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송영무 선생님과 오디오에 관한 짧고 긴 이야기   04-08-20
글쓴이 운영자   6,903 hit
 
하루 전에 전화 드린 것도 아니고 오전에 찾아뵙는다고 전화를 드리니, 준비도 안했는 데 하시면서 쾌히 오라고 하셨다. 남원주IC로 오면 마중을 나오겠다고. 담박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그간 잡지에서 얼굴을 자주 뵙기 때문이다. 선생님 차가 앞서고 뒤따라 가는 데 운전이 너무 점잖아서 하마터면 앞질러 갈 뻔 했다.^^



선생님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오디오에 불 지피기에는 손놀림이 바쁘다.
"오디오평론가가 쓰는 시스템이 궁금하다고들 하는 데, 아이고 별 것 없습니다."


파워에 불이 들어오고 시스템 소개를 해주신다.


"이 스피커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망거제로박스109 풀레인지 유닛인데 독일에서 만들었어요. 70㎐~3.5㎑까지 나오는 풀레인지치고 아주 고역대가 많이 나오는 편이지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저역이 부족하다싶어 스캔스피크 12인치 우퍼를 달았지요. 하도 소리가 터지질 않아 몇 번이고 내보낼까 갈등하다 어느 날 터져 나오는 데... 무려 300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이 스피커 역시 만들었어요. 젠센 G600 이라고, 젠센은 탄노이와 알텍의 좋은 점만 모아서 만든 유닛입니다. 이 건 아날로그로 듣고 있는 데 둘 다 느낌이 아주 달라요. 망거제로박스109는 CD로 들을 때 듣고, 두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유야 모든 걸 다 소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이 세상에 없으니... 두 시스템을 가질려면 우선 레벨이 비슷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하나가 소외되고 결국 안 듣게 되지요. 비슷한 레벨에 개성은 다른 시스템을 운용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시스템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먼저 망거제로박스109 스피커 부터
소스는 마크레빈슨 36, 37 파워는 자디스 30, 프리는 올닉 L-4000
곱고 섬세하고 깔끔한 음색이다.

"사람들이 날보고 성질 급하고 우락부락하다고들 하는 데, 내 오디오시스템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곤 다들 의외로 보더군요. 곱고 예쁜 소리를 좋아해요. 그리고 큰 볼륨으로 듣질 않아요. 일부 오디오하는 분들 보면 자신의 리스닝룸의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큰 스피커와 출력 높은 앰프를 갖다 놓은 걸 봐요. 보고 있으면 안타깝지요. 이 시스템은 내 방 크기에 잘 맞는 시스템 입니다."

들릴 것 다 들리면서 대화에는 거슬리지 않는 그런 소리다.


"자디스를 좋아해요. 이전에 80을 3개를 쓴 적이 있어요. 저 자디스 JA 30은 용산 고사장이 구해줬는 데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나는 기기를 가져오면 전부 다시 손을 봐요. 단자 바꾸고, 진공관은 텅솔 등으로 당연히 바꾸고, 오일컨덴사도 바꾸고 그렇게 해서 사용해요"




"내가 LP세대다 보니 오늘 들려드릴 곡들이 전부 내가 아날로그 기기 리뷰할 때 사용하는 곡입니다. 5년 전에 하도 짐이 늘어나 아날로그를 안한다고 음반은 나눠주고 기기를 팔아치웠는데 요즘 다시 오페라 음반을 사 모아요. 오페라에 푹 빠져 지냅니다. 오페라만 70질 정도 모았어요."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어떤 개인 날'이 흘러 나온다. 참 노래를 잘한다.^^
"마리아 칼라스는 그 이전에도 마리아 칼라스는 없었고 이후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금강홈피에 보니 보살이라는 분이 질문을 해더군요. 궁금해 할까봐 몇 자 답글 달아놨는데 부연설명을 하자면, 서양과 동양 사람들의 소리에 대한 가치판단이 달라요. 서양은 COOL & CLEAR, 리얼한 게 덕목으로 치지만, 동양에선 WARM이라고 봅니다. 수입기기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성능은 검증이 된 경우지만, 국내제작기기의 경우는 1차 오디오평론가에 의해 검증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신중을 기울입니다. 나같은 경우는 있어야 할 근본적인 성능이 기본 이하일 경우는 리뷰 거부를 하지요. 몇 개 그런 기기들이 있었어요."

