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금산사에 오디오 한 세트 주문이 들어왔다.
다인오디오 62, 오디오 아날로그 푸치니 인티 앰프 , 소니 SACD 플레이어.
어떤 스님이 주문을 했을 까? 절방에 설치하면 어떤 소리가 날 까? 궁금한 게 한 두 가지 가 아니었다. 지도를 보니
금산사라는 절이 제법 큰 가보다. 따로 IC가 있는 거 보니
절에 들어서니 송광사보다 더 크게 보였다. 입장료 받는 곳에 원광스님께 물건 배달하러 왔다고 하니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종무소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일찍 도착했다. 입구에서 웬 찝차와 마주쳤다. 내가 후진을 해줘야
했는데 후진하자마자 쌩하고 날라간다. 억씨게 성질 급한 스님이군…
종무소 마당에 서성거리니 보살님이 무슨 일로 왔냐고? 여차저차….
바로 저기 계신다고. 아까부터 맞은 편에서 나처럼 서성거린 그 스님이 원광스님이다. 웬지 저 스님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쪽마루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내 복이 이것밖에 안되는 가벼. 이 삼일 전에 폭우가 쏟아져서 차가 못 올라가여”
“이 절에 안 계시는 가요”
“저기 산 꼭대기 송전소 보이죠? 그 산 중턱에 있지라”
“스님, 제가 설치 해드려야 하는 데 우짠다요?”
“설치야 내가 천천히 하면 되제. 기기 운반하려면 운전 잘하는 찦차가 있어야 되여”
“아까 입구에서 어떤 스님이 찦차 몰고 가던데 무지 와일드 하시던데요.”
“안그래도 그 스님밖에 못가여. 오늘 무주에 자료 구하러 가셨는데 한 밤중에나 오실겨 ”
차에서 앰프랑 스피커를 내리는 데 스님이 스피커 크기보고 놀란다. 이렇게 큰 놈인 줄
몰랐다고. 종무소에 일단 맡기기로 했다.
점심 공양 종소리가 울린다.
“절에 왔으니 절밥을 묵어야제”
“스님, 오기 전에 짜장면을 묵고 왔는데, 아직 안 꺼져서…”
“그래도 몇 술 떠야제”
공양간으로 들어서니 스님 몇 분, 절에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 중이다.
고기입맛에 길들여진 내겐 절 미역국이 버섯으로 국물 맛을 우렸는데 닝닝한 게 진짜 맛이 없었다. 가운데 있는 나물이
아주 독특한 향이 나던데 뭔 질 모르겠다. 월남쌀국수에 들어가는 그 특유의 향이 나는 푸성귀처럼
밥 먹고 나오니 스님께서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또 여차저차…
“여까지 왔으니 차나 한 잔 하고 가지…”
“저 산중턱까지요?”
“차를 입구까지 가면 한~ 이 십분 정도만 걸으면 되요”
산중턱까지 차를 마시러 간다고라?
속으로는 윽!, 나오는 대답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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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까지 2단으로 산 속으로 덜커덩거리면서 올라갔다. 올라갈 산
길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얼른 차 속에 있는 새로 산 등산화로 갈아 신고, 스님 뒤를 따라
올랐다. 0.6키로밖에 안된다는 데 뭐가 이리도 뭔 지 “스~~~님, 아직 멀었어요?”를 연발하며
땀이 비오 듯 흘러내리는 데 손수건은커녕 휴지 한 장 없다.
가방 속 들여다 보니 어제 신은
양말이 보인다. 에라잇~~~~~ 이거라도 싶어 발꼬랑내 나는 양말로 연신 땀을 닦아가며…^^
산중턱에 있는 심원암이라는 암자가 이 스님이 계시는 곳이다.
“들어오시게나”
옆방에서 라디오로 FM방송이 흘러나오고 작은 부처님과 탱화가 있는 법당 안쪽에 차 상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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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축대 안에 뱀 3마리랑 같이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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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잔이 오고 가면서 오디오에 얘길 하셨다.
“저 기기들은 내가 산 게 아니고, 같이 수행하는 도반 스님이 사주시는 거여.
내가 20년 째
트란지스터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이 스님이 늘 맘에 걸리셨는 지 이번에 장만해주신다고
그러시길래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로 그냥 해주시는 거여.
내가 판소리를 배우고 싶은데다 국악을
공부하고 싶어서. 근데 스피커 크기도 너무 커서 남들 보기에 호사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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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피커 덩치는 커도 생긴 건 소박하게 생긴 겁니다. 오디오를 아는 사람들은 비싼 넘이 아닌 줄 알아요.”
“그나저나 스님, 설치할 방 좀 봐도 될까요?”
방에 들어서니 벽으로 통유리 창이 둘, 격자창이 하나
스피커가 들어설 자리 뒤에 붙박이 장이 있고 직사각형으로 긴 방이다. 살림방이 아니라 소리는 많이 울릴 거라고 말씀드리니
그런 거 신경 안 쓰신다고 개의치 말란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이 스님은 묵화를 그리는 분이다. 한자체를 현대적인 회화로 해석을 하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4계절 중 겨울이 가장 아름답다고
괜히 수행하는 분께 오디오가 남들 눈에 사치스럽게 보일까봐 앰프와 시디피는 붙박이 장
안으로 넣고 스피커는 밖에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스피커 위치와 토인은 조금만 하시라고 했다.
갈 길이 멀어 일어났다. 배웅해 주신다는 걸 겨우 말리고 하산하는 길에 스님 말씀을 곰곰히 새기면서 내려왔다.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한 달에 한번쯤은 죽는 연습을 해야 해. 그러면 조금이라도 사람이
욕심을 덜 부리고 겸손해 질 수 있거든. 아주 조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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