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7분 동안 운영자와 용산 고사장 님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말입니다...."
운영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더니..
"에이..그럴리가..."
용산 고사장 님도 그 정도까지야 가겠냐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어쨌든 난코스야... 그냥 오디오랙에서 기기들이나 빼라고 할 정도면 좋겠는 데..."
용산 고사장 님은 오디오 기기들을 이리저리 빼라고 한다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눈치입니다.
"피아노가 말입니다..."
운영자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은 그날따라 도착이 지연되고 있는 김박사 님이 교통대란으로
아예 못오거나 아파트에 갑자기 정전이라도 되길 기원했습니다. 허허....
오늘 튜닝을 위해 찾아뵌 이광희 님은 따님의 공부방으로 쓰고 있는 문간방에 오디오 기기를
배치해 딸에게 '더부살이' 하고 있는 분입니다. 본래는 좀더 작은 크기였는 데 베란다를
터서 방을 넓힌 요즘 보기 흔한 그런 아파트 방의 모양새였습니다.
"제가요... 튜닝 신청할 때 미리 피아노가 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이광희 님은 '피아노'가 내심 걸리는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을 열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오디오 시스템이지만 왼쪽 스피커의 절반 이상이 따님이 사용하는 피아노에 가려져서
탁 트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가족과 절충한 그런 생활 공간의 일부로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피아노야 본래 튜닝신청 때부터 '신고'했으니 김박사 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라고 접어두기로
했는 데 정작 방을 둘러보던 용산 고사장 님이 순간 당황해 하면서 긴 탄식을 토해냅니다.
"어쩌다가...어쩌다가 이리 되셨습니까?"
전후사정 설명을 안 했는 데도 지레 이광희 님도 뒤따라서 한숨을 내쉽니다.
"이거 생각만 하면 지금도 복장이 터집니다.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저렇게 만들어 놨으니..."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보기만 해도 부러움이 절로 나오는 황금빛 스피커 JBL 센트리골드의
트위터가 마치 테러라도 당한듯 쭈그러져 있는 게 아닙니까?
"아이들이 그런 것같아서 다그쳐도 아니라고 하고... 한동안 하도 막막해서 음악 듣는 것도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돼서 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것같고....혹시 튜닝해도
마찬가지면 어쩌죠?"
"아까운 스피커인 데 어떻게든 고쳐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용산 고사장 님은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넵니다만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는 지 이광희 님 표정이
좀체 편해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운영자 혼자의 짐작입니다만 용산 고사장 님이나
운영자 그리고 이광희 님 모두 문제의 '피아노'가 마음에 걸린 것 같습니다. 모두들 피아노
주위에 서서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일단 튜닝하러 왔으니 오디오 기기라든지 방의 구조나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광희 님이 무척 아끼는 스피커 JBL의 센트리 골드입니다. 용산 고사장 님이 기억하는
센트리 골드의 소리는 조금 날카롭고 거친 이미지였는 데 이날 마주한 스피커의 소리는
상당히 부드럽고 저음역도 깊이가 있어보여 "상당히 낯설지만 독특하다"고 평합니다.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입니다. 많은 분들이 마드리갈 사운드에 대해 어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만 이날 만난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는 해상도의 극을 달리는 그런 소리라기 보다는
편안하고 따뜻한 소리였습니다. 물론 한덩치 하는 데에는 예외가 아니라선지 스위치를
켜니 방안 형광등이 잠시 움찔합니다. 한치의 예외도 없어 보이는 외관 때문에라도 그만큼
룸튜닝에 들어서면 고집이 대단할 것같다는 첫 인상이었습니다.
파워앰프의 무게를 고려한 듯 튜너, 프리앰프, DA컨버터,CD 트랜스포트, CD/카세트
테이프데크 만을 따로 오디오 랙 안에 넣어 두셨습니다. 모르긴 해도 마크 레빈슨 프리앰프는
파워앰프와의 상성을 염두에 두고 맞추신 듯 하고 Theta의 CD 트랜스포트와 DA컨버터도
이러한 소리 이치에 맞춘 듯 합니다. CD를 뒤집어서 로딩하는 몇몇 기기들 중 하나인 이 트랜스
포트를 보면서 잠시나마 고정관념이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튜너라든가
카세트 데크 등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만큼 이집 주인장의 취향을 가늠케 합니다.
오디오랙 위에는 이집 따님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방학숙제물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본래 이 방의 주인은 이광희 님이 아니라 따님이고 공부방이라는 게
주된 사용 목적이므로 오디오랙 위에 떠억하니 올려져 있다고 해도 집주인이 뭐라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튜닝이 끝났을 때 이 집터가 어찌될지는 아직 예측불허입니다.
이제 오디오 기기의 뒷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진에서 처럼 가정용 멀티탭에 기기들이 연결되어 있고 프리앰프만이 벽면 전원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파워앰프는 킴버제 밸런스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만 파워케이블은 번들용인 듯 합니다.