"오디오 평론가의 자질 또는 갖추어야 할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먼저, 연륜이 쌓여야 한다고 봐요. 짧은 시간에 기기를 많이 들었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오디오라는 게 내면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기때문에 물리적인 성향에 치우쳐서 평가하는 것도 금물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리뷰어 본인이 음악을 알아야 한다는 것"

"어떤 스타일이세요?"

"빈티지는 아니고 어중간한 형태라 봐요. 하이엔드를 하다보니 빈티지가 가진 물리적인 스펙은 또 전혀 무시가 안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저기 젠센을 보다시피 포스텍스 66H 슈퍼트위터가 달려있는 데 저게 있으면 고역이 거칠게 들리는 게 정화가 되고, 초고역은 사람의 귀에 안들리지만 저 게 있어서 몸으로 느껴지고 분위기를 좌우해요. 그리고 배음도 좋아지고. 이러다보니 어중간하지요.^^ 좋아하는 소리는 이전 쓴 스피커가 베리티오디오의 피델리오나 과르네리 오마쥬 등을 사용한 걸 보면 다 예쁜 소리지요."




"ALLNIC" 제품이 많군요. 어떠세요?

"국내제작품 중에서 완성도가 높아요. 거기에다 내 취향에 맞게 설계를 조금 바꿀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리적인 수치로서 좋은 형태가 삼각형이지만 내 귀에는 만두처럼 중역대가 두툼한 게 좋거든요. 그래서 만두처럼 만들어 달라고도 하고^^"



“티볼리 라디오는 가볍게 FM들을 때 사용해요. 가볍게 듣겠다는데 파워켜고 스위치를 몇 개씩이나 올리면 영 귀찮아서^^ 아날로그 맛이 나요. 바쿤 앰프는 여름용 앰프! LP를 들으려면 제 시스템에서 진공관이 무려 32개가 불이 들어오니 이거야 원^^ 바쿤앰프는 300B싱글 맛이 나더군요”

‘선생님께서도 마크레빈슨을 사용하게 계시는 데 왜 유난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크 레빈슨을 좋아할까요?”

“마크레빈슨은 소리의 열기, 투명성, 해상력, 소리의 윤곽을 면도날처럼 그려주지요. 이게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디오라는 게 10명이 다 좋아하는 기기는 없고 있다면 오디오 재미가 반감되지요. 이 점에서 마크 레빈슨은 10명 중 다수가 좋아하는 제품이고, 또 시장에서 와디아와 마찬가지로 보증수표죠^^

마크레빈슨을 ML하고 20계열까지는 다 사용해봤는 데 30계열에 와선 두리뭉실해졌서 마크레빈슨 맛이 덜 하더군요"

"괜찮은 기기였는 데 마케팅 실패등의 이유로 시선을 못 받은 기기가 있다면?”

"2000년도 하이파이저널에서 올해의 베스트 기기 추천할 때 맨리사 가오리가 좋았는 데 절반이 가격대비 성능 우수가 B, 나머지 절반이 A 받았어요. 점수계산 방법 등에서 밀렸는 데 아쉬운 제품이지요. 그리고 얼마 전 금강에서 솔로로퀴 경매하는 걸 봤는 데 맘이 착잡했습니다. 그리 형편없는 스피커가 아닌데….”

"향후 오디오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주 고가 아니면 중국제 저가가 살아남을 것같고, 중가대 시장은 인기제품의 중고제품이형성될 것으로 보여요. 양극단이 심화될 것같고 중간단계 구성군이 약해서 걱정됩니다.”

"오디오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어떤 기기를 추천해 주시는 지?”

"신세시스와 카시오페아 입실론을 잘 추천합니다. 예전부터 잘 하는 말이지만 자신의 연봉이 넘는 시스템은 사치라고 봐요.”

“그간 오디오 하면서 식구들 눈치 안 보셨습니까?”

“오디오의 주적이 마누라하고 자식들인데 전 다행히 집사람이 간섭을 안했어요. 세월이 지나니 조금 미안해지더군요. 나는 내 취미한다고 이러는 데 싶어서 5년 전에 아날로그 기기들 판 걸로 집사람에 색스폰을 선물했어요. 강릉여고 관악대 색스폰주자였거든요. 지금도 원주 실버악단이라고 아마츄어 악단원으로서 공연도 하고 그래요.

