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20년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고 계시는 원광스님   04-06-24
글쓴이 운영자   3,810 hit
 
"http://www.w3.org/TR/html4/loose.dtd">






<script language="Java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















20년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고 계시는 원광스님


















김제 금산사에 오디오 한 세트 주문이 들어왔다.

다인오디오 62, 오디오 아날로그 푸치니 인티 앰프 , 소니 SACD 플레이어.

어떤 스님이 주문을 했을 까? 절방에 설치하면 어떤 소리가 날 까? 궁금한 게 한 두 가지 가 아니었다. 지도를 보니
금산사라는 절이 제법 큰 가보다. 따로 IC가 있는 거 보니

절에 들어서니 송광사보다 더 크게 보였다. 입장료 받는 곳에 원광스님께 물건 배달하러 왔다고 하니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종무소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일찍 도착했다. 입구에서 웬 찝차와 마주쳤다. 내가 후진을 해줘야
했는데 후진하자마자 쌩하고 날라간다. 억씨게 성질 급한 스님이군…








종무소 마당에 서성거리니 보살님이 무슨 일로 왔냐고? 여차저차….

바로 저기 계신다고. 아까부터 맞은 편에서 나처럼 서성거린 그 스님이 원광스님이다. 웬지 저 스님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쪽마루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내 복이 이것밖에 안되는 가벼. 이 삼일 전에 폭우가 쏟아져서 차가 못 올라가여”

“이 절에 안 계시는 가요”

“저기 산 꼭대기 송전소 보이죠? 그 산 중턱에 있지라”

“스님, 제가 설치 해드려야 하는 데 우짠다요?”

“설치야 내가 천천히 하면 되제. 기기 운반하려면 운전 잘하는 찦차가 있어야 되여”

“아까 입구에서 어떤 스님이 찦차 몰고 가던데 무지 와일드 하시던데요.”

“안그래도 그 스님밖에 못가여. 오늘 무주에 자료 구하러 가셨는데 한 밤중에나 오실겨 ”


차에서 앰프랑 스피커를 내리는 데 스님이 스피커 크기보고 놀란다. 이렇게 큰 놈인 줄
몰랐다고. 종무소에 일단 맡기기로 했다.


점심 공양 종소리가 울린다.

“절에 왔으니 절밥을 묵어야제”

“스님, 오기 전에 짜장면을 묵고 왔는데, 아직 안 꺼져서…”

“그래도 몇 술 떠야제”

공양간으로 들어서니 스님 몇 분, 절에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 중이다.










고기입맛에 길들여진 내겐 절 미역국이 버섯으로 국물 맛을 우렸는데 닝닝한 게 진짜 맛이 없었다. 가운데 있는 나물이
아주 독특한 향이 나던데 뭔 질 모르겠다. 월남쌀국수에 들어가는 그 특유의 향이 나는 푸성귀처럼


밥 먹고 나오니 스님께서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또 여차저차…

“여까지 왔으니 차나 한 잔 하고 가지…”

“저 산중턱까지요?”

“차를 입구까지 가면 한~ 이 십분 정도만 걸으면 되요”

산중턱까지 차를 마시러 간다고라?

속으로는 윽!, 나오는 대답은 “예….”
























입구까지 2단으로 산 속으로 덜커덩거리면서 올라갔다. 올라갈 산
길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얼른 차 속에 있는 새로 산 등산화로 갈아 신고, 스님 뒤를 따라
올랐다.
0.6키로밖에 안된다는 데 뭐가 이리도 뭔 지 “스~~~님, 아직 멀었어요?”를 연발하며
땀이 비오 듯 흘러내리는 데 손수건은커녕 휴지 한 장 없다.

가방 속 들여다 보니 어제 신은
양말이 보인다. 에라잇~~~~~ 이거라도 싶어 발꼬랑내 나는 양말로 연신 땀을 닦아가며…^^


산중턱에 있는 심원암이라는 암자가 이 스님이 계시는 곳이다.

“들어오시게나”

옆방에서 라디오로 FM방송이 흘러나오고 작은 부처님과 탱화가 있는 법당 안쪽에 차 상이 마련되어
있다.




저 축대 안에 뱀 3마리랑 같이 살고 있다.












몇 잔이 오고 가면서 오디오에 얘길 하셨다.

“저 기기들은 내가 산 게 아니고, 같이 수행하는 도반 스님이 사주시는 거여.

내가 20년 째
트란지스터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이 스님이 늘 맘에 걸리셨는 지 이번에 장만해주신다고
그러시길래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로 그냥 해주시는 거여.

