 가까운 포인트는 일단 잊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밸런스 문제도 있거니와
음역대가 고르게 들리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었고 또한 무엇보다도 집주인이 원하는 소리,
즉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와는 좀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포인트 조합이 몇가지 더 남아있었으므로 이번에는 벽면에서 좀더 멀어지고 소스
기들로 부터 약 40센티 정도 앞으로 나온 위치에서의 차이점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즉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디폴트 포지션은 소스기기로 부터 약간 앞에 스피커가 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치밀하게 계산된 몇개의 포지션 계산을 한 뒤 얻게 된 몇가지의 결론은
아래 사진처럼 복잡한 테이핑 작업을 통해 아래 사진의 위치처럼 좀더 오디언스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모양새로 나타납니다.



첫번째 포인트에 비해 30센티 이상 앞으로 스피커가 나오게 됐습니다.
변화라면 저음역이 거의 두 배 이상 부풀려졌다는 점입니다. 다만 고음역은 살짝 감춰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워낙 깊게 내려가는 저음역이 아쉽던 차에 그 변화는 꽤 색다른
결과치였거니와 이번 만큼은 주인장 입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의례적인 답대신
좀더 디테일한 요구조건들이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순간 스탭들도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응답'이란 게 있다는 것이 이처럼 좋은 건 단지 튜닝 때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오디오 펜스를 꺼내 스피커 마다 받쳐두고 청음에 들어갔습니다. 방바닥에서 스피커를
흠없이 이리저리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디오 펜스에 올려둔 C2는 아주 쉽게
미끄러져 섬세한 세팅에 오히려 도움되었고 이번 경험을 통해 오디오 펜스가 스피커
옮기는 데에 아주 편리한 또다른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모두들
입을 맞췄습니다.



그렇습니다. 1차 튜닝 때와는 달라진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멍석이겠고
좀 버터 발린 표현을 빌자면 러그란 게 하나 더 늘었습니다. 본래 러그란 침대 곁에 두고
발로 전해지는 갑작스런 냉기를 감해보자는 의도에서 깔곤 하는 데 집주인은 이를 오디오
기기의 앞 부분에 넓게 펼쳐둠으로써 일종의 흡음 카펫과 유사한 효과를 보고 계신
모양입니다. 지름이 3미터 가량 되는 반원형이라서 상당히 넓게 전면을 감싸고 있는 데
그것으로 인한 음향의 변화나 효과는 접어두고라도 일단 "편하고 촉감이 좋다"고 답하는
것을 보아 음반을 바꿔 넣어보거나 할 때 몸이 느끼는 감을 더 중시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쨌든 스피커가 좀더 앞으로 나오게 됨에 따라 러그의 한쪽 부분을 스피커가 파고 들게
되면서 부득이 겹쳐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나중에 세밀한 세팅이 있게 되면 이는
쉬이 조정될 거라고 보았으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제 스피커가 좀더 오디언스와 가까워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작업이 이뤄지게 됩니다.
사진에서 처럼 소스기기들은 이제 스피커와는 거의 연결고리를 끊고 별개의 포지션에서
할 일을 하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즉 스피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소리의 변화는 아주 색달랐습니다. 우선 디테일이 확 살아나면서 저음역도 많이 다스려진
느낌입니다. 30센티 만큼의 변화가 이렇게 대단함에 내심 놀라우면서도 이로 인해 후일
나타날 몇가지 '후환'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게 고민스럽습니다. 즉 리스닝룸의 용도가
음악 감상이 주가 아니고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한 침실이자 안방이라는 것이고 또한
주부의 입장에서 이런 '파격적인 레이아웃'을 얼마나 이해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이때쯤 부부가 함께 사는 집에서 남편들은 타협점을 찾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데 약간의 파격에 대해 나타나게 될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최대한 저항해보겠다는 일말의 다짐도 있었음으로 보아 시험 삼아 더 극적인 포인트까지
테스트는 해볼 필요가 있었겠지요? 우선 스위트 스팟을 침대의 머리맡까지 옮겼습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스피커가 거의 침대 가까이까지 다가선 포지션을 만들어 봤습니다.
스테이징이 상당히 줄어들되 저음은 파워풀해졌고 뒷벽면을 이용한 반향효과가 더해져
색다른 느낌이긴 했습니다. 단지 아쉽다면 저음역이 벙벙거린다는 점과 실제 생활 공간에서
이러한 레이아웃을 장시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보여집니다.