세상사 제맘대로 안된다는 게 나는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집사람은 악보를 볼 줄 알아요. 그래서 같이 클래식을 들으면서 나는 그 음악의 배경과 곡 설명을 해주고 아내는 악보를 보면서 내게 가르켜 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없다는 겁니다.^^ 제 아내는 클래식을 안 좋아해요. 다시 태어난다면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여자와~~^^”



"마지막으로 금강에 바라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국내제품이 자리 잡는 데 금강이 아주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에 좋은 글들이 자주 올라왔으면 좋겠고, 국내제작자와 수리잘하는 집 등을 많이 소개해줬으면 합니다.
배도 많이 고플텐데 강원도에 왔으니 맛있는 막국수 대접할게요. 갑시다."

춘천상천막국수집, 선생님 단골집이라 대접이 살갑다.
메밀싹이 막국수 위에 살짝 올려져 있는 게 예쁘다.
근데 먹느라 바빠 사진을 못찍어서 아쉽다.
막국수 먹고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고속도로 입구까지 바래다 주셨다.
무사히 도착...

인터뷰를 마치고



오디오평론가가 쓰는 시스템은 뭔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 특별했다!
리스닝 환경에 딱 맞는 시스템 구성에다 소리의 질감이 전부 선생님의 취향에 맞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두 개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는 생기발랄하고 찰랑거리는 젊은 애인같은 시스템과 평생 살아온 밉지도 곱지도 않는 수더분한 아내같은 시스템이였다. 행복한 노년의 모습이다.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담배는 헤비스모커 수준인 송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가능하시면 금강시청회 때 꼭 참석해주세요. 고맙습니다.


 


고태환 04-08-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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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생님.
담베를 끊었는줄 알고 있는데.....
 항상 염려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빕니다.

원주에만 가면 찾아 뵙는다는게 게을러서.....
꼭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송영무 04-08-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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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기기를 쓰고있는지  소리는 어떤지 아마도 그것이 제일 궁금하겠지요 .오디오 평론가랍 시고
소리가 개판이면 그것도 망신이고 여러가지로 부담이됩니다 .
스피커는 망거제로박스109라는 모델입니다 .  아마 한국에서는 하나 뿐인것으로 알고있슴니다 . 프리는 올닉L-4000입니다 .자디스JA-30은 용산 고사장님이좋은것을 구해 주셨고 ,젠센에 부착된 포스텍스66H도 금강에서 구해주었슴니다 .
66을 99H로 바꿔 달면 고역이 훨씬 샤프할것 같은데 고사장님  알맹이만 좀 바꿔주십시요 .
여러가지로 고사장님께 신세만 집니다.
고 ㅁㅇ섭 04-08-2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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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생님처럼 소리에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계시고
또 자작을 하시는 분께 물건을 팔려고 하다간
큰코 다치겠습니다. (헤헤헤 선생님 용서하십시요)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실 매니아이신
선생님께선 오디오에 대해서 어떠한 문의도 어느 누구보다도
열의를 가지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 분으로
오디오만큼이나 담배를 좋아하셔서
담배를 끼워 피우시는 검지와 장지에 밴 니코틴의 흔적은
공초라는 호를 가진 오 상순 선생님처럼
오디오계의 공초라 해도 좋을 듯 합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
오디오를 위해서, 오디오를 좋아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더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박세태 04-08-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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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생님 반갑습니다...온라인에서 송선생님의 글 (인터뷰내용)만 봐도 반갑습니다...늘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희홈피도 알려드릴까 합니다...시간되시면? 둘러나보시지요...www.audb.net
송영무 04-08-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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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태 사장님 ! 사장님이 정성껏 손 봐주신  젠센스피커 이상없이 잘 쓰고있슴니다 .
우리나라에서 스피커에관한한 최고의 장인이신 박사장님이 직접 점검,오바홀 해주셨는데 이상이 생길수가 없지요 .
박세태 04-08-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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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박식하신 오디오계의 거장이신 송선생님께서 맡겨주신 일에 기본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입니다 과찬의 말씀으로 여기고 성원에 힘입어 정진에 정진을 차분히 해가겠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