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는 이태리 말로 ‘작은 방’을 뜻한다. 음악사적으로는 16세기 말 르네상스 운동이 한창인 당시 피렌체에서 예술 후원자였던 조반니 덴 바르디 백작의 살롱에 모인 시인, 화가, 문인, 건축가, 신진 음악가 등의 모임을 통칭하던 말이기도 하다.
황인용의 <카메라타>는 그의 일상의 여유와 그가 좋아하는 소리의 결을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카메라타>는 어디에 있는 가?
강변북로를 따라 통일동산까지 가다 보면 헤이리 예술인마을이라는 곳이 나온다.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예술마을을 지향합니다. 1997년 파주출판도시와 연계한 ‘책마을’을 구상한 데서 태동되었으며 그 진행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예술마을’로 개념이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 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헤이리에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예술공간을 짓고 있습니다. 마을 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져오는 전래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습니다.” www.heyri.net(소개글 발췌)
9월 26일까지 2004 헤이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겸사겸사 헤이리로 달려갔다.
15만평 부지에 대한민국에서 한~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사적공간과 오픈된 작업공간을 병행하는 마을을 만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충분히 끌만하다. 올해 말에는 박찬욱 감독도 입성하고 윤도현도 여기로 이사 온다고 하니….
게이트에 들어서니 요즘 유행하는 生콘크리트 날벽의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미술이나 설치예술 등은 봐도 모르니 <카메라타>를 바로 찾아갔다. 헤이리 마을 전체에서 언덕배기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두 개의 건물이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왼쪽은 살림공간, 오른쪽이 음악감상실이다.>
입장료 10,000원을 내고 소리를 젤 잘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때 황인용 선생은 칠판에 곡목을 적고 있었다. 커피를 시키고 전체를 둘러본다.
바로크 음악이 묵직하고 편안하게 흘러나온다.
30여년 오디오 폐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다다른 궁극의 소리는 이런 느낌인가?
사방팔방을 둘러보았다. 나지막이 흐르는 저 소리를 어떻게 잡았을까?
천정, 바닥, 벽 등등
<왼쪽 벽은 손으로 만져보니 나무 위에다 다시 일관적인 느낌을 줄려고 시멘트 회칠을 입혔다.)
<오른쪽은 날 시멘트 벽이고 빛을 중시한 공간이라 사이사이 자연광이 스며들어 오게 되어 있다.)
<천정은 나무재질로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카메라타를 지은 건축가는 조병수 씨
그의 작업노트 " 공간의 몸이 음악의 소리를 가두는 틀이 되거나 이를 제어하는 장치의 통제로 작용한다면 음악은 살아있을 수 없다. 영혼이 죽어버린 공간의 몸 역시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육중한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이면 달리 덧붙일 말이 없다....
어쨌든, 애니웨이.....
그 넓은 공간에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소리가 공간을 감싸고 있다. 넋을 빼고 앉아있으니 황인용 선생이 다가온다.
그는 날 모르지만 나는 안다.^^ 벌떡 일어서서 인사를 꾸벅 했다. 오디오가 궁금해서 왔다고.
구경 많이 하고 편안하게 있어라 고, 단 사진 찍을 때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일단 사진부터 찍자.
19세기 극장을 방불케하는 저 괴물 같은 스피커는 무엇인가?
1930년대에 제작된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다.
뒤로 돌아서서 보면 혼형으로 제작된 것을 볼 수 있고 "서부전자"라는 낡은 이름표가 달려져 있다.^^
내가 있을 땐 저 스피커는 침묵 중이였고, 클랑휠름 유로노주니어 스피커란 넘이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첨엔 멀리서 볼 때 뻥튀기된 빨간 배꼽, 아니 회색배꼽인 줄 알았다.
양쪽 벽에 있는 게 597 트위터고, 550 드라이버와 4181 우퍼가 들어있다.
오디오 기기가 들어있는 곳으로 갔다.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니 아는 기기는 텐 테이블이 EMT(물론 적혀있으니^^), 웨스턴 일렉트릭 300B 모노블럭, BE Research라 적혀있는 300B 진공관앰프가 대 여섯 대가 아래위로 놓여져 있다.
첨 보는 기기다.
역사적인 오됴쟁이다운 수집벽으로 갖고 있는 골동품 오디오^^
<황 선생, 한쪽 구석에 있는 저 기기들을 보여주면서 '내가 오디오에 미쳐가지고... 이것말고도 집에 더 많이 있어...">
오디오에 대한 황인용 선생의 부언을 첨부하자면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스피커는 700~800석 규모의 영화관에서 울릴만큼 웅장한 규모를 갖고 있으며서 섬세한 영역의 음도 잘 소화해낸다. 이 스피커를 구동시키는 데는 요즘 기술로 재현된 BE Research사의 300B 진공관앰프가 핵심역할을 해냄으로써 절묘한 신구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BE Research사의 앰프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진공관 앰프다. 우선 W.E사의 300B진공관을 채택한 앰프여서 전동적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공격적이면서 섬세한 음색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결정적인 몫을 담당한다. <카메라타>의 아날로그 공간을 위하여 사제품으로 만들어진 BE Research를 만난 것은 행운...
300B 출력관 14개가 동시에 일해야 하는 큰 규모의 앰프, 저역담당의 300M 모노블럭은 300B 4개를 채널당 채용하여 60W 출력, 중역의 300M 모노블럭은 채널당 300B 2개로 30W 출력, 고역의 12D 300B 2개 채용의 12W 듀얼 구성...."
전기세, 엄청 나오겠다.^^
두 어시간 커피 한 잔으로 퍼지고 앉아, 음악 들으면서 책도 보면서 그렇게 행복한 오후를 보냈다.
<카메라타>는 이 곳에 오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배여있다.
황. 인. 용
내가 본 몇 안되는 행복한 남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