내가 판소리를 배우고 싶은데다 국악을
공부하고 싶어서. 근데 스피커 크기도 너무 커서 남들 보기에 호사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 ”












“저 스피커 덩치는 커도 생긴 건 소박하게 생긴 겁니다. 오디오를 아는 사람들은 비싼 넘이 아닌 줄 알아요.”

“그나저나 스님, 설치할 방 좀 봐도 될까요?”




















방에 들어서니 벽으로 통유리 창이 둘, 격자창이 하나

스피커가 들어설 자리 뒤에 붙박이 장이 있고 직사각형으로 긴 방이다. 살림방이 아니라 소리는 많이 울릴 거라고 말씀드리니
그런 거 신경 안 쓰신다고 개의치 말란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이 스님은 묵화를 그리는 분이다. 한자체를 현대적인 회화로 해석을 하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4계절 중 겨울이 가장 아름답다고


괜히 수행하는 분께 오디오가 남들 눈에 사치스럽게 보일까봐 앰프와 시디피는 붙박이 장
안으로 넣고 스피커는 밖에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스피커 위치와 토인은 조금만 하시라고 했다.




갈 길이 멀어 일어났다. 배웅해 주신다는 걸 겨우 말리고 하산하는 길에 스님 말씀을 곰곰히 새기면서 내려왔다.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한 달에 한번쯤은 죽는 연습을 해야 해. 그러면 조금이라도 사람이
욕심을 덜 부리고 겸손해 질 수 있거든. 아주 조금이지만….”










 


신용구 04-06-24 16:13
뎃글 삭제  
  벽에 걸린 라디오는 일본 소니의 단파방송 라디오 아닌지요.스테레오도 아니고 모노로만 잡히는것같은데 .산중에선 잘 나오겠지요.이런 리디오에서 다인과 푸치니 SACD면 초가집에서 40평대의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남들 볼까 걱정할만하겠네요.절밥엔 진짜 고기가없네요.저도 전에 광주 화순어느 암자에 자주갔었는데 갈때마다 공양하라하였는데 고기없어서 사양하였는데....여름철 밀집모자 대신에 수건으로 시냇가에 물 젖셔서 머리에 두르면 엄청 시원하였던 생각이 나는데요.
고태환 04-06-24 16:42
뎃글 삭제  
  산사에서 풍경소리 대신 그윽한 음악이 흘러 나오면 금방 신선이 되겠습니다.
득도 하는데 일조하시길 빕니다.

CD판좀 선물해야 겠네요.
이모시기 04-06-25 10:22
뎃글 삭제  
  이런 삶을 동경하던 시절도 있어서
중된다꼬 절에 갔다가
한달만에 내려 온 적이 있습니더

아깝다....
모노 도란지스타만 듣던 노승이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고 놀라 자빠지는
현장을 꼭 봤어야 하는건데....

(거 길가던 불목하니 처사라도 붙들어서 도수 운반이라도 해가지고 설치를 하지 그랬어요....)
운영자 04-06-25 10:26
뎃글 삭제  
  어제 스님께 전화드렸더니 막 설치를 끝내고 판소리를 듣고 계셨어요.
아주 맘에 드시다고.

국악음반 챙겨서 보내드리고 언제고 다시 한번 찾아뵙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가서 꼭 보고 오겠습니다.
이모시기 04-06-25 10:41
뎃글 삭제  
  음...
노승이라고 꼭 국악 들으란 법 있나요.
그런 편견을 버리세요.
벽에 붙은 글과 글씨를 보니
오히려 아치솁 같은 거 들으면서
예술의 묘한 싱크로니시티를 느끼고
미소지을지도 모르는 일....


퉤환 형님, 안그렇습니까?
중중 까까중....
그나저나 모노 도란지스타만 듣던 노승이 어떻게 그 복잡한
케이블서껀 설치를 했을까....
혹시 스피커 한쪽만 매달아서 모노로 듣고 있는 건 아닐까...
아 왜 그런 것이 나는 걱정이 될까..
고태환 04-06-25 11:50
뎃글 삭제  
  옴ㅡ마니 반ㅡ메ㅡ후ㅡㅡㅡㅁ의 옴은 이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칭한다 합니다.

좋은 소리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와 같은 맥락입니다.

모시기야 씰데없는 걱정 하지말고 오늘 나와 더불어 곡차나 한잔 하자구나.

꼭오너라 .
고 명섭 04-06-25 12:29
뎃글 삭제  
  이모시기님 우리형님한테 \'퉤퉤\'하지 마셔요.

어쩌다가 형님이 벌써 퉤물같이 됐을꼬?

하긴 머리가 팍삭 삭아버렸으니 그런 대접을 받을만도 하겠네요.

형님도 머리 후끼 좀 하시지요.
산적괴수 04-06-26 02:24
뎃글 삭제  
  설미 내차 가지고 여기까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