상당히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운영자가 보기에는 일단 우선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부분이 전원 공급측으로 보여졌습니다.
스피커 케이블과 단자입니다. 동선 계열인 듯 한 데 군데군데 퍼렇게 부식된 게 눈에 띕니다.
깔끔하게 단자처리가 되어있긴 했으나 사용중인 하이엔드급 기기들을 받쳐주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어서 액세서리 부분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를 권해드렸습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창문쪽에 위치한 현재의 오디오 시스템과 그 반대편에 자리한 따님의
공부 책상 그리고 책꽂이를 비교해봤습니다. 오른쪽 채널의 경우 CD랙을 제외하고는
막힌 게 없는 반면에 왼쪽 채널은 피아노, 책꽂이장, 책상이 연이어 놓여 있어서 문외한의
눈으로 보더라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질 우려가 높았습니다. 결국 제대로 들으려면
스피커에 다가가 앉아야 하지만 피아노에 가려져 있게 되고 또한 이러한 가구 배치는
의외의 음향적인 장애요소가 될 수 있겠습니다.
도착 후 1시간 18분에 접어들자 김박사 님이 도착했습니다.
"김박사 님 앰프 부터 다 꺼낼까요?"
용산 고사장 님은 피아노 이야기가 나올까봐 지레 앰프 이야기로 주위를 환기시킵니다.
"이거 피아노가...."
김박사 님은 예의 눈에 걸리는 피아노를 걸고 넘어집니다.
"저어...튜닝 신청할 때부터 피아노 이야기는 이미 했는 데요."
이광희 님이 대화에 끼어듭니다.
"아예 피아노 부터 옮기지요?"
운영자는 기왕에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에 질렀습니다.
"답이 안 나오네요."
김박사 님의 답변입니다. 어쩌라는 것인지 원....
우선 이번 튜닝의 몇가지 원칙은 이렇습니다.
1. 저음역의 개선이 필요하다. 뭔가 벙벙대는 것같다.
2. 탁 트인 소리가 들리지 않고 공간감도 부족하다.
3. 절대로 피아노가 방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
1과 2번은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3번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용산 고사장 님은 "피아노 정도는
마누라와 함께 아주 쉽게 옮겨봤다"고 하십니다만 옮겼다고 다 끝난 게 아니잖습니까?
기껏 옮겼더니 소리가 이상하면 또 문제고 더욱이 소리는 좋게 났다손 치더라도 마지막
평가위원인 집주인 사모님이 "원위치하세욧!"하면 도루묵이니 말입니다.
어쨌든 답은 나오기 어렵겠지만 밤을 세워서라도 한 번 해보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져
본격적인 튜닝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용산 고사장 님은 바퀴가 달려서 그나마 고맙고 예쁘게 보였던 오디오랙을 휙하니 끌어내어
케이블을 분리해내고 있습니다. 극성을 맞추기 위한 기본 단계입니다. 가끔 오디오 기기에
손을 대보면 찌릿찌릿하게 감전된 느낌을 받곤 하는 데 이런 경우 대부분 극성이 맞지
않았을 때의 현상이라고 합니다.
파워앰프에서 부터 프리앰프 등 모든 기기의 케이블을 제거하고 테스터로 일일히 찍어서
극성을 체크하고 맞춰서 다시 전원을 넣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파워앰프에서
보여지던 찌릿찌릿한 감전의 기미도 사라졌습니다.
튜닝을 위해 김박사 님이 미리 준비해온 샘플 도면은 세 가지입니다. 첫번째 해당하는 케이스는
현재의 세팅에서 스피커가 전방으로 30센티 가까이 나오게 되는 레이아웃입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왼쪽 스피커 부분이 피아노에 거의 맞닿게 되는 모양이라서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들어보기로 합니다.
처음의 기기 배치와 크게 달라져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제 청음에 들어 가보니 대단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좋은 방향에서의 변화라기 보다는 일정 음역대의 소리가 완전히 실종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늘 등장하는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 도입부에서 타악기 소리가
잠깐 동안 사라졌다가 들리는 그런 기묘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당연히 이건 아니라는
판단에서 세로 방향의 청음 공간에서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으리라는 판단에 가로 방향의
레이아웃을 적용해 보기로 합니다.
오른쪽 벽면의 CD 장식장을 드러내고 스피커와 앰프류를 옮겨 리스너의 위치가 피아노를 등지고
앉아서 오른쪽 벽면을 바라보게 하는 레이아웃입니다. 그동안 들어왔던 스피커 간의 거리와
비교해 두 배 가량 벌어지게 되는 데에 따른 소리와 스테이징의 변화가 예상되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방문을 열기 어려울 정도로 스피커가 문쪽에 닿게 되고 거리가 짧아져 밸런스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앞섰습니다.