순간 김박사 님이 브레이크를 외칩니다.
"자, 어떤 게 마음에 들었습니까? 다수결로 결정하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다수결이라니...
잘 모르긴 해도 김박사 님은 마지막의 실험정신에 불타는 포인트를 고른 듯 싶고, 고태환
사장님은 벽면에서 조금 전진한 포인트를 택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물론 오디오란 게
듣는 사람에게 가장 잘 맞아야 하므로 제3자의 '주장'이란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일테니...
제 경우는 두 번째, 즉 벽면에서 두 스텝 앞으로 나온 포인트가 듣기에 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장본인인 유승우 님의 경우도 같은 위치를 골랐는 데
일단 듣기에 온화하고 편하면서 그간 아쉬웠던 저음역의 깊이가 더해졌고 안정적인 음이
마음에 들었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습니다.

안정과 즐거움





유승우 님이 사용하고 있는 기기들의 소개는 이미 1차 튜닝기에서 소개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더듬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파워앰프는 MBL 8006A 모노블럭을 사용중이고, 프리앰프는 같은 회사의 MBL 4004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CDT와 DAC는 각기 North Star Design Model 192 세트를 이용하고 계십니다.
아날로그 디스크 플레이어인 Avid는 오스오디오의 PH-700 포노EQ에 물려있었으나 당일 튜닝
때는 청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스피커는 Dynaudio의 C2입니다.







가끔 부부가 정답게 침대 위에 자리 잡고 DVD로 영화 감상을 하느라 천장 매립식 스크린과
프로젝터가 매달려 있긴 했으나 서라운드 오디오 스피커가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보아
2채널로 즐기시는 모양입니다. 결국 이번 튜닝작업의 주된 포인트는 아쉬웠던 면의 보정과
방의 기능에 어울리게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데에 맞춰진 셈입니다.
최종 결론은 집주인이 귀가하여 쉴 때의 복장인 듯 한 반바지로 갈아입고 침대 머리맡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OK!' 사인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들을 오디오 펜스에서 내려놓고 지정한 포인트에 정확히 맞추고 수평을
잡는 것으로 튜닝 작업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게 되어 기쁘다"는 유승우 님에게 김박사 님은 화답대신
"아파트가 지어진 지 오래되어 접지가 극마다 모두 들어온다"면서 좀더 나은 소리가 나올 수
있었는 데 아쉬워 하는 눈치입니다. 방을 나서면서 정리 겸 바닥에 붙여둔 테이프를 떼어내며
스탭들 모두가 즐거워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사장님, 다음번은 어딥니까?"라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마누라가 닭발 볶아 놓았다니 어서
갑시다!"라며 걸음을 서두릅니다.다음번 튜닝작업이 어디인지 알고 싶었는 데 닭발이라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족...아니 닭발 덧붙입니다.
튜닝이 필요하신 분들은 필요한 다음의 자료를 게시판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방 사진(네 벽면 모두), 실제 방 사이즈,방 안에 놓인 가구라든가 침대 등등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태환 04-09-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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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올려주시니 튜닝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이해 하실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이 홈피가 훤해 질것 같습니다.


PS.앞으로 닭발 얘기는 쓰시지 말아 주십시요.
제가 몬도가네 인걸 모두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거시기 합니다.
고 명섭 04-09-19 01:18
뎃글 삭제  
제갈양에 대한 삼고초려를 한 유비처럼
보다 나은 소리를 위한 노고가
많이 묻어 납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학민 04-09-19 22:45
뎃글 삭제  
역시 글을 좀 써보신 분은 다릅니다..^^
놀라운 기억력과 그걸 풀어내는 솜씨에 감탄이네요..
저 역시 좋은 경험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