방문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피아노가 등 뒤에 놓여있고 스피커가 벽면에서 전방으로
상당히 앞을 향해 나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이광희 님의
청음하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향을 바꾼 다음부터 저음역이 보다
깊이가 있되 고급스러워졌고 고음역과의 밸런스에서도 전번 레이아웃과는 판이하게 다른
안정적인 음악을 쏟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안 들렸던 소리가 납니다. 센트리 골드에서 이런 소리가 날 줄은 몰랐어요."
현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앙상블을 주로 들어온 집주인에게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뭔가
부족하고 또한 산만한 소리라서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불만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니 음악에 푹 빠져들 수밖에요.
"이렇게 갑시다!"
이광희 님의 탄성이 터져나오는 순간 튜닝 스탭들은 한숨 놓긴 했지만 더큰 문제가 앞에
놓여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이광희 님...이렇게 레이아웃을 잡으면 소리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가정불화가 생길
게 분명합니다."
용산 고사장 님의 걱정스러워 하는 한 마디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데이터에 의하면 이게 답입니다만..."
김박사 님의 한 마디입니다.
제대로 소리가 나오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 음반을 걸어 놓고 청음에
또 청음을 계속했습니다. 매번 튜닝 때마다 맞딱뜨리는 고민이 바로 이런 순간입니다.
즉 제대로 된 소리를 찾았더니 음악만 들을 수 있지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그런 아이러니 말입니다.
하지만 튜닝 스탭에게는 아이러니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뭔가 또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지요. 결국 답은 하나였습니다. 현재의 레이아웃을 고수하고 나머지 부분만
다 옮기자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피아노를 스피커 사이에 배치하면 그만큼 스피커 위치가 창문쪽으로 다가설 수 있을테니
방문 여닫는 문제도 풀릴 것이고 현재의 오디오랙도 반대편 벽면으로 옮기면 오디언스 위치에서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하니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한 방문 쪽에 위치한
따님용 책상과 책꽂이도 모두 한쪽 벽으로 몰아 붙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연히 이때부터 룸튜닝 스탭은 이삿짐센터 일꾼 못잖은 솜씨를 발휘해야 했습니다.
피아노를 반대편 벽으로 옮기고 책꽂이 두개를 방문 벽쪽으로 옮기고 다음은 책상을 왼쪽 벽면에
고정시켰습니다. 덩치 큰 파워앰프가 오디오랙 위로 올라가게 된 것도 공간 확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내린 고민스런 결론이었습니다.
일단 오디오랙과 스피커 간의 거리가 멀어진 까닭에 그동안 사용해왔던 스피커 케이블은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대신 거실에서 잠시 사용했던 AV용 스피커 케이블이 수십미터 분량이
구석에 처벅혀 있어서 그것을 재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튜닝 스탭들이 보기에는 이렇게 찬밥
신세로 지내던 스피커 케이블이 오히려 나은 게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품어보기도 했습니다.
넉넉한 스피커 케이블 길이 덕에 센트리 골드를 바이와이어링해도 남을 정도라서 다행이었
습니다. 더욱이 피아노가 스피커 사이로 옮겨갔기 때문에 오디언스 위치가 자연스레 벽면으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어 비좁았던 스피커와의 거리도 어느정도 확보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방 내부 공간도 예전에 비해 몇평 정도 더 넓어진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일석이조라고 해도 좋을 결과치였습니다. 토인 각도를 잡아주고 튜닝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광희 님이 바뀌어진 음악실 공간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워 하는지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사실 이러한 만족도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도 얼굴 표정 하나하나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더욱 정확하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그 변화를 담아봤습니다. 이 튜닝기 읽으시는 분들도 그 표정만
보더라도 충분히 상상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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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자정이 가까워서 끝이 난 튜닝 작업이었습니다.
오디오라는 것을 하면서 기기를 바꿀 때의 희열도 중요하지만 듣는 장소에서의 조그마한 변화가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튜닝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이번 이광희 님 댁의 튜닝을 통해
거개 우리나라 아파트 생활자들이 겪는 비좁은 장소에서의 취미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의외의 방법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차이점을
알게됐습니다.
깔끔해진 음악감상실 겸 주인장 따님의 공부방입니다.
늦은 밤 이광희 님 댁에서 나오며 우스갯소리 한 마디 남기고 왔습니다.
"이광희 님... 혹시 금강전자 말고 다른 곳에 전화하신 건 아니죠? 아무래도 이번 작업은
금강전자 말고 금강 이삿짐 센터에서 맡아야 할 일같았거든요?"
튜닝 결과가 좋아서 배웅하러 나왔다가 서둘러 음악 들으러 들어가는 이광희 님의 뒷모습만
봐도 금강의 튜닝 스탭들은 힘든 작업이었어도 가슴 뿌듯하고 피로가 확 풀립니다.
혹시 이삿짐 나를 때도 금강전자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든든한 일꾼들 여럿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